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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드리는 꿈(15-2)
게시물ID : lovestory_958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0
조회수 : 107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4/12/12 10: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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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그대에게  드리는 꿈


    15. 북소리(2)



 한편, 계획한 대로 2천여 명이 조선군 사령부를 향해서 조심조심 접근하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목표물인지라 청년단원들과 광복군, 유격단이 절반이었다. 여자들은 없었다. 격렬한 전투가 예상되는 목표물의 특성 때문에 여자들은 배치하지 않은 것이었다. 총이나 죽창・활・표창 같은 무기가 없는 사람들은 부엌칼・삽・낫・쇠스랑 같은 것들을 들고 있었다. 그것들은 전투도 전투지만 요란한 소리를 내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요란한 소리를 내는 데는 꽹과리가 최고지만 총알을 만든다고 다 빼앗아 간 탓에 몇 개 되지 않았다. 물론 박격포는 단 1문도 없었다. 중국에서 갖고 들어오지 못했던 것이다. 류청과 함께 온 이유는 고즈키가 박격포를 믿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마동주와 고즈키의 숨막히는 대치가 한참이나 이어졌다. 다섯은 숨을 죽인 채 조마조마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세 시 정각이 되면 바깥에서 공격을 시작할 것이고, 모든 것은 운명에 맡겨야 했다.

 이윽고 고즈키가 권총을 마동주에게 돌려주었다.

 “...... 나는 총살을 시켜주게. 나는 군인일세.”

 “알겠소. 당신은 진정한 군인이오. 대한민국 광복군의 장교로서 약속하겠소. 유해는 반드시 가족에게 보내주겠소. 예의를 다하겠소.”

 마동주가 고개를 숙였다.

 고즈키가 부관에게 전화로 명령했다.

 “대본영의 명령이다. 조선군 사령부 예하 각급 부대에 즉시 하달하라. 우리는 현재 시각으로 무조건 항복한다. 일체의 전투를 즉각 중단하고 투항하라. 무장해제에 적극 협조하라. 각자의 생명을 보전하는 것이 일본을 살리는 길임을 명심하라. 그리고 사령부 내 전병력은 지금 즉시 비무장으로 연병장에 집결하라.”

 강성종이 경성방송을 접수하러 간 김정달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즈키와 통화한 아베는 경성방송을 통해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다. 너무나 쉽게 끝난 전쟁이었다. 왜군이 갑자기 투항하자 소련군도 놀랐다. 왜국과 항복 협상을 하던 미국도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분주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압록강 너머에서 국내로 진격하려고 전투를 하던 광복군 2진도 왜군들이 항복을 하고 스스로 무장을 해제하는 바람에 조금은 황당한 입국을 하게 됐다. 그래도 경찰서와 주재소에서는 크고 작은 충돌이 있었다. 그래봤자 새벽인지라 순사들 몇 명이 고작이어서 수십 수백 명이 떼지어 들이닥쳐 목숨을 내팽개치고 죽창이며 농기구 따위를 휘두르며 덤비는 데는 당해낼 수가 없었다.

 군부대와 관공서를 접수한 건국연맹은 배가 뜰 만한 곳으로 무장한 광복군과 청년단원, 유격단원들을 급파했다. 왜인과 부왜분자들을 숨겨주거나, 도주를 돕는 자들은 부왜부자들과 똑같이 처단될 것이었다.

 부산의 부둣가에는 5천여 명의 왜인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날밤을 새우며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두에서 같이 검색을 하던 순사들을 단숨에 제압한 청년단원들은 왜인들을 한 곳으로 모았다. 미얀마에서 탈출해 합류한 학병 출신 광복군 이정규가 메가폰을 잡았다.

 “대한민국은 이제 너희 왜나라로부터 독립했다. 우리가 전투를 해서 총독과 조선군 사령관에게 무조건 항복을 받아낸 것이다. 그래서 이제부터 너희들은 우리 대한민국의 포로가 되었다. 지금부터 우리의 지시를 잘 따라주기 바란다. 그러면 우리도 너희들을 포로로 대우할 것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신변의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

 “우리는 민간인이오! 포로로 취급받을 수는 없소!”

 한 사내가 용감하게 소리쳤다.

 “아 참, 먼저 우리들의 실질적인 사령관이 어떤 분인지 말하겠다. 그분의 아버님은 3・1의거에 앞장섰다가 너희 왜놈들에게 난자를 당해 돌아가셨다. 너희 왜놈들이 나무에 묶어놓고 소위 ‘일본도’로 수십 수백 번을 찔러서. 그래놓고 웃으면서 만세를 불렀다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너희놈들도 생각이 있다면 충분히 알 것이다.”

 “......”

 왜인들은 이제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 신원을 확인하는 조사가 시작됐다.

 형무소와 경찰서를 접수한 사람들은 독립운동가들을 석방했다. 안대순은 왜관경찰서에서 풀려났고,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함흥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세 사람도 풀려났다. 14세에 독립운동을 시작한 전설적인 인물 김대오도 서대문형무소에서 풀려났다. 이들은 즉각 건국연맹에 합류했다.

 거사일에 맞춰 하얼빈의 이시이의 관사를 기습했으나 허탕을 친 광복군 특공대 2대는 강성종이 미리 지시한 요령에 따라 곧바로 서울로 향했다.

 날이 밝기도 전에 부왜분자들과 악질 왜인들을 색출하기 시작했다. 일단 구금을 해서 재판을 받게 하라는 것이 건국연맹의 공식적인 지침이었으나 아침에는 벌써 여기저기에 많은 시체들이 나딩굴고 있었다. 신원이 확실하면 즉결처분을 해 버리라는 강성종의 지시가 청년단에 따로 있었고, 어찌할 수 없는ㅡ분노한 군중들이 직접 처형한 경우도 많았다.   

 강성종은 OSS본부로 상황의 대강을 보고했다. 주요 인사 동향보고에 대한 요구가 없어져 신경을 쓰지 않은 탓에 이런 상황으로 전개될 줄 몰랐으며, 필요하다면 상세하게 상황을 파악해서 보고하겠다고 전문을 보냈다.

 그 시각, 마동주는 골돌린에게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도록 모르고 있었냐는 것이었다.

 “그 점은 죄송합니다만......”

 마동주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우리 소련으로서는 차라리 횡재를 한 것입니다.”

 “어째서?”

 “조선이 이제 승전국이 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조선을 신탁통치를 할 명분이 없어진 것이지요. 그게 우리 소련으로서는 얼마나 좋아진 겁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우리나 미국이나 모두가 절대적으로 곤란해진 것이지!”

 골돌린이 책상을 치며 분노했다.

 “생각해 보십시오. 그것을 핑계로 왜국을 반으로 나누어서 신탁통치를 하면 될 것 아닙니까? 지금 우리 소련군이 철수를 해보십시오. 조선은 자국의 독립을 적극 도와준 우리 소련을 얼마나 고마워하겠습니까. 거기다 조선은 자력으로도 사회주의 혁명이 가능할 정도로 바탕이 돼 있지 않습니까. 그럼 가만히 앉아서 연방을 확장하는 것이나 다름 없지요. 그리고 왜국도 반이나 얻고. 만약에 미국이 죽어도 왜국은 나눌 수 없다고 하면 그때는 미국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국에 통보하고 다시 들어오면 되고요. 어디까지나 우리는 해방군이고 미국은 점령군이 되는 것이지요.“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을 못했소. 동지는 역시 상황판단이 뛰어나오. 당장 보고하겠소!”

 그제서야 골돌린이 활짝 웃었다. 소련군은 원산 위에서 진격을 멈추고 대기 중이었다.

 임정 요인들은 아직 도착도 않고 소식도 없으나 대한민국의 독립을 기정사실로 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데에 의견의 일치를 본 건국연맹은 총독부에서 이름이 바뀐 중앙청에서 지도부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항복문서 조인식을 준비했다. 수십 명의 기자들이 취재에 열을 올렸다. 외신 기자들도 있었다.

 “아니, 여선생, 협상 중에 이렇게 해도 되는 거요?”

 아베가 맞은편에 앉은 여운형에게 볼멘 소리를 했다. 원래는 총독궁에서 오찬을 하면서 합의문에 서명을 할 시간이었던 것이다.

 “이보시오, 아베상! 우리와 입장을 바꿔서 한 번 생각해 보시오. 당신네 나라라면 협상을 했겠소? 협상은 상대가 정상일 때 하는 거요. 당신네들은 살인 강도와도 협상을 하시오? 그리고 당신네라면 지금의 상황에서 내가 그 자리에 그렇게 멀쩡하게 앉아 있을 수나 있겠소? 나는 벌써 죽임을 당했거나 고문을 당해서 실성이라도 했을 거요! 당신네가 우리나라와 동포들에게 저지른 악행에 비해서 과분한 대접을 받고 있는 줄이나 아시오! 당신네 나라가 우리에게만 악랄하게 했소? 만주에서는, 중국에서는 또 어떻게 했소? 산 사람에게 상상도 못할 생체실험을 자행하던 이시이란 악귀를 우리가 잡고 있소. 왜왕도 이시이가 어떤 짓을 하는지 알고 있었을 것이오. 아니, 그렇게 하라고 시켰는지도 모르지.”

 “......“ 

 “인류 역사상 가장 사악한 나라가 바로 당신네 나라요! 할말 있소?”

 여운형의 꾸짖음에 아베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을 못했다. 기자들도 둘의 대화 아닌 대화를 귀 기울여 듣고 있었다. 이시이에 관한 정보는 작정하고 흘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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