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현과 신세기, 그 혹은 그들의 공존
* 이 글은 제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드라마의 의도와 다를수 있음을 알립니다.
킬미힐미를 늦게나마 천천히 보고 있습니다. 이때까지 킬미힐미가 재밌다고 입소문만 들은채 정작 보진 못했다가, 어제 저녁에 1화를 보고 삘이꽂혀 밤새 몰아봤습니다. 한화 한화 볼때마다 킬미힐미속 배우들의 멋진 연기력에 감탄했고, 아직 밝혀지지 못한 비밀들은 앞으로 어떤 변수가 되어 드라마를 이끌어 나갈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드라마속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차도현과 신세기의 매력에 사로잡혔습니다. 승진그룹 재벌 3세에 잘생기고 매너좋고 성격까지 좋은, 하지만 다중인격으로 고통받아 누구보다 외로운 남자 차도현. 차도현의 다른 인격체이지만 자신이 주 인격이 되어 세상밖으로 나오고 싶어하는 거침없고 난폭한, 하지만 리진의 앞에선 어린아이처럼 순수해지는 남자 신세기. 그들은 한 몸안에서 서로 다른 인격체임을 주장하는 인격들입니다. 그들은 같은 몸에서 나온 한사람임을 거부하고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대립은 몸의 주도권에 이어 리진에 대한 감정 싸움으로까지 번지게 됩니다. 이 두 인격체들은 정말 쉴새없이 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싸움과 동시에 그들은 균형을 맞추어 나갑니다. '그'이면서 '그들'이기도한 도현과 세기의 모습을 보며, 대립은 서로를 이기기위한것인데도 불구하고 둘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있다는것을 느꼈습니다.
차도현만이 가지고 있는 선한 이미지, 젠틀한모습, 따뜻한 남자의 느낌과 신세기가 가지고 있는 거친 이미지, 과감한 모습, 감정적인 남자의 느낌이 서로 대립되며 드라마상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차도현과 신세기를 보고있으면 마치 불과 얼음처럼 느껴집니다. 그들은 서로 맞닿을때 마다 서로를 죽입니다. 불은 꺼져가고 얼음은 녹는것처럼 말이죠. 그들의 다툼은 결국 서로에게 서로를 상처입히는 결과가 됩니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지켜봅니다. 그리고 공존하면서도 계속 상처입고 마는 차도현과 신세기의 모습에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감정속에서 대부분은 캐릭터에 대한 호감이 싹트게 됩니다. 어떤이는 불과얼음이 공존하는 모습을 좋아할수도 있고 어떤이는 불이나 얼음을 더 좋아할수도 있습니다. 이건 개인의 차이죠. 하지만 사람들은 계속 타오르는 불을 보며 어느샌가 더위를 느낄지도 모릅니다. 또한 얼음을 보며 추위를 느낄지도 모릅니다. 이와같이 하나의 속성을 지속해서 보여준다는것은 시청자에게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킬미힐미속 차도현과 신세기는, 다중인격이라는 키워드를 위해 극단적으로 성격이 형성되어 버린 케이스 입니다. 이것은 다른 드라마의 주인공들과 달리 그들의 단면적인 모습만을 보았을때, 그들의 매력이 반감 혹은 마이너적 효과가 나올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예를들어 한 인격이 다른 인격을 완벽하게 방어하게 된다면 어떨까요. 세기가 없고 도현만 계속 나온다면, 너무 착한 모습과 일정한 선을 넘기려 하지않는 모습에 시청자들이 물린다는 인상을 받게 될수도 있습니다. 극중 한채연이 도현에 대해 조금 지루하다 라고 생각하는것도 이와 비슷합니다. 현실에 존재하지 못할것 같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다정다감은 캐릭터의 입체감을 살리지 못하고 보는 이에게 캐릭터의 행동에 공감하지 못하게 되는, 즉 괴리감을 주게될것입니다. 반대로 도현이 사라지고 세기가 남는다면? 도현의 육체가 가지고 있는 주변상황을 살피기 보다는 자신의 감정대로 움직이는 세기의 모습들이 조금은 이기적이고 불편하게 보일수도 있습니다. 또한 도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계속 반복되는 세기의 거친행동과 그것을 막기위한 주변사람들의 행동패턴은 같은 스토리의 반복으로 이어지고 결국 드라마 전체에 대한 식상함을 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한몸이기에 따로 떨어질수 없음은 부정할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나의 몸속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지만, 서로의 마이너적인 요소를 보완해주고 있는 아이러니한 파트너인것이죠. 그리고 이 아이러니는 차도현이 인격들을 만들어낸 계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차도현이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들었던 순간 신세기가 그를 대신해서 정신적 고통을 막아주었다는것이죠. 또한 다른 부 인격들도 차도현의 정신적 욕망이나 갈증, 고통등을 해소하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차도현을 위해 태어났지만 차도현을 괴롭게 하는 존재들. 이 끊을수 없는 순환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를 보면서 모두 예상할수 있듯 이 뫼비우스의 띠를 끊을 존재는 오리진일것입니다. 그녀는 차도현의 상처를 치료해줄것이며 다른 인격들 또한 달래줄것입니다. 그리고 차도현은 오리진을 통해 서서히 아픔들을 극복하리라 생각합니다.
차도현과 신세기는 서로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고 생각하는것이 다르지만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점이나 원하는것은 동일합니다. 완전한 하나의 사람이 되고싶어하는 욕망. 한사람이 되어 오리진을 향해 완벽하게 다가가고 싶은 그 마음. 그 마음은 아이처럼 순수하게 올곧고 직선적입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같은, 어쩌면 주인공의 괴로움에 보는이마저 괴로울수 있는 이 시간을 괴로워 하지 않을수 있습니다. 또한 차도현과 신세기가 교대하듯 한사람씩 세상 밖으로 나와주는것은 시청자에게 지루할 틈이 없는 완벽한 드라마의 흐름을 선사해줍니다. 이것이 킬미힐미가 가진 가장 큰 스토리적 장점이 아닐까 합니다. 다른 부수적인 등장인물 없이 주인공 한명 만으로도 숨쉴틈없는 전개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거기다가 같은 몸을 가진 두 인격체인만큼 외모적 차이로 인한 호감이 아닌, 인격 자체의 성향만으로 시청자들은 그들을 좋아할수 있게 됩니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대상을 향한 순수한 애정이 아닐까요?
드라마는 이제 중반부로 접어들었습니다. 불과 얼음같이 영원히 다가갈수 없던 그들 사이는 점점더 혼란스러워지고 있습니다. 앞에서 다룬 차도현과 신세기의 단편적인 모습, 그들이 한사람이 아닌 두사람이 었을때의 마이너적 효과는 사실 드라마가 진행되어 갈수록 드라마속 한 가닥으로 좁혀져 가고있는게 사실입니다. 도현은 이미 승진그룹이라는 폭풍속에 들어왔고, 리진을 포함한 주변인물들과의 관계 또한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도현과 세기를 포함한 여러개의 인격들은 그 영향을 받아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나타나는 시간과 횟수 그리고 계기는 점점더 예측할수 없게 되었습니다. 더이상 차도현과 신세기에게 균형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게 되어버린것이죠. 이제 조금이라도 뒤로 밀려나는 인격은 낭떠러지도 떨어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차도현이 될지 신세기가 될지 결정하는 열쇠는 아직 그려지지 못한 드라마속에 감춰져 있습니다.
세기는 리진에게 자신과 차도현 둘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했습니다. 리진은 세기의 말을 거절하고 선택을 피했습니다. 그러나 세기는 결국 리진이 선택하는 순간이 올것임을 암시합니다. 이것은 드라마속에서 가장 큰 핵심인 그들의 대립의 종착점이 공존이 아니라는것을 보여주는것은 아닐까요. 하지만 극적으로 그들의 공존이 성공한다면, 모든 인격체를 품게될 차도현은 과연 오리진과 행복해질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도현과 세기가 공존하건 공존하지 못하건, 그들 -도현과 리진뿐 아닌 모든 인격-의 미래가 행복할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의 균형이 무너지고 누군가가 승리하는 순간, 그 결말이 공존이던 아니던 그 순간 드라마의 재미는 끝이 날것입니다. 그때가 곧 킬미힐미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 되기도 하겠지요. 상상만 해도 아쉬운 순간이네요. 저에게 킬미힐미는 연말에 나왔으면 시상식에 유리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게할정도로 너무 멋진 드라마입니다. 킬미힐미가 시상식에서 상을 휩쓰는 모습이 보고싶네요. 특히 차도현일때도 신세기일때도 다른 페리박, 요나 등등 모든 인격의 모습때 빛나는 지성은 너무너무 멋있습니다. 거기다가 모두가 공감하는 지성의 엄청난 연기력을 보고있으면 연기대상을 100번은 주고싶은 심정입니다!! 제발 지성 연기대상 받아라!!
이제 저는 한 시청자로써 킬미힐미가 어떤 마침표를 찍는지 조용히 지켜보겠습니다. 앞으로도 멋진 남자인 차도현과 신세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