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피씨방이란게 국내에 생길무렵부터 죽돌이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대략 2~3만 시간을 피방에서 겜하는데 보낸 게이머 입니다.
주력으로 한 게임은 MMORPG. FPS 쪽인데 제기준으로 조금했다고 생각하는 장르가 아마 일반인에겐 꽤 많이 한 수준일수도 있겠네요.
잠깐 흥미로 틈틈히 하는 피온3 감독렙이 73 이니까요. 이제 손가락도 안따라가는 30대 아저씨인데 피온을 하는 이유는
피파온라인3의 게임화폐 유통구조가 지금껏 볼수없던 방식의 매우 독특한 방식이기 때문에 이부분을 조금 탐구 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절대로 베컴, 호돈 빠돌이라서 하는거 아님)
대부분의 MMORPG를 하는 게이머들이 매우 싫어하는게 "오토" 일겁니다.
저도 전형적인 린저씨이기 때문에 오토를 극혐하다가 어느 순간엔 그냥 같이 살아야 하나보다 하고 어느정도 포기한 상태였는데
피온3의 화폐 유통 방식을 보고 꽤 큰 희망을 보았습니다.
기존의 온라인겜에서의 게임머니는 자율거래가 기본 원칙이였습니다.
뭔소리냐 하면 그냥 내 게임머니 지나가는 사람한테 1:1 거래걸고 다줘도 아무 상관이 없는 구조라는거지요.
여기서 오토가 발생할수 있는 기본 조건이 성립 하게 되는데, 계정비 or 필수캐쉬 + 전기세 < 벌어들이는 게임머니
공식이 성립하면 오토는 무조건 성행합니다.
그동안 게임사들이 이걸 막기 위해 그냥 유저가 자율적으로 오토를 돌리게끔 시스템상으로 맞불도 놔 봤고
매우 세밀한 모니터링을 취한 게임사도 있었고, 잦은 주기로 오토 프로그램을 막는 업데이트를 하는 회사도 있었지만
그 어떤짓을 해도 오토를 단 하루도 멈추게 할수는 없었습니다.
이건 피파온라인2 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저또한 피파온라인2에 현질한게 족히 500만원은 넘는거 같습니다.
그렇게 오토에 대해서 어느정도 수긍하다가 피온3를 접하고는 꽤나 큰 쇼크를 받았습니다.
피파온라인3 에서는 오토가 자생할수 없는 토양이 완벽하게 구현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변동시세 이긴하지만 상 하한가가 칼같이 매겨져있고 이 상하한가가 약간 씩 요동치더라도 이로 인한 이득을 전혀 볼수 없게끔
경매장에 혹독한 수수료를 매기고 이로인한 게임내 전체 게임머니 손실은 캐쉬템판매로 매꿔서 시장을 유지시킨다....
한마디로 어느게임에서건 제1 공급자 역할을 해오던 오토의 공급량을 게임사가 그정도 수준의 대가를 받고 대신 해주는겁니다.
유저 입장에서는 오토에게 사나 게임사에 사나 그게 그거니까 큰 불만을 가질리가 없고
게임사 입장에서는 그동안 오토가 벌어들이던 돈을 자기들이 다 먹고 오토 없는 청정한 서버를 유지할수 있으니
꿩먹고 알먹고 이보다 좋을수가 없는겁니다. 과연 넥슨은 이분야에선 타고 났습니다.
이 시스템을 보자 마자 느낀건 하.. 이건 앞으로 온라인겜에도 적용되면 앞으로 오토는 다죽겠구나 였습니다.
물론 그런식으로 오토를 원천 차단하면 주가 폭락할 NC 소포트 같은 경우에는 아마 이런 시스템을 굉장히 늦게 받아 들일겁니다.
(혹시나 리니지 이터널에 이게 도입되면 엔씨 주식 무조건 사세요 30만원 찍습니다.)
이미 리니지 같은 경우에는 오토가 없으면 회사 매출이건 게임내 화폐 밸런스건 아무것도 유지가 안됩니다.
하지만 기존 중견 업체나 신생 게임사에서는 이 좋은 시스템을 마다 할 이유가 없지요.
현질로 인해 비상식적으로 빠른 성장을 한 하드코어 유저가 컨텐츠 없다고 징징거릴게 줄어드는게 가장 큰 장점이고
신규 & 라이트 유저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수 있는 사냥터를 오토고민 없이 만들수 있다는게 두번째 장점이니까요.
오로지 경매장에서 정해진 시세로만 거래가능한 이런 시장 시스템을 채용한 게임은 해외에서는 대박 칠겁니다.
유난히 경쟁심리가 강해 현질을 해서라도 더 강해지고 싶어하는 한국의 헤비유저들에겐 어쩔수 없이 밸런스를 깨는 캐쉬를
결국 팔아야 할거고 그로인해 결국 라이트 유저는 다 떨어져나가고 겜은 시들시들 해지겠지만요.
하지만 이 폐쇄적인 화폐 유통 시스템은 그래픽만 발전하는 거기서 거기인 한국 MMORPG를 앞으로도
더욱 발전 시켜줄겁니다. 오토가 없는 게임이라는 전제하에서는 정말 많은 컨텐츠를 만들어 낼수 있으니까요.
제3세대 MMORPG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 받는 아키에이지도 두더쥐&채집 오토로 생산 컨텐츠의 기본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그냥 적당히 멍청한 저정도 수준의 운영진을 갖고도 제법 오래 흥했을겁니다. 공들여 풀을 뽑아도 가격이 개판이니
생산쪽유저들은 대거 접거나 소비쪽취향으로 넘어가버리고 오토가 대량 생산한 원재료를 기반으로
초창기에 가장 상급이던 델피급 장비를 개나소나 차게 된게 너무 타격이 컸습니다.
소비하는 입장인 전투&사냥쪽 유저들은 너무 쉽게 최상급 장비를 맞추게 되어 성취감도 없고 목표도 사라져
결국 다 접게 되는 핵심원인이 되어버렸으니까요.
쓸데없는 멍멍소리는 집어치우고 부디 이 시스템이 더욱 발전해서 개량되서
내년 이맘때쯤에는 "게임오토"라는게 사전에서나 볼수 있는 단어이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