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할아버지가 생전에 저를 무척 아껴주셨어요. 제가 타국에서 지내느라 임종시에 뵙지도 못하고 장례식에도 못 가봐서 늘 죄송한 마음만 가득했어요. 할아버지 기일이면 성당에 가서 할아버지 위해 기도를 올리곤 했는데요
얼마전 제 꿈에 할아버지가 나오셨어요. 꿈에서 제가 어떤 공예방 같은 곳에 앉아서 도자기를 빚고 있었는데 창문 바깥에 어두운 기운이 흐르면서 한무리의 귀신들이 지나가는 겁니다. 저를 포함한 공방 사람들이 다 창문 밖을 내다보지 않고 귀신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제 옆에 키가 몹시 커다랗고 넓은 어깨를 한, 숨을 크게 쉬는 존재가 쑤욱 다가온겁니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제 할아버지 였어요. 제가 너무 반가워서 할아버지를 끌어안고 "할아버지 죄송해요."라며 울었고 할아버지께서 저를 양팔로 감싸안아주셨어요. 괜찮다는 듯, 다 알고있다는 듯.
꿈에서 깨어나니 베게가 젖어있더군요.
그 뒤로 할아버지께서 제 곁에 항상 수호령처럼 계시는 것 같고 제가 바라던 좋은 일도 생겨서 할아버지께서 보살펴주신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그래서 할아버지께 간단히 제사(?) 감사의 인사(?) 같은 걸 드리고 싶은데 (할아버지께서 좋아하시던 걸 차려두고) 이게 바다 건너 먼 대륙에 있는 제가 해도 할아버지께 닿을까요? 제가 손자가 아닌 손녀인데도 해도 되는 걸까요? 추석이나 할아버지 기일 등 그런 날짜에 맞춰서 해야하나요? 아니면 평소에 아무때나 해도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