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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제도와 관련하여 개인적인 생각
게시물ID : sisa_9631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제길
추천 : 4
조회수 : 603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7/06/30 01:4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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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재수생을 가르치고 있는 입장인 제 주관이 담겨있는 글입니다. 생산적인 논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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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교육정책중에 가장 이목이 주목되었던 것중 하나가 아무래도 수능 절대등급제라고 생각합니다. 김상곤 후보자가 수능 등급제를 시행하고자 하는 취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교육 선진국에선 우리처럼 수능시험을 보는 나라가 거의 없다.
2. 수능은 입시 과열과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수능 절대 평가 전환이 필요하다.
3. EBS연계정책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
(출처: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18&aid=0003862739)

하지만 이에 대해서 저는 조금 찝찝하다는 인상을 지울수가 없네요. 그렇게 느낀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고등학교 입시가 아니라 오히려 초등학교나 중학교 사교육이다.

사교육비 총액은 178,346억원입니다. 이중 초등학생은 75.287억원, 중학생은 52,384억원, 고등학생은 50,675억원으로 고등학생 비중이 제일 적습니다.
1인당 사교육비는 초등학생 23,1, 중학생은 27,5, 고등학생은 23,6만원으로 중학생이 훨씬 상회합니다. 반면 사교육 참여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8.6, 중학교는 39.7, 고등학교는 47.1만원입니다. 참여시간은 초등학생이 제일 높고 고등학생이 제일 낮습니다.
(출처:통계청 2015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보고서)

이 통계를 조금 분석해보면 고등학생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높은것은 개인과외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는 학습지 비중이 고등학생보다 높고, 고등학생은 개인 과외 비중이 높아 그렇기 때문에 사교육 참여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고등학교가 높습니다. 이를 제하고 사교육비와 관련한 지표는 대부분 초등학교, 중학교>고등학교라고 보셔도 무방할 듯 싶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수능'이라는 시험 자체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입시제도의 모든 포커싱이 수능으로 향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교육정책이 정권마다 바뀌는 것이 가능하다보니 아무래도 단기간 내에 임팩트 있고 확실한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수능'이란 시험을 건드리고 있다는 인상을 저는 계속해서 받습니다. 

2.수능은 과연 부정적인 측면만 있을까?

두번째 드는 의문은 과연 수능은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물론 부정적인 측면은 "시험 한번에 인생이 좌우된다", "교육 평가하는데에 있어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것도 있는데 이러한 점을 측정하는 데에는 좋지 않다" "강남목동 등 몇몇 학권에서 유리하다" 등등이 있겠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수능만으로 학생들을 줄세워 학생들의 잠재력을 파악할 수는 없는 시험입니다. 또한 수능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수학 능력'만을 측정하기 때문에 창의성을 요구하는 시대에 창의력을 지닌 학생들을 뽑을 수 없다는 점에도 동의합니다.

일단 저기 나열한 단점들에 대해서 납득하지 못할 것들을 조금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은 평가원에서 2013학년도 수능을 보고 발표한 2013학년도 수능시험 시도별 표준점수 발표 자료 입니다.


수능 표준점수.png
보통 생각하기에 서울이 가장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제주도가 가장 높은 점수를 보였습니다. 물론 '대체로'높은 편이긴 하지만 가장 낮은 인천이 95점대 전후, 가장 높은 제주가 104라는것을 감안한다면 서울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평가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대치동' '목동'과 같은 학원 도시에서 통학하는 친구들만이 누리던 사교육이 인강의 발전과 EBS 수능강의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어느정도 형평성을 확보했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간에 교육격차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것을 제외하고도 수능은 과연 단점만 남은 시험일까요? 사실 장점도 역시 많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패자부활전'이 가능하다는 점, 아직 우리나라 사회는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 '수능'이라는 시험을 통한 객관성 신뢰성 공정성의 확보, 대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그렇게 반기지 않는 학종등이 그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하나씩 부연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1 패자부활전?

요즘 입시는 수시가 75%, 정시가 25%수준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러다보니 학생부, 내신이 굉장히 중요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실제 고등학교 현장에서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망친 학생들은 오히려 내신을 포기한다고 합니다. 다시말해, "난 이제 수시 전형은 끝났으니 정시에 올인이다"고 하면서 내신을 되려 포기하게 되는 현상이 생기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선생님인 저의 입장에서는 "내신 포기하면 갈 수있는 대학보다 낮게 가니까 매달려라"고 조언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마음에 와닿지는 않는 조언이겠죠. 이뿐만 아니라 신문기사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다룬 것이 있으니 링크를 첨부해 드리겠습니다.(http://www.nocutnews.co.kr/news/4806095)

2-2 우리나라 사회는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이 가능하다.

이것은 다른 고시제도 폐지와 연결되는 얘기라고 봅니다(실제로 고시를 폐지하지 말라는 주장도 여기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즉, 고시제도는 사람을 폐인으로도 만들지만, 폐인으로 만들수 밖에 없는 이유는 성공하면 계층이동에 성공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부모님들도 자식들이 좋은 대학을 가기 원하고 바라는 것이겠죠. 아직은 우리나라에서는 계층 이동이 가능하다고 믿는 수단중 가장 '쉬운'편이 바로 수능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요즘 같이 청년실업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대학교 타이틀도 취업을 보장해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어느정도'는 보장해준다는 점에서는 아직 유효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2-3 '수능'이라는 시험이 지닌 성격

또한 수능은 '줄세우기식 시험'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만 동시에 강점도 생기는 시험입니다. 점수가 나오면 그 점수대로 대학을 진학하면 되는 것이죠. 그 점수에 대해 논란은 '수시'에 비하면 적고 부작용 또한 적습니다. 게다가 학교나 학원 현장에서도 정시로 해서 대학을 가면 납득을 하지만 수시로 붙으면 운, 요행으로 보는 경향은 아직도 강합니다. 이는 오히려 수시 합격 기준이 모호하고 객관적이지 않다는 학생들의 생각이 반영된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수능은 모든 수험생이 치는 일괄적인 시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평가 기준으로 평가를 하다보니 시험 결과를 납득하는 데에는 더욱 효과적입니다. 

2-4 '대학교, 고등학교에서 그렇게 반기지 않는 학종'

(이부분은 제가 다닌 대학교와 고등학교에서만 조사한 것이므로 표본수가 너무 적어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으나 하나의 근거로 쓰기엔 적당하다고 생각해서 넣엇습니다. 다른 학교의 입장도 첨언해주시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기사도 잘 못찾겠더라고요)

대학교는 그렇다치더라도 고등학교에서조차 수시, 학종이 강화된 현실을 그렇게 달가워 하지는 않았습니다. 각 학교별로 그 입장을 제시해드리고자 합니다.

대학교에서는 아무래도 '수학능력'을 검증 받지 않은 학생이 오다보니 대학교 수업을 벅차하는 경우가 많거나, 아니면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자꾸 쉽게, 더 쉽게 가르치려다보니 대학교에서 배워야 할 전공 기초도 수업하기 버거워하시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또한 학생들의 기초 이해력이 떨어지다 보니 교재나 수업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물론 이것이 정시비중이 낮아진 것과 어떻게 연결 지을수 있냐고 반론 하실수 있습니다. 저도 '정시비중이 낮아졌다->애들 이해력이 떨어진다' 는 명제에는 100%동의 할수 없습니다. 다만 전체적인 경향은 '정시 비중이 높았던 시기에 입학했던 학생들이 이해력이 좋다'고 대학교 교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고등학교에서는 오히려 학생부가 중요해지다보니 학생들도 불편하고 선생님들도 불편하다고 합니다. 대학교를 가기위해선 속된 말로 '스펙'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이게 교외 경시대회 같은 것을 넣을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학교에서 수많은 '교내 경시대회'를 만들어 스펙을 만들어주는 경우도 많아졌고, 좋은 대학을 갈 싹수가 보이는 학생들을 위한 '학종 만들어주기'의 위험도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앞서 언급했듯이 시험을 못본 다수의 학생들의 무기력을 끌고 수업하시기가 너무 힘들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살펴보았듯이 수능에는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존재합니다. 그렇다고 수능 비중을 높이는 것이 답이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는 단지 문재인 정부가 수능 절대평가제에 실효성을 얻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대학교 서열, 학벌주의 이놈입니다.

결국 모든 학생들이 대학교 입시에 매달리는 이유는 바로 이놈입니다. 대학교 타이틀이면 어느정도 문제를 해결해주는 현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은 죽자고 대학교를 잘가기 위해 매달리는겁니다. 따라서 이놈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어떠한 입시정책이 나오던간에 기형적인 사교육뿐만 아니라 기형적인 대학 입학 전형은 계속해서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대학교 입장에서는 당연히 우수한 인재를 뽑고 싶어 할 것이고, 학생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좋은 대학을 가고 싶어 할테니 지원자는 많아지고. 결국 대학교 입장에서 수많은 지원자를 추려낼 방법은 무엇인가는 의문이 발생합니다. 본고사? 논술? 어쨌든 사교육의 증대를 가져올 뿐이죠. 추첨제? 추첨을 하게 되면 과연 학생, 학부모들이 받아 들일 수 있을까요? 오히려 이것을 통해 사회적 혼란과 이를 악용한 편법들이 등장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그렇다면 이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교육적 비전은 무엇이 있는가, 김상곤 교육부총리 후보자는 어떠한 의견을 피력했는가. 안타깝게도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못한 청문회였다고 봅니다(부분 부분봐서 놓쳤을 수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다 보신 분들의 첨언을 기다립니다). 조금 더 김상곤 후보자의 철학, 신념, 비전을 확인 할 수 있는 청문회가 되길 바랐는데... 역시 야당이었습니다.

3.끝으로

갑자기 쓰고 싶게 되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조금 즉흥적으로 쓰긴 했지만 최대한 자료에 기반하여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교육정책도 '정답'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저의 견해 또한 '정답'이 될 수는 없죠. 다만 정치라는 것이 '각자의 의견을 잘 조화시켜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고, 그 정치라는 것을 잘 실현 시켜줄 정부, 개인이 말하는 의견을 잘 들어줄 정부가 탄생했기에 '이러한 의견도 있구나'는 관점으로 이 글을 봐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생산적인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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