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뇌물죄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최순실(61)씨 독일 금고지기로 알려진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이 법정에서 당시 최씨가 송금 특혜를 받기 위해 청와대를 동원했고, 이에 두려움을 느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5일 열린 이재용 등 삼성 임직원 뇌물죄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본부장은 독일 호텔 매입 자금이 부족하다는 최씨에게 “삼성전자가 독일 하나은행에 개설한 코어스포츠 계좌의 예금을 담보로 대출 받으라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코어스포츠 계좌의 자금을 인출하거나 송금할 때 서명권자와 인출권자가 모두 최씨였다”고 말했다.
최씨 거래를 돕다가 하나은행의 유럽통합본부 논의 때문에 자신이 중도에 발을 빼려고 하자 최씨가 청와대를 동원해 세를 과시했다고도 말했다. 이 전 본부장은 최씨에게 “유럽통합본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독일은 지점으로 전환하라는 본사 지시가 내려왔다. 더 이상 개입하면 (자신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자 최씨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그럼 유럽통합본부를 독일에 두고 본부장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고 전했다. 이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직접 전화를 걸어 유럽통합본부 조직 구조에 대한 리포트를 보내달라고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통화 이후 최씨가 막강하다고 느꼈고 두렵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전 본부장은 안 전 수석의 개입을 통해 실제로 이후 KEB하나은행 글로벌영업2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최씨가 청와대를 동원해 자신을 승진시킨 것에 대해 이 본부장은 “최씨에게 필요한 해외 인맥이 나에게 있었다”며 “해외 지사 설립이라든지 해외 이권사업에 필요해 나중에 본인 계산 하에 계획을 짜서 저를 이용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본부장은 최씨로부터 미얀마 대사를 알아봐달라는 부탁을 받고 삼성전기 임원 출신 유재경 전 미얀마 대사를 추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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