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
|
이번 글에서는 저번 쿼터백 글과는 다르게 역대선수들보다 현 풀백이라는 포지션에 대한 주제를 다뤄보려합니다.
이번 2015시즌 32팀중 무려 열 팀의 로스터에 단 한 명의 풀백도 들어있지 못하는 NFL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애리조나 카디널스, 신시내티 뱅갈스, 시카고 베어스, 덴버 브롱코스, 샌디에이고 차저스, 마이애미 돌핀스, 잭슨빌 재규어스, 인디애나폴리스 콜츠, 필라델피아 이글스, 세인트루이스 램스)
최근 10년 동안 NFL은 러싱에서 패싱으로 그 추세가 옮겨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그 것은 샷건 포메이션의 비율변화를 보면 예측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샷건이란 두명의 리시버를 위에, 한명의 리시버를 아래에 두고 풀백 없이 러닝백과 쿼터백이 백필드에 포진하는 포메이션을 말합니다. 샷건 포메이션은 쿼터백이 센터의 약 5-7야드 뒤에 위치하기 때문에 1-4야드 뒤에 위치하는 피스톨 포메이션보다 쿼터백이 패싱 준비시간이 짧게 가져갈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패싱 위주의 포메이션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06년 이 샷건 포메이션은 전체 스냅의 단 20퍼센트밖에 차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4년 그 비율은 61퍼센트로 증가해 NFL이 얼마나 패싱중심의 리그가 되었는지 잘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피스톨 포메이션에서 풀백 대신 한 명의 추가적인 타이트엔드가 서는 비율도 훨씬 증가해 풀백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는 것을 자료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2014년 32개 팀 중 단 한팀의 풀백도 전체 스냅의 절반 이상 필드에 있지 못했습니다. 가장 높은 퍼센트를 기록한 샌프란시스코 나이너스의 브루스 밀러조차 43.6퍼센트에 그치며 7-80퍼센트의 “출석률”을 기록했던 NFL 초기 풀백들의 영광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그 브루스 밀러마저 오프시즌 중 구속……) 2013년 58퍼센트의 스냅에 필드에 있었던 캐롤라이나 팬터스의 마이크 톨버트는 저번 시즌 그 숫자가 단 35퍼센트로 급감하며 풀백 수난시대의 또 다른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베테랑 풀백 대럴 영도 이 상황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13시즌 열 번의 선발 출장을 했던거와 비교해 14시즌에는 단 일곱 번의 선발 출장에 그쳐 위기의 서막을 알렸고 레드스킨스는 저번 시즌부터 두 명의 타이트 엔드, 데릭 케리어와 조던 리드를 함께 필드에 세우는 전술을 즐겨 쓰고 있고 거기에 앤서니 맥코이를 더해 패싱게임에서 피지컬적으로 극강이 되는 3 타이트 엔드 전술까지 쓰고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풀백은 어정쩡하니 갈 곳을 잃고 벤치신세가 되버립니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NFL에서 뛰었던 히스 에반스는 풀백 종말 시대를 가장 먼저 느낀 선수 중 하나였습니다. 2009년 뉴올리언스 세인츠 소속이던 그는 7차전에 발목 부상으로 첫 결장을 하게되고 그의 백업이 없었던 세인츠는 하는 수 없이 타이트 엔드 데이비드 토마스를 필드에 세우게 되는데 이것이 대박을 칩니다. 에반스보다 3인치가 더 컸던 토마스는 쿼터백 드류 브리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고 상대적으로 패싱플레이가 러싱플레이보다 많은 비율을 차지했던 세인츠에 런블록을 할 수 있는 풀백보다 더 많은 리시빙 옵션을 제공하는 또 다른 타이트 엔드는 팀의 공격력 증가에 지대한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1993년부터 2008년까지 NFL에서 뛰었던 풀백 로렌조 닐 같은 유형의 선수가 거의 없어졌다는 것도 현 NFL에서 볼 수 있습니다. 로렌조 닐은 125KG의 거구에 시즌 평균 1000야드를 기록한 속히 말하는 불도저 타입의 선수였습니다. 아직까지 풀백을 쓰는 팀 애틀란타 팰콘스의 패트릭 디마르코, 뉴욕 제츠의 토미 보해넌, 세인트루이스 램즈의 코리 하키, 탬파베이 버케니어스의 조르보스키 레인등을 보면 모두 일반 러닝백 사이즈의 선수들로 풀백만의 피지컬이라는 특이점을 못 가졌다는 것이 나타납니다(물론 그린베이 패커스의 존 쿤, 캐롤라이나 팬터스의 마이크 톨버트처럼 로렌조 닐정도는 아니 여도 그 중간 정도 되는 몇 선수들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렇다면 단순히 패싱게임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풀백이 사라지는 것일까? 그 질문의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 고등학교 풋볼 시스템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풀백이란 기본적으로 다부지면서 빠르고 블로킹 등의 굳은 일을 맡아야 하는데 그런 일을 맡아 하고 싶은 선수가 없을뿐더러 있다 하더라도 그 좋은 피지컬을 감독이 타이트 엔드, 혹은 라인배커로 쓰길 원하지 풀백으로 썩히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거의 사라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답은 없습니다. 만약 미래에 러싱게임의 시대가 다시 도래한다면 풀백은 자연스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고 타이트 엔드는 그 비중이 지금보다 줄어들겠죠. 하지만 시작한지 얼마 되지않은 패싱게임의 시대가 금방 저물거라고 보는 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저 역시도 풀백 없이 경기하는 미국 중학교, 고등학교 경기들을 보면 풀백의 존재감은 최대 지금 정도 일거라고 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고요.
풀백이라는 포지션이 살아남으려면 그들만의 특성을 키워야 합니다. 타이트 엔드도 할 수 있는 어정쩡한 런블로킹이 아닌 풀백만의 블로킹, 타이트 엔드에 버금갈 정도의 리시빙 능력 등이 있어야 필드에 그들의 자리가 생길 거라 봅니다. 개인적으로 풀백 포지션에 대한 애착이 있어서 이렇게 글을 쓰는데 꼭 풀백의 자리가 지켜졌으면 좋겠습니다. 축구에서 가장 많이 뛰지만 가장 보이지 않는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처럼 눈에 띄지는 않지만 자신의 뒤 러닝백을 위해 몸을 던져 블로킹을 하는 풀백을 보며 희열을 느끼는 팬들도 아직 많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