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도 vs. 권도, 정반대의 두 대통령 리더십
정치는 왕도와 권도정치가 있다. 왕도정치는 원칙과 명분을 중시하고 권도는 실리와 타협을 중시한다. 왕도정치는 때론 실리를 도외시할 우려가 있고, 권도정치에 매달리다 보면 야합과 꼼수라는 비난을 받기 쉽다. 조선시대 개혁군주였던 정조 역시 왕도정치를 추구하였으나 때론 노론을 품기 위해 실리와 타협하는 권도정치를 펼친 것도, 정치는 왕도와 권도의 적당한 균형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트 대통령은 어느 쪽에 가까울까? 문재인 대통령은 원칙과 명분을 중시하는 왕도정치인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실리를 중시하는 권도정치인이라고 구분하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은 상대를 배려하고 경청하는 자세가 몸에 배어 있는 인격이고 술수나 꼼수를 부리는 것을 싫어한다. 대신 원칙과 명분에 부합되면 손해 보고 후회하는 한이 있더라도 대승적 판단을 하는 전형적으로 왕도정치를 추구하는 리더십이다.
한편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는 분명 권도정치인이다. 이익이 되는 것이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목표를 달성하는 장사꾼처럼 미국에 경제적 이익이 되는 것이라면 이념을 초월하고 피아를 가리지 않고 실리를 추구한다. 현존하는 세계 지도자를 통틀어 트럼프를 능가하는 권도정치인이 또 있을까?
실리를 중시하는 저돌적인 사업가형인 트럼프와 명분을 중시하는 선한 인품의 문재인, 권도와 왕도의 대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속단하기 어렵다. 나는 개인적으로 두 지도자의 대조적인 리더십에 관심을 가지고 왕도가 권도를 누르는 정상회담을 기대하며 특별수행원으로서 3박 5일이라는 짧지만 역사적인 시간을 문재인 대통령과 동행하였다.
미의회 청문회 아닌 청문회에 울컥하다
이번 방미 주요 일정은 첫째 날에 장진호 전투 기념공원 헌화, 둘째 날에 미의회 방문, 셋째 날에 정상회담 순이었다. 돌이켜 보면 미의회 방문과 정상회담은 동전의 양면처럼 연관되어 있었는데, 미의회 상하원의 만남이 먼저 있었기에 정상회담의 성과가 훌륭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미의회 방문은 대단한 의미가 있었고 실리와 이익을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패를 읽을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목요일 오전 10시 미의회 하원을 방문하였다. 우리측은 대통령을 포함하여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안보수석, 정책수석, 그리고 특별수행원인 나와 김경수의원,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참석했고, 미 하원의원 측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원내대표와 국방위원장, 외교위원장을 포함하여 9명의 거물급 의원들이 참석했다.
양측이 회담장에서 서로를 마주보며 한 시간 동안 9명 의원 전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일문일답식이었는데, 질문은 북핵 대응전략, 사드배치 문제, 한미 통상무역 등 다방면에 걸쳐 매우 공격적이고 예리했다.
이것은 간담회가 아니라 흡사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미의회 청문회 같은 느낌이었다. 사전에 짜여진 문답이 아니라 즉석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를 꺼내드는 날카로운 질문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께서 북핵문제는 압박과 제재만으로 해결되지 않고 대화와 협상이라는 투트랙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오히려 조곤조곤 답변을 하시니까, 미 의원들이 대체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분위기로 반전되고 있었다.
사드에 관해서는 절차적 정당성이 중요하다며 촛불혁명을 만든 대한민국 국민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높은데 절차적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설파하셨고,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사드를 배치하지 않으려 한다는 의구심을 버려달라고 단호히 말씀하시니 마주보고 있는 미 하원의원들 모두 신뢰하는 눈빛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미통상 불균형을 우려하는 미 하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한미통상은 상호이익이 되고 있고 그래야만 한미동맹도 더욱 굳건하게 유지될 수 있다고 답변하셨다.
한 시간 동안 긴장감이 팽배했던 청문회 같던 미 하원 간담회는 상호 흡족한 표정으로 마무리되었다. 단 한번의 실수와 주저함 없이 당당하게 답변했던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이 저절로 생겼고, 국익을 대하는 자세에 숙연한 마음이 우러나왔다. 다소 무례하게까지 보이는 질문에 나는 내심 불쾌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미의회를 설득하고 설명하는 대통령을 보며 울컥한 장면이었음을 고백 드린다.
문재인대통령은, 국민들이 직접민주주의로 부정부패한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새로 선출한 대한민국의 수장입니다. 이는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가장 진보적 행동이자 민주주의의 결정체이며, 그렇기에 어떤 국가의 지도자들도 넘볼 수 없는 절대적 정당성과 도덕성을 문재인대통령은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두달도 안된 신임대통령이지만, 수개월간 공백기를 가졌던 대한민국의 외교에 대해 미국은 각별히 관심을 가졌습니다. 문재인대통령은 이명박근혜정부 9년간 한 번도 없었던 상원, 하원의원 간담회를 통해, 미국의 또 다른 권력의 한 축인 의회에 대해 외교적으로 치밀하게 설득하는 전략을 폄으로써 문재인정부 5년에 대한 미래전략적인 신뢰를 얻어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의 위대함과 동시에 문재인대통령의 치밀한 외교전략과 설득력이 더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재인정부 5년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북한이 미사일실험을 하든, 핵보유국으로서 인정해달라고 주장하든, 문재인대통령의 행보는 분명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갈 것임을 알기에 우리는 文대통령을 신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뛰어난 외교전략으로 이제 G20에서도 세계를 접수할 문재인 대통령에게 절대적인 지지와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