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베간 ' 내 사랑스런 지인이 사랑때문에 울던 나에게 해준말'의 다른 버전
댓글로 남기려 했는데, 댓글 작성이 안되는 뉴비라, 다른 글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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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익숙한 벨소리가 울린다. 뱅크의 '가질 수 없는 너'....
아주 오래된 노래지만, 이 노래만큼 나에게 그녀의 의미를 잘 표현해준 노래를 아직 듣지 못했다.
나: 여보세요?
그녀: 여보세요. 지인아 나야.
그래...역시 그녀, (작)성자다. 약간은 취기가 느껴지는 목소리다.
나: 어 그래 성자야.
그녀: 늦었지? 미안 또 늦은 시간에 전화해서.
나: 목소리 듣자 하니 한참 동안 끙끙 앓고 있는 것 같은데 무슨일이야?
시간이 아무리 늦었어도 그녀가 고민하고 괴로워 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덜어 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그녀: 저번에 이야기한 그사람 있잖아...아무래도 나 그사람 좋아하는 것 같아. 어쩌면 좋지? 그 사람은 나한테 관심도 없나봐. 난 왜 매일 바보 같이 짝사랑일까?
나: 사랑할줄 아는 사람은 용기 있는 사람이야. 얼마나 위대해. 포용 이해 배려 다있잖아? 그러니까 너 좀 멋지다고.
그녀: (피식)그런가? 그래도...내가 뭐 하나 봐줄게 있어야 말이지...그 사람을 보면 내가 초라해 보여.
나: 야...그 정도면 자기학대다. 너부터가 널 예뻐 하지않는데 누가 널 예뻐하겠냐? 자기학대 말고 '자기사랑'해줘.
그녀는 충분히 사랑스러운 사람이다. 누구든 사랑할 수밖에 없을 만큼.
그녀: 그래 나도 날 사랑해주고 날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그 사람이 날 바라봐주고 소중하게 생각해주면 좋을텐데.
나: 그만 그만. 그래서 네 말은 그놈을 잡고싶단 거지?
그럼 이전화 끊고 당장 그놈한테 전화해. 그리고 잡아.
안잡히면 더이상 머리쓰지말고자. 자고일어나서 생각해. 일어나서도 잡고싶으면 그럼 전화해.
나무도 상상으로 100번찍어봐라 넘어가나. 진짜로 도끼질 해야지. 안그래?
그녀: 아이...그래도 어떻게 그래? 더군다나 여자가 먼저...
그래 나도 안다. 실제로 손 내밀어 잡으려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도 말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만큼 더 힘들어진다는 것도 안다.
나: 해볼만큼 다해봐. 하면 성공확률이 50%나되잖아. 안하면 0%야.
그녀: 그러다 거절당하면? 그리곤 그 사람과 지금처럼도 마주치치 못하게 될텐데...
나: 상처받는걸 두려워 하지마. 그 상처가 언젠간 추억이 될거야.
안되면? 너 내일 몇시몇분에 뭐할지아냐? 아직 다가오지도 않는 미래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왜이리 부정적이냐?
될거야. 된다니까? 내말좀 제발 믿어라.
난 비겁하게도 그녀가 그 사람과 안되길 바라고 있나보다.
그녀가 아파하기도 바라지 않기에 그 상처가 추억으로 아름답게 채색되어 기억되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내말을 믿지 않고 그 사람에게 연락하지 않았으면...
그녀: 너도 알잖아. 그 사람 지금 상황이 그리 좋지 못해서...내가 그 사람 좋아하는게 오히려 부담될 것 같아.
나: 나한테 말하지 말고 그 사람한테 직접 이야기해.
내가 들어보니까 너무 네 맘이 예뻐서 분명 감동받으며 널 예뻐해줄거야. 장담해!
말 안하면 넌 예쁨받을 기회도 놓치는 거야.
난 이미 그녀가 얼마나 예쁜 사람인지 알고 있다.
더 이상 확인시켜 주지 않아도 될 만큼...
어쩌면 지나치게 많이 알고 있다.
그녀: ...
나: 안되도 괜찮아. 우리가 뭐 언제 다 될줄알고 사나? 되기를 바라며 사는거지. 그정도면 충분해. 희망은 있잖아? 그러니까 괜찮아.
나도 아직 괜찮을거다. 아마도...
그녀: 너무 복잡해.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그사람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다가가도 괜찮은건지, 너무 많은 생각들이 내 머리 속에서 떠다녀.
나: 괜찮아. 자고일어나면 해결되. 답도 없는걸 지금 고민하지말고 그냥 자. 어차피 내일은 온다.
그녀: 그래 고마워. 아주 많이. 너도 잘 자.
전화가 끊기고 잠시 누워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다 일어나 앉았다.
그녀에게는 다 접어두고 자라고 했지만, 술 한잔의 위로라도 없이는 잠들기 힘든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