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7살의 고교생으로 현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인 A선수가 음주 사고를 일으켜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국가대표 에이스 신다운이 후배 폭행 파문으로 올 시즌 모든 경기에 출전 금지를 당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악재가 터져 쇼트트랙 대표팀 관리에 큰 허점이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쇼트트랙 월드컵 1, 2차 대회를 마친 대표팀은 지난 21일 선수들에게 “집에 가서 좀 쉬고 오라”며 휴가를 허용했습니다. 마침 강원도 춘천 의암빙상장에서는 전국쇼트트랙대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A선수는 집으로 가지 않고 춘천으로 갔습니다. 그동안 잘 알고 있던 선수, 지인과 어울려 술을 마셨습니다. A선수가 그날 밤 술을 너무 많이 마셔 만취 상태가 된 것은 거의 확실합니다. 문제는 음주 이후부터 A선수와 목격자들의 증언이 엇갈린다는 점입니다.
당시 A선수의 행동을 지켜본 목격자들은 “A선수가 만취 상태에서 남자 선수가 아닌 여자 선수들 숙소로 들어와 깜짝 놀랐다”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A선수는 “내 숙소인 5층으로 가야 했는데 술이 너무 취해 6층으로 갔다. 거기는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학부모용 숙소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여자 선수가 아니라 학부모 숙소로 들어갔다 해도 학부모의 상당수는 여성들입니다. 이유 여하를 떠나 건장한 남성이 심야에 여성들이 자는 숙소로 간 것은 잘못된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어젯밤 이 사태를 인지한 대한경기빙상연맹은 오늘(26일) 오전 박세우 경기이사를 국가대표팀이 훈련 중인 태릉선수촌으로 급파해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올해 17살의 A선수는 대표팀 막내입니다. 그 어려운 관문을 뚫고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아직 실력은 세계정상급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당연히 1시간이 아쉬울 때입니다. 더군다나 오는 일요일(29일)에는 쇼트트랙 월드컵 3차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일본 나고야로 출국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휴가를 받자마자 남의 숙소로 잘못 들어갈 만큼 무절제하게 술을 마신다는 것은 국가대표로서의 ‘공인 의식’이 제로에 가깝다는 반증입니다.
공교롭게도 A선수는 지난 9월 신다운에게 훈련 도중 폭행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이 여파로 선배 신다운은 올 시즌 모든 경기에 출전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 발생한 음주 추태를 보면 그가 ‘신다운 폭행 사태’에서 그 어떤 교훈도 깨닫지 못했음이 분명합니다.
국가대표는 실력은 기본이고 품위도 지켜야 합니다.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르면 국가대표 선수가 품위를 손상시킬 경우 대표 자격을 박탈하고 태릉선수촌에서 퇴출시킬 수 있습니다. 당장 오는 일요일 일본 출국이 금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국가대표팀 선수 관리는 연맹과 지도자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빙상연맹은 지난해 국제대회 도중 선수들에게 술을 마시게 했다는 이유로 국가대표팀 코치를 해임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17살밖에 안된 미성년자가 이런 사고를 저질렀습니다.
앞으로 음주와 폭행 등 불미스러운 일이 더 이상 재발되지 않기 위해 일벌백계는 물론 확실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한국 쇼트트랙은 역대 올림픽에서 동하계 종목을 통틀어 가장 많은 메달을 획득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적 이미지는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과 쇼트트랙인들의 대오각성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