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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디스워오브마인] 보스니아 전쟁 민간인 생존자 경험담.txt
게시물ID : gametalk_2398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J네디
추천 : 16
조회수 : 6491회
댓글수 : 15개
등록시간 : 2015/02/12 15:30:52
http://youtu.be/8qlGe68aqOs

디스 워 오브 마인의 제작중에 참고되었다는 보스니아 전쟁에서 1년간 생존한 민간인 생존자의 경험담입니다.
 외국의 생존서바이벌 사이트에 경험담이 올라온 것을 각색했습니다.
  자료 조사 시간을 포함하여 약 5시간 걸렸네요.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보스니아 전쟁 때의 일이었다.
 1992년부터 1995년까지 지속된 이 전쟁의 여파는 내가 살고 있는 발칸 구획의 마을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때를 회상하면 그야말로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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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간 전기, 연료는 물론이요. 물, 식량조차 공급받을 수 없었다.
전쟁이 발발하고 대부분의 가정은 고작 몇일분의 식량과 권총에 의지하여 스스로와 가족들을 지켜야만 하였다. 아주 적은 가정에서만 AK-47 몇 정으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가정을 지킬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그닥 안전한 상황은 아니었다.

 무정부 상태가 된지 두어달 정도 되었을까? 거리에는 강도들이 활보하였고 군대나 경찰은 코빼기도 살펴볼 수 없었다.
 병원은 마치 도살장을 보는 듯한 풍경이 연출되었다.
 조금더 시간이 지나고 겨울이 오자 굶어 죽는 사람들과 얼어 죽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소문을 접했다.
 사람들은 장작을 구하기 위하여 몇km씩 떨어진 곳에 가서 나무를 했다. 도시 내의 나무가 모두 소모되면 그 다음은 가구, 그 다음은 문을 소방 도끼로 조각내어서 난방을 했다. 그 마저도 떨어지면 나무 바닥을 뜯어내야 했다.
 우리는 집가구는 물론 버려진 집의 문과 창틀을 뜯어내어 난방에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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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로 불을 때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나무로 난방을 유지시키기는 굉장히 힘든 일이다. 나무가 다 타서 재가 되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고 나무 바닥을 긁어낸 톱밥은 순식간에 소모된다. 나는 난방을 위해서 하루종일 폐허가 된 집의 나무바닥을 긁어야만 했다.
 사실 굶거나 얼어 죽은 사람의 수는 그렇게 많지 않다. 가장 많이 사람들을 죽인 것은 바로 질병이었다. 더러운 물은 순식간에 사람의 몸을 황폐하게 만들고 무서울정도로 빠르게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15명의 가족중 2명이나 그 탓에 목숨을 잃었다. 원인은 수분 및 전해질 부족이었다. 다른 말로 설사다.

 무정부 상태가 지속되는 와중에 횡횡했던 범죄에 관한 이야기도 잠깐 해볼까 한다.
 영화나 게임에서 묘사되는 강도들을 보면 차를 타고 AK-47을 난사한다.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실제 상황에서는 차를 움직일 연료조차 없다. 도로의 모든 차는 정지상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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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 시간에는 저격수들때문에 집에만 있어야 했고 무언가를 얻거나 다른 사람들과 거래를 하기 위해서 밤에 조용히 이동해야했다. 그나마 밤에도 드물게 저격수들이 있었기에 넓게 트인 장소는 피하고 폐허에 숨고 지름길을 통해 조용하고 신속하게 이동해야 했다. 위험천만했지만 집안에서 얼어 죽고, 굶어죽던지 혹은 설사로 죽던지 하는 것보다는 위험을 안고 밖에서 탐색하거나 거래를 하는 것이 훨신 나았다.

 당신이 집에만 숨어있건, 의약품 혹은 식량을 구하기 위하여 거래에 나서건 간에 무차별적으로 강도짓을 일삼는 녀석들은 굉장히 골칫거리이다.
 이런 녀석들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두 가지이다. '눈에 띄지 않거나', '운이 좋거나'.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최대한 비슷하게 보여야한다. 남들이 지치고 가난하고 더러워보인다면 자신도 그렇게 보여야 한다. 심지어 난 좋은 신발이 있다면 일부러 흙을 묻히고 찢어서 더럽게 보이게 신었다.
 깨끗한 옷을 입고 가방에 무언가를 가득가득 채운 모습을 보여준다면 강도들은 100% 당신을 노릴 것이다.
 자신을 털면 많은 식량과 탄환 깨끗한 옷을 얻을 수 있다고 광고를 해선 안된다.
 누군가가 당신 혹은 당신의 그룹을 공격한다면 그 때만 본보기를 보여주면 충분하다.

 전쟁 상황에서 혹자는 튼튼한 벽을 구축하고 방탄판을 문에 덧대고 창문을 막는 등의 방어 전략을 취하는데 이는 지극히 어리석은 짓이다.
 오히려 벽을 무너트리고 창문을 깨트려버리고 고장난 TV나 라디오 등을 부숴서 집 주변에 버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죽은 고양이나 강아지 시체를 배치해서 악취를 유도한다면 더더욱 좋다. 아마 강도들은 당신의 집을 보고 이미 누군가가 털어갔다고 생각해 소수의 인원으로 탐색을 오거나 아예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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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가족이 총 15명이라고 했었는데 이는 불행중 가장 큰 행운이었다.
 전쟁 상황에서 인원수는 곧 무력이다.
 만약 실제 상황이 온다면 결코 혼자서 살아남을 생각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당신이 아무리 잘 무장하고 아무리 잘 준비해도 금새 죽을 것이다. 혹시 잠을 아예 자지 않는 사람이라면 모르겠다만…….

 3,4명 되는 소가족도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당신이 은신처로 삼기에 훌륭한 집을 가지고 있고 충분한 식량과 물, 기름등이 비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약탈자가 몰려올 것이고 언젠가 당신들은 죽는다. 총 한두정으로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일단 적과 마주한 상황에서 숫자는 절대적이다. 대가족과 친구는 군식구나 먹여살려야할 입이 아니다. 이들은 무력이며 그룹의 구성원들도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이 말에 동의를 할 수 밖에 없다.

 한번은 혼자서 대담하게 우리집에 도둑질을 하러온 무모한 남자 하나를 잡았는데 그냥 풀어주었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우리집을 공격해서 모든 것을 빼앗으려 한다면 결코 자비를 보여선 안된다.
 마음이 약해져 자비를 보여주거나 무언가를 약속받고 풀어주는 어설픈 대응을 한다면 분명히 다음에는 더 많은 숫자의 강도들이 온다.

 자선은 결코 통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사람들, 음식을 조금 나눠주는 그런 사람들은 끝내 죽거나, 아주 운이 좋은 경우 두들겨 맞고 모든 것을 다 빼앗겼다. 사람에게 친절을 보여주면 모든 것을 빼았긴다.
 아, 물론 도움은 좋다. 나 또한 도와준 경험이 있다. 그렇지만 당신이 돕는 대상에 대해서 확실하게 파악하고 얼마나 도울지도 확실하게 정해놔야 한다.

 확실히 말해두지만, 나는 다른 사람을 강도질 한 적도 식량 등을 뺏기 위한 목적으로 살인을 한 적도 없다. 그것은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한다. 나는 항상 식량이나 필요한 물품을 찾으려 애써왔다. 하지만 그것은 굉장히 어려운 길이었다.
 정말 다행스러운 점은 이제 나는 같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결코 나쁜 짓을 하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그 상황에 처했을때 가족을 보호하고 먹여살리기 위해서 무슨 짓까지 해야 할지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그저 '좋은 사람'들은 가족을 살리기 위해서 당신이 생각도 할 수 없는 나쁜 일을 해야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가슴에 담아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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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방어 전략은 매우 원시적이었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 몇일 전까지 정부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전쟁이 곧 일어날 거라고  사람들 사이에 소문이 돌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보거나 듣지 않으려고 했다.
 모든 일련의 사태가 발발하기 전에 일부 주요 인사들이 도시를 떠났고, 우리는 이를 목격했다.
 나도 그것을 봤지만, 그저 우리는 그런 일이 보통 사람에게는 일어날 거라고 믿을 수가 없었다.
 전혀 대응이 안되었기 때문에 방어 전략은 매우 허술할 수 밖에 없었다. 그저 가능한 것이라면 뭐든지 했다.
 유리창은 깨지고 지붕은 포탄에 의해 날아가버리고 모든 창문은 모래주머니와 바위 등의 뭔가로 틀어막혀 있다.
 매일밤 나는 우리 안마당으로의 입구를 거리에 줏어온 잡석을 쌓아 봉쇄했으며 낡은 알루미늄 사다리를 이용하여 벽 위로 기어올라갔다. 무언가를 찾기 위해 밖에 나가서 돌아온 상황에서는 집 안의 누군가를 불러 사다리를 내려달라 해야만 들어올 수 있었다.

 위에서도 한번 언급했지만 경비가 좋았던 집은 가장 먼저 박살났다. 우리 이웃 중에서는 튼튼한 담벼락, 개, 경보기, 창문틀의 쇠창살 등등을 가진 멋진 집에 살던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맞춰봐라.
 강도 떼들이 가장 먼저 그 집을 쳐들어갔다. 어느정도는 막아낼 수 있지만 이는 전적으로 얼마나 많은 총을 보유했고 얼마나 많은 식량을 비축했냐에 따라 달려있다. 그렇지만 뚫리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강도들의 흥미를 끌 어떤 행동도 하지 마라. 댁 집에 어떤 무기가 있더라도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는 결코 견딜 수 없다.

 당신의 집이 충분히 튼튼하다면 당신이 상황파악을 제대로 못한 상황에서 상황을 파악할 때 까지 목숨을 온전하게 해줄 뿐이다. 안전한 때를 맞춰서 동네의 믿을 수 있는 무장한 사람(친구나 친척)들로 이루어진 그룹으로 가야한다. 그럴 수 있다면 말이다.

 상점과 주유소는 엄청나게 빨리 털렸다. 총격전이 벌어지는 순간 모든 값나가는 물건들은 동난다고 보면 된다. 일부 공권력이 이를 지키려고 하기도 했었지만 모든 것은 첫주에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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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을 함께해온 화폐 체계가 완전히 무너지는 데에도 빠르면 몇주 늦어도 몇달이면 충분했다. 드물게 외국 화폐는 사용되었는데 콩 1캔을 $30~40 정도로 구매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거래의 대부분은 물물교환으로 이루어졌다. 예를 들자면 옥수수 캔 하나는 여자를 몇 시간 살 수 있는 가치가 있었다. 안타깝지만 그게 현실이었다. 내가 아는 바로는 그런 여자의 대부분은 그저 필사적인 애엄마들이었다. 양초, 라이터, 항생제, 연료, 배터리, 총탄, 음식 등등이 거래되었으며 우리들은 그런 것들을 얻기 위해서 마치 짐승처럼 싸웠다.

 거래가격은 아주 빠른 속도로 변화했다. 미 공군이 간혹 MRE(전투식량)을 투하해주었는데 이번주에 2번 공급되었다면 가격이 떨어지는 식이다. 미군의 비행기가 전투식량이 300개~500개 가량 든 큰 상자를 투하해주었다. 큰 팔레트 상자를 투하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 상자에는 밀가루가 들어있었고 쿠키나 비스켓이 든 금속제 상자도 있었다. 깨끗한 옷등을 투하했다는 소문도 있었는데 헛소문이 워낙 많아서 진위여부는 모르겠다.
 이렇게 투하된 식량의 경우 부지런한 사람이 많이 가져간다. 꼼꼼한 사람은 더 많이 가져가고 잘 무장한 사람들은 더더 많이 가져간다.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식량이 생겼다고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었다.
 암시장 외에 간혹 거래꾼이 집으로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고 우리 동네로부터 몇 블록 떨어진 어떤 마을의 노인이 참치캔 하나로 총알 2발을 산다는 등의 소문을 접하면 저격수들을 피해 밤에 찾아가서 거래를 하는 경우도 있다.

 내 경험에서 말하는 거지만 이러한 거래에서 식량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위생용품, 의약품이라고 본다.
 멍청한 비둘기들이 겁없이 주변에 접근하면 총으로 쏴서 잡아먹거나 할머니가 계신다면 야생초를 뜯어먹거나 할 수 있지만 위생용품이나 의약품은 총으로 쏴서 잡을 수 없다.
 총상에 의한 부상은 매우 흔한 것이었고 전문가와 물자가 없는 상황에서 의사를 찾아야 할 정도의 부상을 입었다면 그가 살 확률은 아주 높게 쳐줘야 30% 정도일까. 현실은 영화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사망했다.
 많은 사람들이 작은 상처의 감염에 의해 죽었다. 나는 3~4회 정도 처방할 수 있는 항생제가 있었는데 가족들을 위하여 끝까지 아껴두었다.

 정말 사소한 것이 사람을 죽인다. 설사도 간단한 물 섭취가 없으면 며칠 내로 죽는다.
 특히 작은 아이들이 심하다. 피부 진균 감염, 그리고 식중독으로도 많이 죽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른들이 손 쓸 수 있는 것은 없다. 기본적인 상처는 동네에서 구할 수 있는 허브만을 처방하고 상처를 입으면 위스키를 부어 소독한다. 그리고 어디선가 싸게 항생제를 구하기를 기도할 뿐이다.

 내 직업이 간호사였다고 이야기를 했던가?
 전시 상황에서는 식량, 물, 의약품 뿐만이 아니라 지식도 아주 큰 도움이 된다. 이를테면 나의 경우에는 동네의 다른 사람들이 부상을 입으면 응급처치를 해주고 통조림 하나나 그에 상응하는 물건을 받았다.
 진짜 지식은 당신을 먹여살릴 수 있는 아주 큰 재산이다.

 이를테면 나는 큼직한 프로판 가스통을 갖고 있었는데 난 이것을 요리나 난방에 쓰지 않았다. 난 내 친구의 도움을 받아 가스통을 개조해서 가스통 호스를 작은 마개에 연결했다. 이를 통해서 나는 1회용 가스 라이터를 충전할 수 있었다.
 짧게 설명해서 누군가 내게 빈 라이터를 가지고 오면 나는 그 라이터를 충전해주었는데, 1회 충전당 통조림 하나,  양초 하나 혹은 상대방이 제시하는 물건등을 받을 수 있었다.

 내 이웃은 오일 램프에 쓰기 위한 기름을 만드는 법을 알았는데 나는 그가 굶주리는 것을 본적이 없다. 그는 누구에게도 어떻게 기름을 만드는 것인지 절대 가르쳐주지 않았다.

 우리 집은 운도 상당히 좋았다.
 전쟁 초기에 집 근처 양조장에 유탄이 낙하된 적이 있었는데 우리들은 그곳에서 위스키를 500L 가량 모을 수 있었다. 위스키는 거래 물자로도 아주 훌륭했고 소독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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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생각해보면 전쟁 중에 우리는 적어도 굶주리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끝없이 식량을 찾아헤맸다. 약간의 감자, 텃밭의 채소, 통조림이나 분말 달걀 정도면 아주 고급스러운 식단이었다.
1, 2주 정도 소가 먹는 것 같은 풀을 뜯어 먹기도 했었다. 집 안의 어르신들이 그걸 찾아내셨는데 솔직하게 말해서 그냥 잡초였다. 아무 맛도 안 났다.
 집 주변에서 채집한 풀쪼가리를 넣은 팬케이크 비슷한 것을 먹기도 했다. 기름을 필요로 하지 않을 뿐더러 장작도 많이 필요 없었기 때문에 만들기 용이했다.
 운이 좋아서 비둘기나 쥐같은 같이 웃기는 것을 먹어야 했던 경우는 적은 편이다.
 물론 풀쪼가리를 먹은 것도 상당히 우스운 편이지만 말이다.

 내가 간호사였지만 위생 문제는 아주 큰 골치거리였다.
 나는 이 시기가 끝날때까지 이빨을 15개 잃었다.
 석기 시대하고 크게 다를바 없는 상황이었고 치과 의사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우리 집으로부터 몇 블럭 떨어진 곳에 사는 어떤 남자가 있었는데 그는 플라이어로 이빨을 뽑아주었고 입을 위스키로 헹구었다. 근처에서 구한 허브를 처방한 뒤에 곧장 항생제를 섭취해야만 했다. 이에 대한 댓가는 담배 몇 개피 정도였다. 참고로 그는 수의사였다. 최소한 전기 기술자에게 치과 진료를 받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혹시나 전시상황을 대비하려는 사람들을 위해서 몇 자 조언하자면 부피가 작고 가격이 싼 물건들을 비축해라, 이를테면 일회용 라이터라던가.
 일회용 라이터는 가격도 아주 싸고 부피도 아주 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는데 필수적인 것이어서 아주 유용한 물건이다.
 술이나 담배, 배터리등도 유용하다. 이것들은 화폐대용으로 쓰인다. 내가 겪었던 상황에서는 어떤 남자가 무전기에 쓸 배터리가 필요했고 그 남자는 여분의 소총을 갖고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맞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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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보다 전시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총알이다.
 얼마나 필요하냐고? 가질 수 있는한 최대한 아주 정말로 많이.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8km정도 떨어진 어느 마을에 피난처가 있는 집을 갖고 있다. 그 마을은 작은 동네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잘 아는 사이다. 지난 전쟁의 경험 덕에 대부분이 잘 준비된 사람들이고.
 나는 네 종류의 화기에 각각 2천발의 탄약을 갖고 있다.
 집에 큼직한 텃밭도 갖고 있으며 텃밭 가꾸기와 농경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배워뒀다.

 아! 물론 여태까지 말한 것은 내 개인적인 경험일 따름이고 그저 참고만 하기 바란다.
 4년간의 전쟁 중에 어느 한 마을에서 외부와의 모든 것이 단지 고작 1년간 단절된 경우에 지나지 않는다.
 게임이나 영화에서는 전쟁을 굉장히 근사하게 묘사하는 경우가 있는데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그런식으로 전쟁을 묘사한 게임, 영화는 쓰레기다.

 내가 어렸을 때, 죽음의 공포에 대해 몰랐을 때, 나는 내가 아주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메탈리카나 슬레이어를 좋아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물론 지금도 좋아하는 그룹이다).
 어렸을 때 흔히 하는 공상중에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하거나 전쟁이 발생하였을 때 어떤식으로 행동할까 하는 것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 근거없이 강인한 자신을 그리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러나 상황이 실제로 터졌을 때 어찌될지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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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보자, 내가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댁은 사람을 빠르게, 고민하지 않고 죽일 수 있는가?
 맨손이나 나이프로?
 다시 한번 물어봐라, 할 수 있나?
 못할 거라고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내 생각에, 그 죽거나 죽임을 당하는 상황에 처하지 않는 한 당신은 정답을 알 수가 없다.
 장탄된 총을 가지고 공격자를 겨누었는데도 나이프를 든 그 공격자에게 찔려 죽을 때까지 뻣뻣이 굳어있던 어떤 남자를 본 적이 있다. 추측컨데 그는 쏠 용기가 없거나, 그 상황 내내 마비되어 있었던 것 같다.

 현재 발생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첫 주가 가장 힘든 때이다. 곧 당신은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는 편이 당신에게 이롭다.
 사태가 터지자 비명을 지르며 혼돈에 빠진 사람들도 봤다. 벽을 빤히 노려보며, 현재 상황을 인정하지 않으려 드는 것 같았다. 같은 시기 다른 남자들은 버려진 경찰서에서 무기를 훔치고 있었다.
 어느 쪽이 생존에 적합한지는 두말할 필요 없을 것이다.

 한 가지 더, 당신에게 중요하진 않겠지만 내게는 중요했던 점, '재난을 납득하기 힘들다면, 그 모든 것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도 똑같이 힘들다'는 점을 알아두어라.

 마지막으로, 전쟁은 멋지지 않다. 전쟁은 아주 끔찍한 것이다.

 참고: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knife&no=48504
 참고2: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knife&no=48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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