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영화보고 돌아가는 길에 저희 집 빌라 앞 차도 한가운데에 허연게 덩그러니 놓여있길래 설마... 하면서 달려가보니 그 설마가 맞더라구요 아니길 바랬는데
야옹아... 불러보니 대답없이 가만히 있어요... 들어올리니 몸을 부르르 떨더라고요 몸도 안 차갑고 따뜻했어요 아직 죽진 않았나보다... 지금 바로 병원으로 데려가면 살릴 수 있을까 내가 지금 돈은 있나 택시기사가 안태워 주면 어떡하지 생각하는 도중에 목이 픽 넘어갔어요 혹시 몰라서 숨쉬는지 봤더니 배가 들어갔다 나왔다를 안해요 흔들어봐도 이젠 아무 반응도 없고...
내가 조금 만 더 빨리 집에 왔었으면 살릴 수 있었겠지 하면서 자책도 하고 그러게 왜 너도 찻길로 다녔냐고 죽은 냥이 앞에서 엉엉 울면서 혼내기도 했어요 전에 제가 키우던 냥이도 로드킬로 죽었거든요 오래살으라고 장수라고 이름지어줬었는데 만난지 이 주만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어요 슈렉고양이랑 정말 똑같이 생긴 애였는데
울다가 정신차리고 냥이는 화단으로 옮기고 집에 들어가 모종삽이랑 톱밥들고 나와서 땅을 팠어요 땅파면서도 혹시나 해서 계속 냥이가 숨쉬는지 확인했어요 숨은 계속 안쉬었어요 땅에 묻을때도 혹시 몰라서 머리부분은 남겨두고 몸부분만 묻었는데 야옹 한마디도 안하데요 야옹아~ 하고 불렀는데도 대답없기에 머리도 묻었어요
땅 부풀지 말라고 꾹꾹 밞아주고 길고양이 생활 하면서 힘들었을텐데 가면서 먹으라고 사료랑 멸치랑 물이랑 뿌려주고 왔어요
냥이가 생긴게 전에 밥챙겨주던 길고양이중에 흰둥이라고 이름붙여준 애가 한명있었는데 걔랑 비슷해서 흰둥이 생각도 계속 나네요 흰둥이는 항상 누렁이랑 붙어다녔는데 어느날 갑자기 없어져서 궁금하다 어디서 어떻게 살고있을까 설마 오늘 묻어준 냥이가 흰둥이는 아니겠죠? 만약에 흰둥이면 누렁이는 어떡하죠... 흰둥이는 아닐꺼에요 흰둥이보단 꼬리가 짧아보였으니까
이제 또 아침마다 땅 밞아주러 나와야겠어요 시체가 부풀면서 땅도 같이 부풀거든요 화단에 이제 다른 애들 묻어줄 자리도 없어요 빌라 앞에서 로드킬이 자주 일어나서 자주 묻어줬거든요 장수도 거기에 포함해서... 그러니까 이제 빌라 앞 차도에서 아무 동물도 안 죽었으면 좋겠어요
같이 좋은 곳 가라고 기도해주세요
다음에는 부자집 고양이로 태어나서 사랑받고 자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