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을 뻗었다. 안경이 깨지고 코가 부러졌다. 하지만 괜찮다. 노상 당하던 일이라 익숙하니까. 놈은 매일같이 나에게 주먹을 뻗었다. 이젠 지쳤다, 모든 것으로 부터 해방되고 싶었다. 학교폭력으로 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그리하여 달려 든 차량에 몸을 던진 것이다.
마침내 결승전이다, 복싱선수 이대혁은 링위에 올라섰다. 글러브를 끼고 곧 있을 부귀영화를 생각했다. 실컷 상대를 두들겨 패고 마지막 카운터로 몰아세울 찰나였다.
피싱- 두 영혼이 교체되었다. 복싱선수는 학교폭력을 당하던 아이의 몸으로, 범죄를 겪은 아이는 복싱선수의 몸으로.
짝! 어머니는 아이의 뺨을 때렸다. "이게 무슨 짓이니, 니가 자살을 왜해?" 주위에서는 어머니를 말렸다. 아이로 영혼이 교체된 이대혁은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내가 자살을 했다고?' 그가 누워있는 곳은 병원이었다. 아무래도 괴롭힘과 구타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를 죽이려 한 모양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폭행을 당했다고 살인을 저지르려 하다니 용납될 수 없는 중 범죄자인 셈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런 중 범죄까지 갔는데 정신 못 차리고 가해자들은 다시한번 그를 건드리려 했다. "자살 왜 했냐?" "그냥 살고 싶지 않았어, 괴롭힘이 일상이니까. 그러니까 그만해." "내 탓이라는 거냐?" "그만하라니까?" "그러니까 내 탓에 니가 그런 지경에 갔다는 거잖아, 말을 뭔 그 따위로 하냐?" 싸움질이 일어났다. 아이들의 눈이 훼둥그레해졌다. 이전까지 맞고있던 권대현이 이제는 상대를 두들겨 패고 있으니 말이다. "좀 괴롭히지 말라고!!"
땡- 종이 울렸다. 이대혁 선수의 몸을 가진 아이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다 잡았다. 이건 학교폭력 범죄가 아니라 건전한 스포츠니까. 조심히 상대를 견제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나저나 궁금했다. 나의 몸을 가진 이대혁 선수는 지금쯤 뭘하고 있을까?
상대를 입원시켰다. 이건 어디까지나 상대의 잘못이었다. 난 분명히 경고했다. '날 그만 괴롭히라.' 그러나 그 간단한 요구조차 묵살한게 상대 쪽이다. 내가 죽던지 내가 죽이던지 둘 중에 하나이다. 그나저나 나의 몸을 가진 권대현은 지금 쯤 뭘하고 있을까?
"너구나?" "안녕하세요?" 권대현과 이대혁 선수는 서로 악수를 했다. "너를 괴롭히던 애들은 내가 손좀 봐줬으니 걱정 마." "고맙습니다, 형. 저 이겼어요." "고마워." "그나저나 왜 우리의 영혼이 바뀌게 된 걸까요?" "글쎄, 우리한번 알아가보자." 그 날 저녁, 권대현은 이대혁을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 그리고 그 날 수다는 그칠 줄 몰랐으며 둘은 영혼이 교체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