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좋지 않아 병원을 좀 다니고 있었는데, 방학이라고 집에 온 딸램이 같이 가겠다 해서 아*병원 신경과에서 대기하고 있었어요.
근데 바로 제 앞 의자에 앉아 있던 아짐니에게 갑자기, 호흡곤란을 동반한 경련과 마비 증세가 왔어요!
자기 경동맥 부분을 만지며 막 고함을 쳐요.
"으악~~ 뻣뻣해져ㅠㅠ 으으으 마비! 마비!! 다리! 가슴도! 으으으~~목! 목!!"
같이 온 아짐니는 다리를 주무는 듯 마는 듯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더라구요. 아니, 나보다 훨 나이도 있어 보이고 덩치가 소도 때려잡게 생겼는데(죄송ㅠ)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거에요.
그 아짐니는 자기 뻣뻣해지는 목을 만지고 가슴을 탕탕 치며 헉헉대는데 주변에서도 다들 쳐다 보기만 하는 거 있죠.ㅠㅠ
오지랖 최여사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 조심스레 일어났죠.
"제가 좀 도와 드릴까요?" 가만히 그 아짐니 의자 뒤에 서서 양쪽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가슴을 펴게 한 뒤, 어깨와 목을 계속 주무르며 가까이 있는 간호사를 불렀는데 이넘으 간호사도 머뭇머뭇 서두르지를 않아요. ᆢ접수만 계속 담당해 경험이 없어 그러나ᆢ
병원 와서 기다리다가 사람 죽는다는 말이 확 실감이 나고, 지인 한 분이 얼마 전 어이없이 꼭 이런 식으로 가신 게 생각이 나더라고요ㅠㅠ
간호사가 묻기를ᆢ "왜 이러는 건데요?" 그걸 누가 아냐고!!!!
설명이야 동반한 그 아짐니가 대답할 테고, 전 그 호흡 가빠하는 환자분께 집중해 차분히
"미안해 하지 말고 내 팔에 머리를 편히 기대고 몸에 힘을 빼고 큰 숨을 아주 천천히 쉬어요~ 천천히~ 그렇지 천천히 크게~~ 호흡을 고르게~ 그렇지 천천히~"
경련이나 마비가 오면 당황해서 과호흡이 되고 그러면 산소가 부족해 마비가 빨리 풀리질 않더라고요. 이건 순전히 제 경험^^;;
계속 목을 주무르고 머리를 쓰다듬어 지압을 해 주고 십자가를 조그맣게 가슴에 그으며 기도를 했어요.
그 사이 딸램더러 재빨리 물을 가져오게 해 천천히 조금씩 마시게 했더니 차츰 호흡이 돌아왔고 마비가 서서히 풀리더라고요. 아짐니 이마엔 온통 식은 땀 범벅이 되었는데 그제서야 보안담당을 시켜 휠체어 하나 갖고 온 간호사ᆢ 어이없었지만 병원 메뉴얼대로 처신했으리라 믿고 싶고요. 화도 안 났어요. 전들 어찌 하리ᆢ
(혹시 이 글로 인해 그 간호사에게 피해가 가는 걸 원치 않아요. 딸같은 나이던데ᆢ)
다급한 위기 상황도 일단은 지난 것 같고 제 차례도 되어 전 진료실 쪽으로 갔어요. 그 아짐니가 그 후에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간호사랑 말도 나누고 했으니 괜찮으시리라 믿어요.
딸램이 조심스레 말을 꺼내더라고요.
"옴마! 늘 느끼지만 옴마는 위급상황일 때 되게 냉철하고 침착해, 옴마 짱!"
"근데 걱정도 된다요. 요새 하도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서 옴마처럼 도와주다가 혹시 잘못 되면 덤탱이 쓸 수도ᆢ"
"얌마! 내가 그대한테 할 대사인 듯요. 내가 옴마냐? 그대가 옴마시냐? ㅋㅋ"
누군가를 도와야 될 때 그 외 나머지 것들을 생각하고 재다간 다 놓치는 법.
그 아짐니가 그 후에 제발 괜찮으셨기를 바라고, 어떤 상황에서든 차분하고 침착하게 대처하면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