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非)인간 인격체(non-human person)를 아시나요?
동물의 권리인 동물권은 동물보호법이나 뉴스 등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어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에 비해 비인간 인격체라는 용어는 생소하실 텐데요. 비인간 인격체는 서구 학계와 동물보호단체에서 자의식을 인정받은 동물들에게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인간과 동물의 지배·피지배관계를 벗어나고, 이분법적인 시각을 탈피하자는 의미에서 비(非)인간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데요. 비인간인격체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자의식을 가진 동물들의 경우 따로 분류하여 존중해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비인간 인격체는 인격체로서 존중을 받지만 흔히 사람과 비슷하다고 치부되는 유인원과는 분류방식이 다릅니다. 신체구조가 사람을 닮은 동물들을 인간상과로 분류해 유인원이라 부르는 것과는 달리 비인간 인격체는 동물들의 지능과 자의식의 존재여부를 중점으로 판단합니다.
비인간 인격체로서 첫 발
학계의 명칭을 넘어 비인간 인격체로 인정받은 첫 사례가 나와 동물보호단체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작년 11월 아르헨티나의 한 오랑우탄이 판결을 통해 비인간 인격체로 인정받아 동물원을 벗어날 수 있게 됐는데요. 법원은 오랑우탄 산드라(29)의 자의식을 인정해 자유권을 부여했습니다. 판결이 확정날 경우 산드라는 동물원을 벗어나 브라질 동물보호구역에서 보다 자유로운 여생을 살게 됩니다. 이번 판결을 통해 산드라는 첫 비인간 인격체로 인정받은 존재가 됐습니다.
비인간 인격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의식의 존재여부가 입증돼야 합니다. 흔히 거울인식실험을 통해 동물의 자의식을 구분하는데요. 거울 인식 실험을 통해 거울속의 본인 모습을 인식할 수 있는지를 분간해 자신을 타자화 할 수 있는지를 판단합니다. 타자화할 수 있다면 도덕적 인식을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침팬지·오랑우탄·고래·코끼리·유럽까치 등은 거울 인식 실험을 통과했습니다. 이와 달리 개·원숭이 등은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일부 학자들의 경우 모든 동물의 제 1 감각을 시각으로 규정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거울인식 실험의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인간외의 동물에 위계질서 부여?
비인간 인격체에서 역으로 동물학대를 느끼는 학자도 존재합니다. ‘인간중심주의’의 시각이 동물간에 위계질서를 부여한다는 견해인데요. 그들은 인간이 그들의 지성과 감성을 평가할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모든 동물마다 실존적 세계가 다른데 인간의 중심으로 평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거울 인식 실험의 결과만 봐도 침팬지·오랑우탄·코끼리·유럽까치 등과는 다르게 개·원숭이는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유럽까치는 개나 원숭이보다 존중받아야 할까요?
1월 27일 국내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비인간 인격체 프로젝트 ‘프리오랑(Free orang)’을 출범했습니다. 그러나 비인간인격체는 사회운동으로 본격적 논의되진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13년 야생 방사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의 경우 법원은 몰수형을 내렸습니다. 우리 민법은 현재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돌고래를 비인간 인격체로 보아 자유권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수족관이 불법적으로 획득한 ‘소유물’로 보아 몰수 한 것입니다.
동물에 관한 논란은 여전히 끊이지 않습니다. 동물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기계와 같다고 했던 데카르트의 이성주의, 동물은 도덕적 수동자로 “의무가 없기에 권리도 없다”고 선언한 칸트의 도덕철학은 현재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만큼 동물의 권리는 점차적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동물의 권리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요?
출처:http://metoon.co.kr/news.php?ptype=view&idx=2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