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문학(+교과국어) 수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자체 출판사의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당^^)
주말반 학생들이 워낙에 만화를 좋아하는데, 마침 저도 만화를 무척 좋아하던터라 평소에도 친하게 지내는 그저 그런 평범한 선생이에요^^
저도 대학생 때는 만화잡지에 공모전 원고를 내고 나름 상도 받았던 터라 애들이 웹툰작가, 스토리 작가가 되고 싶다고 야무지게 말하는게 참 귀엽고 기특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제가 어릴 때는 부모님께서 주말이면 늘 대학로에 데려가 파랑새 소극장 같은 곳에서 연극도 보여주시고 전시회도 자주 데리고 다녀주셨었는데, 요즘 친구들은 숙제에, 학원에 이것저것 할 일이 너무 많이서 그런 여유가 없는게 안타깝게 여겨지기도 했어요. 물론 부모님들께서도 대부분 맞벌이라 힘드실 것 같기도 했구요.
교실에 앉아 혼자 연습장에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을때 많은 것들을 보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크게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주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해요. 그.러.나! 갑갑한 학원 안에서는 솔직히 한계가 있죠ㅠ_ㅠ
그래서 쉬는 날에 애들을 불러 이곳저곳을 다니고 있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ㅠㅠ 휴일에는 마냥 집에서 뒹굴고 싶기도 하지만, 아주 나중에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서 아이들이 "그때 참 즐거웠다" 정도만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조금 더 고생할 이유는 충분한 것 같아서요:)
느지막한 여름에는 애들을 데리고 지브리 조형 전시회도 다녀왔어요~
한 친구가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정말 좋아해서 가기 전부터 많이 들떠하더라구요^^
이 작품은 우리 모두가 가장 인상깊게 느꼈던.......ㅎㅎㅎ
생각보다 조형물들이 꽤 커요~
우리의 아이돌! 하울 오라버니ㅠㅠㅠㅠㅠㅠ 하........존잘......
마지막 코너에는 기념품 샵이 있는데, 전 거기서 팝업카드를 샀어요.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 톡~하고 튀어나오는게 아주 귀엽더라구요^^
아쉽게도 다 아이들에게 선물로 줘서 사진은 없네요ㅠㅠㅠㅠㅠ
얼마전엔 애들이랑 아이스 스케이트 장을 다녀오면서 중간에 모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코믹*즐이라는 곳에도 들렀는데 원화 전시도 되어있고 각종 굿즈들도 가득해서 정말 천국같았어요^^ (사업장인지라 사진은 찍지 않았어용ㅎㅎ) 카페도 함께 있어서 음료와 함께 만화책도 볼 수 있게 되어 있더라구요. 하.......애들이 기특한 일을 할 때마다 자그마한 굿즈들을 하나씩 선물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애들을 데리고 이곳저곳을 다니는 것도 좋아하지만, 눈과 머리에 좋은 경험을 했다면 이번에는 실제로 '그리는'것에 도움을 좀 주고 싶었어요.
저도 뭐.......ㅠㅠ누구에게 그림을 가르칠 입장은 아니지만 기억을 되돌아보면 학창시절에 만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나름대로 이런저런 노하우들을 많이 배우고 익혔던 것 같거든요. 선배들이 쓰는 것을 보고 처음으로 마카라는 것의 존재를 알았고, 손에 익히기 위해 부던히 노력했던 추억(??)이 떠올랐어요. 솔직히 다른 사람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볼 기회는 흔치 않은 것 같기도 했구요.
그래서!!!!!!!! 아이들이랑 릴레이 식으로 연습장에 만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스토리는 딱히 정해져 있지 않고, 캐릭터도 큰 줄기만 시작전에 미리 의논해서 정하고 무작정 시작했죠!
요즘에는 요 귀여운 아이들이 "히힛ㅋ 이렇게 끝냈으니 뒤는 알아서 이어주세용~ㅎㅎ"하고 있어서 서로가 서로를 골탕먹이기 위해 어중간하게 끊는 일도 빈번하답니다. ㅂㄷㅂㄷ.......
아직 많이 진행되진 않아서 큰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애들이 "그림체를 바꾸려고 연습중이다"라던지 "배경은 어떻게 그리는지 모르겠다" 등등 애쓰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귀여워 죽겠어요ㅎㅎㅎ
연습장에서 몇 장만 가져왔어요:)
처음 시작은 제가 했어요. 담 타 넘는 여주인공.........을 만들었더니 아이들의 항의가 빗발치더군요ㅎㅎㅎ^^v
다른 차원의 세계에 떨어진 여주인공......네, 전 흔한 이야기 엄청 좋아합니다ㅠㅠ///
첫 만남부터 여주인공한테 까칠하게 구는 남주를 만들어준 친구ㅎㅎㅎ
여자를 그리는 건 좋은데 남자는 그리기 너무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이 친구는 릴레이 만화를 그리는 연습장 외에도 본인이 혼자 그리는 연습장이 있는데 죽어도 안 보여주려고 해요.
저도 어릴때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이 "너 만화 그린다며? 좀 보자"그러면 부끄러워서 막 도망다녔는데......ㅎㅎ
알면서도 팔짝팔짝 뛰는게 귀여워서 자꾸 연습장을 뺏는 척 하고 있습니당ㅎㅎ
중학교 1학년 때 이미 14장이 넘는 소설을 써서 숙제로 제출했을 정도로 스토리텔링에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있는 친구의 그림이에요.
너무 기특해서 이 친구가 쓴 소설들을 묶어 제본해서 단편집을 만들어 선물해 주었죵ㅎㅎ
요즘 치열하게 그림체를 새롭게 만든다고 노력중인 아이랍니다^^
최초의 악역등장..................
이렇게 사진을 찍고보니 정말로 그림체가 많이 바뀐 것 같네요@.@;;
마무리는..........자꾸 우는 여주인공이 마음에 안 들어 어떻게든 다른 루트를 타보려고 한 제 부질없는 발버둥으로..............///
엉엉어엉ㅇㅇ어ㅓ러허어ㅠㅠㅠㅠㅠㅠ어떻게 끝내야 할지 모르겠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에는 채색도 함께 해보려구요^^
이상 반도의 흔한 학원 문학선생이었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