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글을 쓰고 무려 10개월이나 지났습니다.
우선 지난 글입니다.
번외-육아 아닌 글
이제 우리아들 무려 28개월입니다. 신생아 글쓴지가 어제같은데 이제 뛰어다니고 말도하고 막 그럽니다..
그럼 그동안 보고 관찰한 이야기를 써보겠습니다.
1. 언어생활
아이가 성장을 하면서 언어를 배우게 되는데요. 언어 실력 상승의 패턴이 그렇듯이 점점 늘어나는게 아니라 계단식으로 어느순간 훅 하고
늘어나고 비슷하게 유지되다가 또 며칠사이에 갑자기 훅 늘고 그럽니다.
엄마 아빠 맘마 딱 세마디만 겨우겨우 하던 아들이 어느순간 네, 안돼, 우유, 주세요 등을 익히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엄마랑 어린이집 가다가 참새를 보고 "안녕 난 xx야. (엄마를 가리키며) 얜 엄마야" 라고 인사도 하고,
엄마가 운전할거니까 카시트 타라니까 "아잉('아니' 를 이렇게 발음함) 아빠가 운전해. 엄마는 뒤에타" 라고 얘기합니다.
.....
이 시기에 매우 주의할 점은 애가 인간복사기 수준의 능력을 보여준다는 거죠. 지나가다가 무심코 한마디하면 그걸 기억했다가
비슷한 상황에서 그대로 활용합니다. 그래서 부모의 언어활용 모습을 아기에게서 볼 수 있다는거죠.
우리애는 제가 뉴스보다가 모 정부관계자의 뻘소리를 보고 무심코 내뱉은 "미chin" 한마디를 잘 기억했다가 뉴스인트로만 나오면
티비를 가리키며 "미chin" 을 외칩니다. OTL..
그것때문에 엄마에게 맨날 혼나다가(내가 ㅠ) 엄마가 며칠전에 실수로 돌+I 단어 썼다가 그대로 복사하는 바람에 피장파장 하고 말았죠.
아무튼 천사입에서 욕나오는거 듣기 싫으시면 조심하셔야 됩니다.
아이가 부모와의 대화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배우는 곳은 다름아닌 뽀로로 입니다.
육아를 하다보면 어쩔수 없이 만화를 틀어주게 되는데요.(안틀어주고 버티는건 거짓말이다!!!!)
뽀로로에 나오는 단어를 의외로 잘 활용합니다. 그러니 만화 틀어줄때 적절하고 좋은 만화를 틀어줘야됩니다.
엄마 좋자고 성인용 드라마 같은거 보면 알게모르게 애가 그대로 거기나오는 온갖 험한말 다 복사해서 사용합니다.
아이 장난감중에 뽀로로펜 이라고 펜을 책에 찍으면 그대로 말해주는 신기한 장난감이 있는데요.
우리애는 이걸 이용해서 언어가 크게 늘었습니다. 특히 과일 같은 것들 이름을 금방 알게 되더군요.
예전엔 그냥 가지고 놀더 물건들도 말하는 장난감이면 이제 대화도 하고 그러면서 언어생활이 쭉쭉 늘어납니다.
바르고 고운말을 쓸수있게 옆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돼요.
2. 책보기
요즘 수백만원짜리 책들이 인기인데요.
돈없음.
그냥 싼거사세요. 엄마들 까페에 들어가서 잘 살펴보면 3만원, 8만원 이런 금액으로 열몇권짜리 좋은 책들 살 수 있습니다.
수십권짜리 시리즈? 그걸 과연 다 읽을까 후후 그냥 적당하고 좋은 책을 사서 읽어주면 됩니다.
책이 별 필요 없을것 같지만 의외로 꽤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조금씩 말문이 트이고, 주변에 대해서 이것저것 흥미가 생길때쯤 이리와 하면서 끌어안고 그림책을 읽어주면
나중에는 참 좋아라 하고, 심지어 혼자 보면서 웅얼대며(한글도 모르면서) 놀기도 합니다.
책에서 본걸 활용하는 속도도 점점 빨라지구요, 본인이 좋아하는 책도 확실히 생깁니다.
우리애도 본인이 좋아하는 책이 30-40권 중에 당근책, 소방차책, 카레책 같이 몇개 있는데 그거 맨날 꺼내와서
이거 읽어줘 하고 들이밈
그럼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하루에 세번씩 몇달째 읽고 있음. 물론 동화 구연하듯이 과장하면서, 내용에 대해서
질문도 하고 대화도 하면서 하루에도 몇번씩 읽어줍니다.
다만, 책읽기의 확실한 원칙은 교육 목적이 아니라 놀이가 목적이라는 것이고, 애가 싫어하면 안읽고,
본인이 해달라면 해줍니다. 그리고 읽을때 원칙은 읽는건 동화구연 형태로, 그림과 내용에 대해서 대화하면서 입니다.
이게 맞는지는 모릅니다. 그냥 내가 그러고 있다는거임.
3. 안 돼
애를 키우면서 하루에도 수십번 하게 되는 말이 바로 "안 돼" 이거죠.
그래서 애도 엄마 아빠 맘마 다음으로 안돼 를 배운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어차피 36개월 이전엔 혼내도 본인이 왜 혼나는지 모르니 혼내면 안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하는거 보면 또 아닌거 같기도 함...
말 알아 듣습니다. 위협이 아니라 대화로 해도 알아들음..
단지 본인이 듣기 싫어서 안듣는거일뿐 알아듣는건 확실한거 같습니다.
저는 애가 기어다니기 시작할때부터 확실한 안돼의 원칙을 정했는데요.
첫째, 안전에 위협이 되는 행동은 금지
둘째,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금지
이거 두개가 대원칙입니다.
예를 들면 같이 걸어가다가 아파트 단지내에서 차도로 내려가서 걸어가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입니다.
물론 갈구거나 혼내는게 아니라 처음엔 대화로 시작하죠.
" 여기는 빠방들이 다니는 길이라서 위험해('위험'을 강조해서 말함). 그러니까 여기로 가야되는거야. 차도는 걸어가면 안돼"
보통 여기서 오케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래도 내려가려고 하면 번쩍 들거나 해서 절대로 못가게 막습니다. 그러면 울거나 짜증내거나 시작하죠.
여기서 지지않고 차분하게 끝까지 설명합니다. "아빠가 다른건 허락해도 위험한건 안된다고 했지? xx이 아야할까봐 그러는거야"
그러면 보통 울다가 지쳐서.. 혹은 포기하고 수긍합니다.
이런 사례가 계속 반복되면 위험한 부분에 대해서 미리 얘기하면 그 행동은 아빠가 절대 허용안한다는 사실을 본인도 알기때문에
위험해서 안돼 라는 얘기가 나오면 그 행동은 바로 안합니다.
이게 발전돼서 요즘엔 식당에 가서 "xx야 저기있는 난로는 엄청 '아뜨' 야 그러니까 절대로 가까이가면 안돼. 진짜 위험한거야 알았지?"
라고 서너번 반복해서 다짐을 받으면 근처에 절대로 안갑니다.
일단 이게 먹히려면 다른부분에 대해서는 허용을 해줘야 됩니다. 저희는 뭐 니가 맘대로 사는게 지금 아니면 언제겠냐 맘대로 해라 하면서
왠만한건 그냥 내버려둡니다. 본인이 위험한건 알고 근처에 안가니까 냅두는거죠.
예를 들어 스케치북에 신나게 낙서하다가 바닥에 크레파스로 칠하면 "에이 그림은 스케치북에 그려야지~" 하면서 물티슈 가져와서
슥슥 지우면서 애도 한장 쥐어주고 같이 지우자~ 하면 본인도 신나서 지웁니다.
요샌 본인이 스케치북에 그리다가 삑사리나서 바닥에 묻으면 알아서 물티슈 뽑아와서 본인이 지움..(잘 안지워지면 아빠소환. 아빠~ 지워줘~)
두번째는 타인에게 피해주는 건데요.
일단 사람, 동물에게 때찌때찌는 절대 금지. 장난삼아 아빠한테 살살 손 대면서 때찌~ 하고 노는건 봐주고 있으나
아빠를 제외한 누구에게도 때찌는 금지입니다.(엄마도 안됨)
처음부터 강력하게 금지했더니 어린이집 다니는 요새도 힘으로 밀어내거나 물건을 안뺏기려고 붙잡고 당기는건해도
누굴 때리거나 할퀴거나 하는건 절대 안한다고 하더군요. 다른애한테 맞거나 꼬집혀도 가르쳐준대로 말로 "저리가!" 하고 피하는 착한아들
그 외에 공공장소에서 떠들거나 하는건 대화는 허용, 크게 소리지르는건 아이에게 잘 알려줍니다.
"xx야. 그렇게 크게 소리지르면 다른사람들이 아~ 시끄러~ 하고 싫어해" 라고 반복해서 학습시킵니다.
물론 기본은 애초에 조용한 에티켓이 필요한 곳에 안가는거죠... 솔직히 애한테 뭘바래.. 그런데 끌고온 부모가 잘못한거여.
요샌 심지어 KTX 도 유아동반석이라고 애들 데리고 타는 칸이 따로 있습니다. 어디 갈일 있으면 그거타면 돼요.
누워서 목도 못가누고 울기만 하던 콩알만하던 아들이 언제커서 나하고 대화를 하고 있나 싶어 감개가 무량하기도 하고,
산책하는데 나보다 체력이 훨씬 좋은 아들때매 고생이기도 하지만 어쨋거나 아들 얼굴보고 있으면 내새끼라 그런지 참 이쁘긴 합니다. 살맛남
근데..
근데....
3달있다 둘째나옴..
...... ㅠㅠ
다행히 딸이라 아들보단 쉽게 키운다는 말이 있긴하던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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