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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에 대한 주저리 주저리
게시물ID : soccer_1370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abrielsOboe
추천 : 14
조회수 : 1650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5/02/15 23:49:46
최근 호날두의 부진으로 말이 많네요.  비록 메시의 팬이지만, 호날두 역시 라이벌로 좋아했던 만큼 관심을 가지고 나름대로 생각을 말해 보고자 해요. 


 1. 윙어 호날두, 골게터 호날두  

포메이션 상 위치로 호날두는 윙어죠. 하지만 역할은 클래식 윙어들과 크게 다릅니다.  
호날두는 2000년대 중후반 이후 새롭게 탄생한 유형의 윙 포워드입니다. 리베리, 로벤, 메시, 베일 등 많은 선수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스타일이 독특하고 획기적이라 할 수 있겠네요.  

호날두의 역할은 오로지 골에 집중 되어 있는 게 특징입니다. 
 속공 시 기본 위치인 왼쪽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빠르게 쇄도하여 상대 수비를 따돌린 뒤, 골을 넣는 게 기본이죠. 
(상대에 따라 오른 쪽으로 스위칭 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세트피스에서도 무시무시한 서전트 점프를 바탕으로한 헤딩, 자유자재의 양발 대포알 키킹, 무각에서도 때려넣는 각도기 샷.


2. 왜 사이드에서 출발하는 걸까?

호날두의 골결정력은 누구나 알듯 최고입니다. 메시를 제외하고는 근 5년간 호날두보다 골을 많이 넣는 선수가 없죠.  하지만 상식적으로 팀의 골게터는 중앙에서 플레이 하는 게 맞아요. 
왜 호날두는 중앙 공격수로 기용되지 않을까요?   

이유가 있습니다. 

첫 째로, 현대축구에서 공격의 흐름이 많이 바뀌었다는 거에요.
수비 전술이 상향 평준화 되면서 이제는 빅리그 어느 팀이건 수준급 수비를 선보입니다. 거기다 오프사이드 룰의 개정으로 인해 오프사이드 트랩을 이용하는 팀들이 많이 사라졌죠.
이제는 중앙을 두텁게 세우고 안정적으로 플레이하는 팀들이 많습니다.
(인자기처럼 라인 깨부수는 공격수가 현대에선 더이상 나올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둘 째로, 호날두의 개인 전술이 기대 이하였습니다.
와일드한 타겟터들 처럼 수비수들에 버텨내는 피지컬도, 좁은 지역을 돌파하는 개인기도 약간 모자랐죠. 호날두가 이런 플레이를 못 한다기 보다는, 언제나 우승을 노리는 레알 마드리드에게 만족 할 수 없는 기량이었다는 거죠.  사실 무리뉴 때에 중앙 공격수로 기용을 안 해 본 건 아닙니다. 그런데 혹시나가 역시나였죠. 호날두는 자주 고립되며 본인의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죠.  

결국 다시 윙으로 돌아갔고요.
 

3. 호날두의 딜레마

그런데 호날두의 스타일은 팀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피곤하단 말이죠. 수비 가담도 안 하고 패스를 주고 받아 주지도 않아요. 아니, 못해요.  

왜냐? 호날두가 무서워지는 속공 시 최대의 효율을 갖추려면 체력 비축과 위치 선점, 타이밍 대기가 필수이기 때문이죠. 언제든지 튀어나갈 수 있게요. 미식축구의 러닝백 같다고나 할까요?

호날두를 위해 나머지 9명은 큰 희생을 치르는 셈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골을 넣어주고, 승리를 가져다 주니까요. 그게 축구의 전부죠. ㅋㅋㅋ 


4. 호날두의 변화
 
그러던 어느 날 호날두에게 변화가 찾아옵니다.  부상으로 실망스런 월드컵을 보낸 호날두가 라리가 14-15시즌부터 패싱 플레이를 장착해서 나타난거죠.  

벤제마와 주고 받는 원투패스에 의한 돌파는 정말 예술이더군요. 호날두가 한 단계 진화한다고 느껴졌습니다.  한 편으로는 호날두도 나이가 들었구나 싶었죠. '신체 능력이 저하를 대비하기 위해 이런식으로 활로를 찾는구나.' 하고요.
솔직히 감탄했습니다. 


5. 예기치 못한 부진

영광의 발롱도르 2회 수상, 15년의 해가 밝았습니다. 그리고 호날두에겐 그림자가...

몇 경기를 pk로 간간이 명맥만 유지하던 골 기록. 그 와중에 상대선수를 가격하고 맙니다. 어쨌거나 돌아온 호날두는 정말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줍니다.

6. 무엇이 문제일까?  

- 팀 밸런스 붕괴

공격진을 함께 하는 하메스의 이탈, 확실한 미들 플레이어 모드리치, 크로스의 공백은 생각 보다 컸습니다. 페페, 라모스의 부상으로 인한 수비 붕괴는 공격진에게 큰 부담을 주었고요.  14년도 레알 마드리드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감 있는 미들진을 기본으로 한 막강한 화력이었죠.  사실 호날두의 스텟은 여기서 이득을 많이 봤어요. 벤제마, 이스코, 베일, 하메스 등이 워낙 공격력이 출중했기 때문에 상대 수비는 호날두에게 집중하지 못했거든요. 거기다 그들이 만들어주는 pk, 전담 키커는 단연 호날두. 호날두처럼 정확한 슈팅만 있다면 스텟을 쌓기 위해선 최적의 조건이었죠. 
이것이 15년들어 갑자기 붕괴된 겁니다. 레알 벤치가 아무리 강하다지만, 비주전 선수들이 급히 공백을 막으려 하다 보니 경험 부족이 여실히 드러나고요.

-호날두의 운동능력 저하
호날두가 연계를 시작한 대표적인 이유라고 봅니다. 예전에 비해 수비수를 따돌리고 질주할 수 있는 능력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본인이 가장 달 알테니까요.

이게 호날두 본인에게 굉장히 안 좋은 일이라는 걸 우린 잘 알고 있습니다. 맨유 시절 애슐리콜처럼 빠른 윙백에게 지워지는 일이 종종 있었으니까요.  이젠 그 애슐리콜이 많아진 느낌이려나요...ㅠㅠ

게다가 호날두가 역습의 황제역을 자처했다는 사실을 안다면...이건 정말 씁쓸하죠.

 - 조급한 호날두
호날두가 이처럼 슈팅 난조를 보였던 적이 있을까요? 수년 전 레알을 떠나니 마니 했던 시절보다 훨씬 심각한 것 같습니다. 

모든 스타플레이어들이 마찬가지겠지만 호날두는 욕심이 많은 선수입니다. 늘 골에 도전하고 승부욕에 불타죠.

때론 이 욕심에 조급해지는 것 같습니다. 요즘 호날두를 보면 슛 타이밍, 세기 조절, 방향 모두 감을 잃은 것 같아요.

우린 토레스, 세브첸코 등 특급 공격수들이 심리적 요인 때문에 무너지는 걸 종종 봤죠.
몸이 기억하는 킥은 한 번 갖고 있다면 쉽게 잊기 어렵습니다. 이게 안 된다는 건 심각한 부상 or 심리적 붕괴죠.  

그러고보니 호날두에겐 건초염이 있군요.
이것 때문이라면 경기를 강행하는 호날두에게 더 안 좋은 영향이겠군요.


7. 호날두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축구선수가 신체적으로 하락 하는 것은 막을 수 없습니다. 누구나 에이스에서 물러나게 되고요.

84년생 호날두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사실 아직까지 에이스 노릇을 하는 게 대단한 겁니다. 고작 호날두보다 두어 살 많은 선수들이 줄줄이 은퇴하곤 하니까요.  

개인적인 바람으로 호날두는 '팀 플레이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본인이 무언가를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버리고 말이죠.

바로 지난 데포르티보전을 봤습니다. 레알 역습 기회에서 호날두가 벤제마의 위치를 침범 하더군요. 약속되지 않은 플레이인지 위치가 겹치니까 벤제마가 얼른 왼쪽으로 이동했습니다. 공격은 호날두가 날려먹고...ㅠㅠ

아, 이런 플레이야 말로 팀플레이를 해치는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조금 더 여유롭게, 동료들을 믿으면서 플레이 하면 어떨까요? 

지금 안 된다고 조급하지 말고, 시즌 초 벤제마와 보여주던 기가막힌 호흡! 다시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잘 하던 선수가 어느 날 아침에 추락해 버리니 아까워서 야밤에 주저리 주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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