여권에서는 비선실세의혹 + 담뱃값 인상 + 연말정산 + Toy Lee 총리 인준과
야권은 전당대회 진흙탕싸움 + 박정희·이승만 참배로 정치권이 격변을 겪는 가운데
정치권에 대한 여론이 들썩거리는 것 같습니다.
여론 조사기관 리얼미터는 2월 초순부터 여론조사를
주간조사 ▶ 일간조사로 전환하며 급변하는 정세를 방증하기도 했는데요.
그래서 가장 최근 여론조사인 2월 16-17일 여론조사를 보기 쉽게 그래프로 그려봤습니다.
가장 처음 보실 그래프는 지난 3월부터 새누리당 - 새정치민주연합의 정당지지율 추이입니다.
여론조사는 기본적으로 오차범위를 인정하는 통계의 영역이기 때문에 정확한 퍼센트 수치를 읊어가면서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예를 들어서 최근에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도가 20% 선을 기록했다는 뉴스가 떠들썩하게 퍼졌지만 곧바로 30% 선을 회복했고, 그 선을 유지하고 있죠. 당시 기록했던 29.7%는 오차범위 내의 오차로 실제 지지율은 30% 정도로 보는 것이 옳습니다. (같은 이유로 정의당의 지지율은 4~5%의 지지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서 그래프로 보는 의미가 없어 뺐습니다.)
대신 눈여겨 봐야할 것은 두가지입니다.
이 두 가지 변화를 중심으로 지난 3월부터의 지지율 추이를 분석해보겠습니다.
1번의 예로, 위에서 언급했듯, 비선실세의혹과 담뱃값-연말정산, 이완구 총리 인준과정에서의 잡음이 꾸준하게 새누리당의 지지율 하락을 들 수 있습니다. 세월호 이후에도 40% 이상을 유지하며 고공행진을 벌이던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어느새 30% 중반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점차 지지층이 이탈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한편, 6.4 지선과 7.30 재보선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 사퇴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이후 갈피를 잡지 못하던 6~9월의 새정치연합의 하락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박영선 비대위원장 체제로 당이 재정비되는가 했지만 이상돈 교수 영입건으로 내홍을 겪다가 박영선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사퇴하면서 20%선까지 추락합니다. 하지만 "외모는 장비, 머리는 조조"인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선출되면서부터 그 특유의 안정감으로 큰 문제 없이 조심스레 지지율을 회복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8 전대 이후 문 비대위원장의 역할을 끝이 났지만 되돌아 생각해보건대, 아아... 그는 좋은 비대위원장이었습니다.
2번의 예는, 모두 잘 아시겠지만 세월호 참사가 있었습니다. 세월호 사건 당시 '큰 재난 앞에서 집권당에 대한 지지를 몰아주는 심리'로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구조단계에서 정부의 무능과 후속대책의 부실로 지지율이 급락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원래의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합니다. 새정치연합의 지지율도 동반하락을 보였는데, 이것은 집권당에 대한 실망뿐만 아니라 정치 전반에 대한 혐오, 불신이 나타난 것이라고 보입니다.
또 다른 2번의 예는, 다음 그래프를 보면서 얘기해보지요.
2.8 전당대회를 통해 문재인 의원이 새정치연합의 대표로 선출됐습니다. 새정치연합의 전당대회 흥행이 부진하다는 평가가 많았고, 당대표 선거운동이 종반으로 치닫으면서 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전 대선후보가 당대표가 되는 그림은 많은 지지자를 불러모으는데 성공한 것 같습니다. 덕분에 새정치연합은 창당 이후 한번도 볼 수 없었던 가파른 지지율 상승세를 보입니다. 선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요. 이 상승세가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인지, 아니면 문재인을 원하는 민심의 반영인지는 조금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당대표의 힘이 대단하긴 한 것 같습니다. 문재인 의원은 박원순 시장과 차기대선후보 선호도 1,2위를 15% 안팎으로 다투더니 당대표 선거 출마 후 1위를 차지하고 꾸준히 7주간 1위의 자리를 유지합니다. 게다가 주차를 거듭할수록 다른 주자들과의 격차를 벌리는 중입니다. 아직 대선이 3년 가까이 남았고 그 사이에 어떤 변수가 작용할지는 모르겠으나 현재 대세는 문재인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합니다.
박원순 시장은 두달여 전 지지율 1위를 차지했을 때에 비해 지지율이 많이 빠졌습니다. 이탈한 지지층 중 다수는 문재인 대표에게 옮겨갔다고 볼 수 있겠으나, 최근 불거진 시장 공관 건에 발목 잡혀 이렇다할 긍정적 이슈를 생산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빠르게 박 대통령과 선을 긋기 시작하면서 독자 행보를 시작한 편인데도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짐에도 본인의 지지율은 영 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정몽준, 김문수 같은 다른 후발주자와의 차별화가 별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남아있는 새누리당 지지자들 중 대부분은 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으로 당을 지지하는 것이라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안철수 의원이 대단한 것은 현재 별다른 이슈를 생산하고 있지 않음에도 꾸준하게 8~9%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동대표 사퇴 후에 한참의 자숙기간을 가졌음에도 이 정도 지지를 받는 안철수 의원이 다시 날개짓을 시작하면 선두권 재진입이 무난하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토이 리가 무려 7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워하시는 분도 있으리라 생각되는데, 이는 최근 이슈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조사기관에서 문항에서 후보군에 넣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다만 설이 지나고난 다음 조사에서는 결과가 좀 다르겠죠.
리얼미터는 야권에서는 문재인, 박원순, 안철수, 안희정 네 사람을, 여권에서는 김무성, 정몽준, 김문수, 이완구, 홍준표, 남경필 여섯 사람을 후보군에 넣었는데, 이들의 지지율을 다 더해보았습니다.
보시다시피 야권의 지지율은 이미 과반을 넘기고 여권 후보들의 지지율 총합의 1.5배 정도의 지지율을 보입니다. 사실상 박근혜 정권의 레임덕은 진행중이고 조금 과격하게 해석하자면, 정권교체의 청사진은 그려졌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이미 여러번 겪은 야권분열의 위험성은 상존하고 있고, 대선개입처럼 다른 정치공작이 있을 수도 있으며, 지금의 야당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휘발될 여지도 존재합니다. 당장의 4.29 재보선과 내년 총선 일정을 지나면서 실망스러운 행보가 실패하는 것들이 있다 하더라도 꾸준하게 지켜보는 것이 야당 지지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대선이 한참 남은 상태에서 차기 후보를 놓고 저울질하는 것은 사실 무의미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차기 대권을 거머쥘 사람들이 누군지를 알아보고 그 사람들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갖게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점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오유 시게에서는 같은 야권임에도 특정 후보에 대한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거시적인 측면에서 판을 같이 읽어보자는 의미로 올린 글이니, 건설적인 피드백 부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