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미국산 전투기 구입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미국과 우리나라가 공동 개발 중인 초음속 고등훈련기를 미 공군이 사는 방안을 제안했다. 미국산 전투기를 수입해 양국 간 무역수지 균형을 맞추면서 우리의 항공산업 발전과 자주 국방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일종의 ‘윈윈 카드’로 해석된다. 3일 복수의 고위급 채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30일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양국 정상 간 만찬과 회담을 진행하면서 우리 정부가 미국 전투기를 더 구매하는 대신 양국 협력사업인 고등훈련기를 미국 측이 구매할 의사가 있는지 타진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방안이 있느냐’고 놀라워하며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정상의 이 같은 협의 내용은 매우 실무적인 것이어서 이번 회담에서 결론은 나지 않았다. 따라서 향후 양국 고위급이나 실무급 채널에서 물밑 협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고등훈련기는 미국 록히드마틴과 한국의 항공우주산업(KAI)이 공동 개발한 ‘T-50A’다. 미 공군은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 등을 조종할 비행사 양성용으로 차세대 고등훈련기(APT) 구매입찰을 진행 중인데 1차 도입물량은 250대로 총 17조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록히드마틴-카이 컨소시엄’이 지난 3월 응찰을 위한 제안서를 냈다. 경쟁 입찰 업체로는 ‘미국 보잉-스웨덴 사브 컨소시엄’과 이탈리아 항공사 레오나르도가 주도하는 ‘팀 메카니카’ 등이 있다. 터키항공 등도 입찰 경쟁에 뛰어들었다. 입찰 결과는 이르면 올해 말께 발표될 예정이다. 한미 군사 전문가들은 사실상 록히드마틴-카이 및 보잉-사브 컨소시엄의 2파전 구도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T-50A 판매의 빅딜 대상으로 삼은 미국산 전투기 기종은 록히드마틴의 F-35나 보잉사의 F-15 최신형 버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우리 정부는 3차 차기전투기(F-X)사업의 일환으로 60대의 F-35를 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예산상의 제약으로 40대만 사는 데 그친 상태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