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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드리는 꿈(15-3)
게시물ID : lovestory_959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0
조회수 : 64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4/12/19 10: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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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그대에게  드리는 꿈


    15. 북소리(3)



협상 매개물로서의 이시이는 왜국・소련・미국 모두에게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아베와 고즈키가 항복문서에 서명을 했다. 여운형은 ‘대한민국 정부 주석 대리’에 자신의 이름을 써넣었다. 가슴이 벅차올라 눈시울이 붉어졌다.  

 건국연맹에서 써 준 항복선언서를 아베가 떨리는 목소리로 낭독했다.


 오늘 우리 일본국은 대한민국과의 전쟁에서 패했음을 인정하고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는 바이다. 이에 우리 일본국은 대한민국을 불법강점하고 압제한 그간의 만행을 깊이 사죄하고, 배상의 책임을 다할 것이며, 대한민국의 법에 따라 죄과에 합당한 처벌을 기꺼이 받을 것임을 세계만방에 천명하는 바이다.

 ......중략......

 아직 대한민국 영토에 남아있는 우리 일본국의 관리와 군인 그리고 국민들은 대한민국 정부의 관대한 처분을 바랄 뿐이다. 대본영은 40만 우리 국민이 대한민국에 남아있음을 유념하고 결코 경거망동하지 말기를 요구한다.


 김구 주석 명의의 독립성명도 발표됐다. 여운형이 대독했다. 


 오늘 우리 대한민국은 왜적치하에서 완전한 자주독립을 쟁취했음을 세계만방에 공표하는 바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3천만 동포들은 왜적과 싸워 승전국이 되었다. 마침내 길고 긴 압제를 떨치고 일어선 것이다.

 이에 우리는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만방에 대한민국이 독립국임을 선포하는 바이다. 우리가 독립을 되찾는데 큰 도움을 준 소련과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들에 고마움을 표하고자 한다. 특히, 우리 대한민국 내에 있는 왜군들 다수를 직접 격퇴해 준 소련군과, 그동안 우리의 독립투쟁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중국 정부에 깊은 고마움을 표하는 바이다. 향후 우리 대한민국은 연합국들의 영원한 우방이 될 것임을 천명하는 바이다.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국가와 국교를 수립하기를 희망하면서, 세계각국의 인민들은 우리 대한민국의 앞날을 관심있게 지켜봐 줄 것을 요청하는 바이다.

 그리고 우리는 전승국으로서 무조건 항복한 왜국에게 엄숙히 명령한다. 왜국과 그 외의 지역에 억류돼 있는 우리 대한민국 동포들을 즉각 송환하고 앞으로 진행될 배상 협상에 성실하게 임하라. 특히, 어디에서라도 우리 동포들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세계만방에 천명하는 바이다. 너희들은 오늘 우리가 비록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우리 민족의 반역자들과 악질적인 전범 및 반인간행위자들을 어떻게 단죄하는지 똑똑히 듣고 보았을 것이다. 우리가 어제의 조선인들이 아닌 것에 너희들은 놀랐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민족반역자들과 전범 및 반인간행위자들을 끝까지 발본색원하여 박멸할 것이다. 만약, 이 시각 이후 너희들이 무조건 항복한 나라답게 처신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욱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너희 나라와 너희 나라의 인민들은 우리가 당했던 고통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이 점 반드시 명심하기 바란다.

 ......하략......


 그 자리에 있던 건국연맹 인사들 모두가 일어나서 ‘대한독립만세‘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항복선언과 독립성명은 전파를 타고 세계를 향해 날아갔다. 1945년 8월 13일 11시였다. 국체를 영구중립국으로 한다는 것을 독립성명에서 뺀 이유는 소련군이 철수한 후에라도 늦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소련이 정치적인 계산을 하느라 군대의 철수를 미루면 또한 곤란한 일이었다.


 당연히 가장 놀란 것은 왜국이었다. 새벽에 아베의 항복 방송이 있었고, 벌써 수많은 왜인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대본영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분위기였다. 왕궁의 지하실에서는 긴급회의가 열렸다. 왜왕 히로히토가 떨리는 음성으로 수상 스즈키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오?”

 “저도 잘 모르겠사옵나이다. 육군대신에게 물어보시는 것이 좋을 듯 하옵나이다.”

 스즈키의 말이었다.

 “폐하, 제가 직접 가서 조센징놈들을 단칼에 요절을 내겠사옵나이다. 윤허해 주시옵소서, 폐하!” 

 아나미의 음성은 분을 참지 못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히로히토가 천천히 손을 내저었다.

 “아니오, 육군대신! 이제는 그만 끝내야 될 때가 되었소. 이러다간 우리 국민들을 다 죽이고 말겠소. 무슨 일이 있어도 일본을 살리겠다는 것이 본좌의 생각이오. 일본 국민이 일본이오. 대신의 충정은 본좌가 잘 알고 있소. 그러니 우리 이만 모든 것을 끝내기로 합시다.”

 “폐하, 아니 되옵나이다. 지금부터라도 본토결전을 시작해야 하옵나이다. 무조건 항복은 아니 되옵나이다. 야만적이고 극악무도한 연합국놈들은 폐하의 안위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사옵나이다. 무조건 항복을 받아들이면 폐하의 안위는 누가 지키며......”

 아나미가 울음을 터트렸다.

 “본좌의 안위는 걱정하지 마시오. 연합국들이 본좌를 어쩌지는 못하리라고 본좌는 확신하고 있소. 우리 국민들이 반발할 것을 연합국들도 헤아리고 있을 것이오.”.

 “폐하, 그래도 조센징놈들만은 그냥 둬서는 아니 되옵나이다. 조선으로 출병하도록 윤허해 주시옵소서, 폐하!”

 외상 도고가 나섰다. 아나미가 좀처럼 물러설 것 같지 않았던 것이다. 

 “이거 보시오, 육군대신! 지금 반도를 공격하려고 출병해 보시오. 연합국들이 가만있겠소. 자기네 나라들과 전쟁을 계속하려는 줄로 알 것이 아니오. 그러니 쓸데없는 고집 그만 부리시오!”

 “외부대신의 말이 맞소. 육군대신, 진정하시오.”

 히로히토가 부드럽게 거들었다. 아나미는 도고를 노려보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할 수 없는 일이고, 문제는 반도에 억류된 우리 국민들을 안전하게 귀국시키는 일이오. 어떤 방법이 없겠소?”

 히로히토의 물음에 다들 꿀먹은 벙어리처럼 말이 없었다. 뾰족한 수가 있을 리 만무였다.

 “반도에 억류돼 있는 우리 국민이 모두 얼마요?”

 “일전에 올라온 총독부의 보고로도 40만이 넘는다 하였사옵나이다.”

 “40만이면...... 우리 국민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조센징놈들이야 싹 다 죽여도 마땅하지만 지금은 달리 방법이 없도다!“

 도고의 답변을 듣고 히로히토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 얼굴은 곤혹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우리도 같이 조센징놈들을 억류하면 어떠하올지요? 숫자야 조센징놈들이 몇 배로 많을 테니 말이지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시오? 우리나라에는 머잖아 미국놈들이 진주할 것이오. 그러면 모든 것을 미국놈들이 결정할 텐데 그놈들이 우리 사정을 생각해서 그렇게 해 주리란 보장이 있소? 그리고 악에 받혀 있는 조센징놈들이 그 사실을 알아보시오. 우리 국민들을 다 죽이고 말 것이오. 조센징놈들이 벌써 우리 국민들을 수천 명이나 살해했다고 그러오. 조선에 있는 우리 국민들을 조센징놈들이 다 죽이면, 부모형제가 조센징놈들에게 죽임을 당한 국민들이 가만있겠소? 가뜩이나 민심이 흉흉한데 폭동이라도 일어나면 우리 모두 목숨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오. 폐하의 안위는 어쩔 거요? 안 그래도 조센징놈들이 협박을 하고 있는 판에 무슨 그런 무책임한 발언이오?”

 사코미즈 서기관장의 말에 스즈키가 화를 냈다. 도고가 끼어들었다.

 “그건 수상의 말이 맞습니다. 패망은 명약관화한 사실이고, 이제부터는 민심을 안정시켜야만 합니다. 그래서 후일을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 반도의 문제는 협상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젭니다. 우리 국민들이 내지에 있는 조센징놈들을 공격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우리가 조선을 합방할 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임을 직시해야 합니다.”

 “맞는 말이오. 지금부터 각급 기관에 긴급으로 지시를 하달해 조센징놈들에 대한 공격을 적극 막도록 해야겠소. 우리 대일본제국의 사활이 걸린 문제요. 관동대진재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신속하게 주지시켜야 하오.”

 스즈키가 거들었다. 모두들 공감하는 표정들이었다. 관동대지진 때, 6천여 명이나 되는 조선인들이 죽창에 찔려 죽고, 몽둥이에 맞아 죽도록 왜국 정부가 나서서 부추기던 것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상황인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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