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오만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가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이 도시는 교만하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브란트가 동독과 긴장완화 정책을 추진하자 닉슨 대통령과 키신저 국무장관은 브란트를 향해 "값싼 민족주의자"라고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범세계적으로 소련과의 세력균형을 추구하는 미국에 협조하지 않고 냉전을 완화하려는 브란트를 미국은 깔보고 무시한 것이지요.
문정인 대통령 특보, 홍익표 의원과 함께 한 이번 워싱턴 방문에서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에 일부 인사들의 비아냥이 들립니다 문정인 특보의 강연 내용은 즉시 대서특필되었습니다. 미국보다도 한국 언론이 "미국과 엇박자난다"고 난리입니다.
어제 우드로윌슨 센터 세미나에서 마이클 글린을 비롯한 미 측 패널들은 사드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중국 눈치보며 미국과 동맹을 약화하겠다는 거냐"고 저에게 거칠게 따졌습니다. 참으로 교만한 행태입니다.
물러설 우리 일행이 아닙니다. "사드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이야기하라"며 "과속 사고를 낸 사드 배치로 동맹국에서 역풍을 초래하고 무슨 동맹 약화 운운하냐"고 반문하자 그냥 넘어가더군요. 사고 낸 자들이 더 큰소리를 치니 적반하장입니다. 이런 엉터리를 국내 언론과 정치권이 답습하니 안타까울 노릇입니다. 한국이 그렇게 물렁한 나라가 아닙니다. 당당하게 논리적으로 반박해야 합니다. 주초에 뉴욕에서 아시안소사이티 세미나에서 또 발언합니다. 교만함에는 당당함으로 맞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