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LG팬 김재명씨, 이승엽 400호 공 잡은 이색사연
출처 세계일보 | 권기범 | 입력 2015.06.04 08:20
〔스포츠월드=포항 권기범 기자〕될 사람은 되나보다.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고 야구장에 왔더니 덜컥 400홈런 공을 주웠다.
이승엽은 3일 포항 롯데전에서 5-0으로 리드하던 3회말 2사후 두 번째 타석에서 상대 선발 구승민의 2구를 공략, 우월 솔로포를 작렬했다. 한국프로야구 사상 전인미답의 400홈런 고지를 밟는 역사적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 습득자가 나왔다. 주인공은 천안에 사는 야구팬 김재명(43)씨다.
김재명씨는 외야잔디석에 있다가 이승엽의 타구가 날아오자 줍기 위해 쫓아갔다. 하지만 한 관중의 손을 맞고 외야뒤쪽 장외 잔디틈새로 공이 날아가면서 순간 포기하려했다. 많은 관중이 뛰어내려갔지만 찾지 못한 상황. 김재명 씨는 혹시나 싶어 뒤늦게 뒤쪽으로 넘어가 더듬더듬 공을 찾았고, 순간 이승엽의 400호 공을 손에 쥐었다.
김재명 씨는 "아내가 야구장을 못가게 해서 등산을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왔는데 이제 전화를 해야겠다"고 활짝 웃으며 손에 쥔 홈런공을 보여줬다.
천안에 사는 LG팬이라고 밝힌 김 씨는 "이승엽의 400홈런구를 잡기 위해 일부러 포항까지 찾았다"며 "처음으로 온 포항구장인데 공을 잡게 돼 기쁘다"고 설렌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김 씨는 "개인적으로 나도 야구팬이고, 구단에 기증하고 싶다"며 "다만 나 혼자 결정하지는 못할 것 같고, 집에 가서 아내와 상의한 후 결정하겠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