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당황스럽게 베오베까지 갔던 고양이 혐오자인데요,,,
사실 이번엔 마릴린에 대한 얘기나 사진은 별로 없어요.
도둑고양이 라는 표현 자체에 반감을 가지는 분도 계실 것 같고, 내용도 고양이 혐오자 고양이랑 친해지기... 정도라서 제목을 다르게 쓰려고 했는데
저번 글에 마릴린을 이쁘게 봐주신 분들이 너무 많아서 그 분들이 제목 보고 알아보시라고 같은 제목으로 썼어요.
음... 일단 집을 만들어 준 다음에는 계속 집 안에 사료를 넣어 두었는데요, 날씨가 쌀쌀해진 후에 가게 뒷문은 닫아두는 상태라서 가끔 확인하고 사료를 먹었으면 더 넣어두곤 했어요. 문을 가끔 열어보니 마릴린은 이틀에 한번 정도 만났고요.
그런데 어느 날 부터인가 사료의 양이 팍팍 줄어들기 시작한 거예요.
마릴린을 처음 만났을 때 보다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게 보였기 때문에 그냥 '이놈이 이제 안심하고 점점 많이 쳐먹는구나...' 생각했죠.
그러던 중에 한번은 문을 열었는데 마릴린이 후다닥 도망을 가는거예요.
가게 뒤쪽이 폭 1.5 미터 정도의 골목처럼 연결이 돼 있는 곳인데 밤이면 아주 캄캄해서 안보이기 때문에 어두운 쪽으로 가면 고양이의 경우 눈빛 밖에 안보이는데 이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건 일부러 불을 비추며 찍은 사진입니다.
제가 서있는 쪽은 저희 가게와 저희 창고로 막혀있고 오른쪽 홈통 있는 곳이 옆 건물과의 사이통로 그리고 정면으로 똑같은 형식의 건물이 2채 있는데 그 사이마다 이런 통로가 있어요. 제일 앞에 있는 문이 옆건물 화장실인데 사람들이 홈통쪽 통로를 통해서 오기 때문에 인기척이 있으면 마릴린은 저 정면으로 부리나케 도망가요.)
암튼 그 녀석이 맨 마지막 건물 옆의 통로로 오른쪽 큰길로 나가길래 저도 가게 정문으로 뛰어나가서 확인을 했더니 웬 턱시도 한 녀석이 도망가고 있는겁니다. 뒷모습 밖에 못 봤지만 마릴린보다 좀 크더군요. 뒷통수를 보니 '잭'이란 이름이 생각났어요.
냄새를 맡고 온건지 마릴린이 저기 호구 한놈 있다고 소문을 낸건지 모르겠지만 이제 다른 놈들도 오기 시작했으니 대비를 해야했어요.
그래서 사료 그릇을 두 개로 늘리고 물도 넉넉히 담아 두었지요...... 쓰레기봉투를 뜯으면 짜증나니까요...
그 녀석 뒷모습을 두어번 더 본 후에 안쓰는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죠.
밤에는 라이트까지 켜놓고 찍어야 해서 경계하느라 안 올까 걱정했지만....
두둥~
불빛이 있으니까 한 7~8분쯤 가만히 숨어서 눈치를 보다가 나오더라구요.
네... 잭이라 이름 지었지만 암컷인가보네요. 여러 각도에서 봤을 때 현재 새끼를 밴건 아니고 새끼를 나은지 얼마 안된 녀석으로 보였습니다.
조그만 비닐에 사료를 담아서 새끼들 갖다주라고 놓아보기도 했지만 마릴린이 먼저 와서 뜯어 먹은건지 항상 비닐이 뜯어져 있더라구요.
이름을 바꿔줄까 생각도 했지만 저도 남자지만 여자 이름인데... 뭐 그런 경우는 많으니 그냥 잭이라 부르기로 했어요.
그 이후에 엉덩이가 완전 푸짐한 치즈태비도 한 녀석 봤는데요.
그 녀석은 너무 빨리 튀어서 사진 한번을 못 찍었어요.
얼굴도 넙대대~ 한게 그 녀석은 생긴걸 보니 아마도 이름이 윌리엄 쯤 될 것 같아서 그렇게 부르고 있는데 잘 만나지 못해서 한번도 못 불러봤네요.
그렇게 사료를 하루 서너번씩 확인하면서 채워주고 있었는데 어떤 날은 너무 조금 먹고 간 날이 있었어요.
저는 옆집 화장실 가는 사람이 있어서 별로 먹지도 못하고 급히 도망갔나보다.... 그리 생각하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동영상을 확인하고있었는데.....
아... 일단 저 집 밑에는 정사각 보드블럭 네 개를 조금씩 떨어트려서 받쳐놨어요.
그러니까 열십자로 약간의 틈이 있는 상태 위에 집을 올려 놓은거죠. 물 같은게 고일까봐 그런건데....
사진에서 보이듯이 마릴린이 저 밑에 공간을 자꾸 쳐다보고 손까지 넣어보는 등 틈에 자꾸 관심을 보이더라구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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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용~~~~
이런 쥐XX 같은 XX !!!!!!!
나가려다가.....
마릴린이 와서 숨는 장면입니다.... 낮에도 이 녀석 기척 때문에 마릴린이 아래 틈을 계속 주시했었나봐요.
그래서 집을 사~알짝 들어봤더니......
허~얼~~~~~
그동안 조금 먹고 갔다고 생각했던게 이녀석 짓이었나보네요.
당장 보도블럭을 치우고 집이 움직이지 않게 앞에다 보도블럭을 바싹 붙여서 고정시켜놨어요....
그랬더니 뙇!!!!!!!!
!!!!!!!!!!!!!!!!!!!!!!!!!!!!!!!!!!!!!!!!!!!
벽이 약간 경사져 있어서 생긴 틈으로 이렇게 계속 왔다갔다 하며 약 7~80알 정도 모아놨더라구요.
고양이들한테 너무너무 화가 났어요....
지들 쳐먹으라고 놔둔 사료를 쥐XX 한테 도둑맞고 있었다는게요...
(식당이라 쥐가 왔다갔다 하면 큰일 나거든요.)
다른 냥이들은 먹이를 주면 쥐도 가끔 잡아다가 놓아두곤 한다는데, 이 녀석들은 내가 아는 것만 세마리가 드나들면서 저 쥐자식을 그냥 방치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제가 많이 삐쳐서 며칠동안 사료를 굉장히 조금씩만 놓아두었어요...
너네들 어차피 쥐자식한테 다 도둑맞을거잖아~~~~ 하면서요...
그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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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마릴린이 안보여요.....
내 마음을 훔쳐간 그녀가.....
미안하다고 마음속으로 수없이 외치고 다시 오면 잘해주겠다고 다짐했지만 잭이랑 윌리엄만 하루 한번 정도 다녀가고 마릴린은 사라졌더라구요...
아... 한참 추울 때라 어디가서 얼어죽은 건 아니겠지...? 로드킬을 당하거나 나쁜 닝겐들한테 해꼬지 당한건 아니겠지...?
굶어죽은 건 아니겠지...? 별 생각들이 다 들더라구요....
시간이 흐르며 저도 캣대디의 역할에 소홀해지고
그냥 단지 잭과 윌리엄이 굶을까봐 사료만 넣어두고 있었어요.
그렇게 약 3주간의 시간이 지난 후.....
마릴린을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만... 딸아이 재롱잔치 땜에 얼른 준비하고 나가야겠어요...
돌아온 마릴린 사진은 다음에 다시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