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는 매운 걸 적당히 잘 먹지만 별로 즐기진 않고, 밀떡보다 쌀떡을 선호하는 취향입니다.
때문에 엽떡 같은 건 도전해본 적도 없고, 죠스는 가끔 땡겨서 먹지만 매워서 먹고 나면 언제나 후회하고
아딸, 올리브 떡볶이 정도를 적당하게 생각하는 입맛이에요.
하지만 체인점 떡볶이들은 모두 그닥 좋아하지 않는 편이에요.
무튼 평생 먹은 떡볶이 중 맛있었던 떡볶이집을 추천해보려구요. 은근 입맛이 까다로운 편이라 몇 곳 안돼요.
홍보 같아 보일까봐(이미 홍보성 글인가?), 그리고 사진 찍고 먹는 타입이 아니라 사진이 없는 점 양해 부탁드려요.
읽어보시고 꽂히는 집 있으시면 네이버에 쳐보시면 사진이 다 뜰거에요.
떡볶이집이니만큼 뭐 굳이 멀리서부터 찾아가시진 마시구(부담스러움) 근처갈 일 있으시면 드셔보세요.
1. 서울 상도동 오시오 떡볶이 - 다소 긴 밀떡 & 달달한 국물 떡볶이
유명해서 아시는 분들도 꽤 계실 이 집은 제가 꼽는 넘버원 떡볶이 맛집이에요. 제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떡볶이집.
제가 저 동네 토박이라 한 9살 10살 때부터 저 떡볶이를 먹었는데요. (50년된 떡볶이집임.)
원래 할머니가 혼자 하셨었는데 특이한 맛은 아니었고 싸고 양이 엄청엄청 푸짐하기로 유명한 집이었어요.
근데 예전엔 이 가게가 엄청 더러워서...깔끔떨던 초딩인 저는 이곳의 떡볶이를 그닥 즐기지 아니하였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할머니의 사위인 아저씨가 물려받아서 떡볶이 스타일이 좀 바뀌었어요.
국물있는 달달한 떡볶이인데, 떡이 양념 안배인 것처럼 허여멀건하게 별로 맛없게 생겼습니다. 근데... 맛있어요.
양도 줄어들었어요. 할머니 시절에 비하면 정말 창렬해졌죠... 하지만 맛있어져서 저는 만족스러워요.
특히 여기는 떡볶이보다도 떡볶이 국물과 일체가 된 야끼만두가 짱입니다.
스타일 바뀌고 유명세를 타서 가게가 리모델링을 거쳐 많이 깔끔해졌어요.
그래봤자 그 리모델링도 거의 15년 전에 시멘트로 대충 바른 거지만...
암튼 여기는 제가 10년 넘게 다니면서 약 10명에서 20명의 친구들을 데려갔는데 감탄하지 않은 애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근데 인터넷 찾아보면 입맛에 안맞는다는 분들도 계시긴 하대요...뭐 저희 부모님도 아빠는 엄청 좋아하시는데 엄마는 안좋아하시긴 해여.
건강식품 좋아하고 조미료 아예 안드시는 엄마는 미원맛이라고 안좋아하세요ㅋㅋㅋ(실제 미원을 넣는지는 확인된 바 없음.))
그리고 이집이 매우 맛집스러운 게 아저씨가 공무원 마인드세여. 떡볶이 장사로 큰 돈 벌 맘 없으시다 해야되나.
주말은 안열구요. (토요일 오전에 잠깐 여나? 모르겠어요.) 평일은 늦은 아침부터 한 네다섯시까지밖에 안열어요.
그래서 백수나 초딩 아님 먹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어여.
뿐만 아니라 여긴 손님이 왕이 아니라 주인 아저씨가 왕이에요. 아저씨가 장사를 거의 취미로 하는 수준이셔서...
다소 불친절하시고, 야끼만두도 잘 추가도 안되고 성인은 인당 1인분씩 꼭 시켜야 되고 뭐 룰이 많아여. ㅋㅋㅋ
근데 뭐 아저씨의 특이한 마인드 덕분인지 유명해져도 절대 가게 확장도 안하시고 인테리어도 안하시고 덕분에 맛도 변하지 않아요.
2. 서울 대학로 나누미 떡볶이 - 살짝 매운 쌀떡볶이의 정석
요기는 aka H.O.T 떡볶이라고도 불리는 곳인데, 옛날에 H.O.T가 왔었다나봐요. 근처에서 몇개월 일했었는데 맛있어서 자주 먹었어요.
일 그만 두고도 생각나서 일부러 간 적도 한 번 있어요. (집이 멀어서 두 번 갈 정도는 아니고...근처 갈 일있음 꼭먹는 정도에요.)
쌀떡볶이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쌀떡이 다른 곳보다 우월한 건 아니고 다른 떡볶이 집이랑 떡은 비슷한데요.
양념이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절대 다른 떡볶이 집에선 맛볼 수 없는 비범함이 있어요. 아마 고추장이 맛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나이 먹고 안 집이라 그렇게 할 얘기가 많진 않네요.
이 집은 일하시는 아주머니들도 친절하시고, 24시간이며, 카드도 돼요.
건너편에 '나누미 즉석떡볶이'라고 자매로 즉석떡볶이집이 생겼었는데, 안간지 꽤돼서 지금도 있나 모르겠네요.
나누미 즉떡은 오픈하자마자 한 번 가고 이후로 안갔었는데, 제가 갔을 땐 나누미 떡볶이의 명성이 무색할만큼 별로였어요.
그리고 그 집에서 즉떡 먹다가 핸드폰 떨어뜨려서 아이폰4 뒷면이 깨졌던 슬픈 추억이 생각나네요.
바닥이 대리석처럼 딱딱했었어요... 그러니 이 집 가면 폰 안떨어뜨리게 조심하세여...ㅠㅠ
3. 부산 다리집 떡볶이 - 맛없게 생겼는데 맛있는 가래떡 떡볶이와 쩌는 오징어 튀김 콤보
부산에서 유명하다고 해서 부산 여행 갔을 때 갔던 다리집 떡볶이에요. 몇 년 전에 가고 부산 갈 일이 없어서 간 지 한참됐는데
지금도 유명하고 양념을 판매할 정도니 제가 갔을 때랑 맛이 변하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맛있었어서 아직도 가끔 생각나요. 지금 이 글 쓰면서도 다리집 떡볶이가 제일 땡기네요. 위에 두 집은 가고 싶으면 언제든 갈 수 있어서 그런가?
여기 쓴 떡볶이집중에 제일 넓고, 제가 가 본 떡볶이집들 중에서도 신당동 즉석떡볶이집들 제외하면 가장 큰 집이에요.
매우 크고 뭔가 옛날 학생식당 느낌이 나는 인테리어였어요.
저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저는 떡볶이 덕후여서 떡볶이 비주얼만 보고도 맛을 판별하는 습관이 있어요. 하도 사먹어봐서 그렇겠죠.
근데 처음 다리집 떡볶이를 봤을 땐 비주얼이 실망스러웠어요. 제가 매우 싫어하는 진해서 검게까지 느껴지는 고추장색+과도해보이는 물엿
느낌의 비주얼이었거든요. 웬만한 지하철역 앞 노점상 떡볶이들이 거의 다 그 비주얼인데 그 떡볶이들이 다 맛없었어서 저는 그 비주얼을 싫어해요.
게다가 파하나 없는 구성이 매우 정없어 보였어요. 그냥 딱 통째로된 가래떡에 양념만 얹어져있거든요.
대체 파도 없이 무슨 맛을 냈다는 것일까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맛이 반전이었어요. 너무 맛있었어요. 오래돼서 미화된 걸 수도 있지만 먹었을 때 놀랐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나요.
게다가 떡이 진짜 방금 찐 느낌의 말랑말랑 가래떡이라 해야하나. 그래서 다리집은 떡빨도 엄청 큰 것 같아요. 아마 '100%' 쌀떡이 아닐까 싶어요.
통으로 나오는 가래떡을 잘라서 먹는 건데, 맵기도 적당히 맵고(별로 안매웠어요.) 달기도 적당히 달았어요.
인기가 많아서인지 양념만 따로도 팔더라구요.
근데 여기는 떡볶이 말고도 오징어 튀김도 짱이었어요. 무슨 대왕오징어를 잡으셨는지 진짜 큰 오징어 튀김인데, 제가 태어나서 먹은 오징어 튀김중에
제일 맛있었어요. 매우 큼직큼직하고...매우 커요. 떡볶이 양념에 찍어먹으니 환상적이었어요.
꼽사리
이 세 곳에 비견할 정도는 아니지만 덜 알려진 맛집 중에
4. 서울 이대앞 빵사이에 낀 과일 - 소고기 떡볶이(모짜렐라 치즈 추가) - 쌀떡
몇년 전에 비해 소고기도 흔적밖에 찾아볼 수 없고(옛날엔 소고기가 꽤 크게 집어먹을만한 크기로 있었는데, 요샌 소고기 후레이크 뿌린 느낌이더군여...)
가격도 비싸며, 양도 적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처에 갈 일 있는 떡볶이 덕후는 한 번쯤 드셔보시라고 하고 싶은 게,
맛있어요. 애초에 파는 것 중에 소고기가 들어가거나 모짜렐라 치즈 얹어서 전자렌지에 돌려주는 떡볶이 자체가 흔치 않으니까요.
맵지 않고 달달한데 되게 집에서 엄마가 해준 떡볶이 느낌이 나요. 소소한 여학생 입맛이랄까. 떡도 조그맣고 그냥그냥 맛있어요.
그리고 이 집은 이름에서 아실 수 있듯 샌드위치가 전문인데 미니미니한 샌드위치도 괜찮고, 오레오쉐이크도 괜찮아요.
아주머니 혼자 하시는데 친절하시고, 이대앞이라서인지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이에요.
이상입니다.
떡볶이 먹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