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기차 여행.
그런데 기차에 타자 마자 갑자기 좀비가 들이 닥쳤다.
지금 어찌됐든 기차는 출발 했는데
옆 칸에서는 좀비들이 각기춤 추면서 당장이라도 달려들려고 하고 있다..
오우 쉣....어떻게 벼른 휴가인데.
무엇보다 저 좀비들은 나를 치킨 뜯으려고 벼르고 있다
이대로 난 죽는 게 아닐까....
다행히 내 옆에 앉은 아트 박스 사장님이
테이프를 양 팔에 감으면서 괜찮다고 눈 찡긋한다.
확실히 저 팔에 맞으면 좀비가 불쌍할 정도긴 한데......어우야....
그래도 혼자 가지고 될까.....
내 뒤에는 어디 행려자 같이 생긴 사람이
손녀인지 딸인지 모를 애랑 무심한 얼굴로 좀비 보고 있다.
여자 애는 혼자 촵촵 거리면서 뭘 먹고 있긴 한데....
남자 얼굴을 봐서는 아마 창 밖의 좀비에 겁에 질린게 분명하다....
좀비가 들이 닥치면 일단 저 여자 애부터 노려지겠지.....
어디 교회 전도사 같은 저 사람은 왜 담배나 피우고 있는 걸까
내 건너편 좌석에 타고 있는 사람이긴 한데
담배에 미쳐 죽은 사람 같다
지금 담배가 넘어가냐 이 사람아
후우....참자.....
저러다가 폐암 걸려 죽겠지 뭐.....
"잠깐, 샘. 확실히 하자. 이 기차에는 맥주가 없다고?"
"딘,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형제인지 뭔지 모를 두 젊은이는
지금 진지하게 기차 통로에 기댄 채 서로 열심히 말싸움하고 있다
아니 영양가 있는 대화를 하란 사람이야 이것들아
좀비가 들이 닥치는데 왜 맥주 이야기를 하는 거야!!!!
맥주 형제 뒤에서는
삶다 만 숙주나물 같은 샐러리맨이
심각한 전화를 주고 받고 있다.
아마 지금 이 상황을 회사에 이야기 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는 거겠지....
딱 봐도 책상물림인데....
아마 그 역시 나처럼 좀비 땜에 겁에 질려 있는게 분명하다
난 방금 기차 뒷좌석에서 겁에 질린 얼굴로
사방을 주시하는 가녀린 여고생들을 발견했다.
오, 하나님 너무 하십니다
이 못다 핀 꽃들을 어찌하여.....
아마 연약한 여고생들은
좀비가 들이 닥치면 너무 무서운 나머지
아무것도 못한 채 그대로 스러질게 분명하다....정녕 희망은 없는가....
그나마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내 뒷뒷 좌석에 타고 있지만
아까 부터 자기 반지랑 이야기 하는 걸 보면
애도 딱히 정상은 아닌 것 같다
거기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여자는
지금 은근슬쩍 앞섬을 풀어 헤치려고 한다
아니 이 사람아 지금이 상황이 상황인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좀 멈춰!!!!
"대답해 봐요, 당신이 가장 갈망하는 것은 뭐죠?"
좀비 떼 보면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데
갑자기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이런걸 물어본다
이 샊히도 겁에 질린 건가....
아님 원래 정신 머리가 없는 건가....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가정 교육을 어떻게 받았는지 궁금하다
정말 애비 얼굴 한 번 보고 싶네....
좀비들은 당장이라도 나를 잡아 먹으려는 듯
기차 안으로 밀고 들어온다.
아아...여기에는 평범한 소시민들 밖에 없는데....
이곳에도 과연 희망이라는게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