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가 발견된 지 30년.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발견된 마나는 세상을 모두 바꾸어놓았다.
아, 사실 마나는 사전에 등재된 용어는 아니다. 사전에는 영감력이라고 등재되어 있으나
고리타분한 느낌때문에 사람들은 영감력을 '마나'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마법을 쓸 수 있는 힘... 그런 느낌을 주는 단어인 '마나'는 사실 마법이랑은 아무 상관이 없다.
마나는 예술성을 판단할 수 있는 척도이다.
원리에 대해서는 가물가물한데 특정한 일곱개의 원소를 각각 밀봉하여 일렬로 배치한 후에
그 주위를 둥그렇게 싸서 낮은 전압의 건전지로 전류를 흘렸을 때 임의로 생기는 저항값이 마나의 값이다.
즉, 마나는 전기적으로 봤을 때 저항이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과학적으로 밝혀지니 사실이니 납득하기 바란다. (사실 과학계에서 마나를 받아들이기까지는 10년 가까운 세월이 걸렸다.)
즉, 아주 높은 예술성을 지닌 예술작품이나 위대한 예술가를 향해 기계를 작동시키면
저항값이 증가하는 것이다!
마나측정기는 순수한 원소들의 밀봉으로 인해서 조심히 다루지 않으면 위험한 폭발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장난감총 정도의 크기와 무게를 가지고 있어서 어디든 갖고 다닐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혹시 어떤 기계장치에 저항을 달기 싫어서 수백권의 명작소설을 쌓아두는 상상을 하는 독자들이 있다면(혹은 수백명의 예술가들을)
아직까지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2050년을 넘어서는 지금은 스스로 생각하는 '지적 기계'가 생겨났고
어쩌면 인류의 집단 지성을 뛰어넘을 그 날이 멀지 않은, 특이점의 과도기이다.
따라서 그렇게 거대한 책더미로 저항을 만드는 것보다는 피코미터의 작은 회로들이 전기적 연산을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마나는 예술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기존의 '명작'이라 일컬었던 작품들을 대상으로 마나측정을 했을 때 평균정도이거나 평균에도 못 미치는 마나값을 갖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던 것이다. (그러나 고흐의 작품이나 가우스의 산술연구처럼 높은 마나값을 갖는 것들도 많았다.)
마나측정기로 저평가된 작품을 예전부터 고평가해오던 평론가들은 마나 그 자체를 부정하였으나
마나의 객관성은 너무나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마나 측정법'과 '평론가 순위' 두 가지의 명작차트가 생겨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중들은 마나 측정법으로 만나는 신선한 작품들에게서 영감을 얻고, 그것에 공감하였다.
이러다보니 '평론가 순위'는 점점 '마나 측정법'을 따라하기 시작했고 결국 예술의 가장 큰 권위는 '마나'에게 넘어간 것이다.
이를 가장 환영했던 집단은 젊은 예술가들이었다. 그들 중에선 복권처럼 높은 마나값이 나와서 순식간에 위대한
예술가로 등극한 경우가 있는가하면, 음악가들 중에선 단지 인지도 등으로 오디션 프로그램 MC를 맡는 권위를 부리다가
낮은 마나값이 들통나는 바람에 젊은 음악가와 교체되는 수모를 겪는 경우도 빈번했다. 어찌됐든 이건 젊은 예술가들에게는 큰 기회였다.
그러나 애초부터 마나값이 낮은 예술 지망생들에게는 '넌 예술가가 될 재목이 아니다'라는 세상의 시선이 따라붙었고
결국 그들을 포기시키고 마는 것이다. 객관성이 가져온 폐해라고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