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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그해 겨울- 좀비 아포칼립스 - 관찰 2 -
게시물ID : panic_771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걸어
추천 : 4
조회수 : 190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2/04 03:40:41
 (19)그해 겨울 -들어가는 글- 좀비 아포칼립스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panic&no=74971&s_no=9212438&kind=member&page=1&member_kind=total&mn=288992
 (19)그해 겨울- 좀비 아포칼립스 - 관찰 1 -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panic&no=75002&s_no=9217428&kind=member&page=1&member_kind=total&mn=288992







20:23


밖은 전과 다를 바 하나 없었다 아직 까진 전기가 끊기지 않았는지 가로등 빛이 밝혀도 어두컴컴하며 폭풍전야같이 고요했지만 성대를 긁어대는 가래가 끓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라이트를 켜 아까 살해당했던 그 사람이 혹여나 좀비로 변해 저들과 같이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지 않을까 살펴보았지만 조도 낮은 가로등 불빛은 골목 구석까진 밝혀 주지 못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실루엣으로 나마 고요함 속에 정말 게임이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시체들이 비척대며 걸음을 옮기거나 멍하니 서 있는 예전과 다른 광경과 소리를 듣고 보며 몸서리를 쳤다.





의/식/주






 초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인간이 생존에 필요한 것을 배웠을 테고
자신의 아이큐가 침팬지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그리고 배우지 않아도 초등학교 4학년 사회 교과서에 명시된 간단한 상식은 모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순간만큼은 방음조차 되지 않는 코딱지만큼 작은 곰팡이 슨 원룸이지만 대한민국 건설업계 종사자분들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사방팔방이 콘크리트로 뒤덮여 있는 아파트는 미국에서 볼법한 주택처럼 유리창이 바로 외부로 연결되지 않으며 외부와 높게 떨어져 있고 창문에 붙어있는 방범창이 나를 상당히 안심시켜 주었고, 어쨌거나 인간의 힘으로 쇠를 부술 수 없다면 열리지 않는 철문 그리고 열고 들어오는 것이 아닌 열고 나가야 하는 문이라면 크게 걱정 되지 않았다. 미국 좀비매체에서 보면 좀비들이 물밀듯이 집을 헤지고 들어와 사람을 찾으며 포식을 하지만 한국에선 1~2층을 제외한 나머지 아파트들은 식량만 충분하다면 절대 위험하지 않을 것 같았다.





 옷이야 누더기라도 얼어 죽지 않을 만큼의 옷이 널려 있고 엊그제 놀러온 친구 놈 이 덥다며 벗고 간 레자 재킷이 그리 그 친구에게 잠시나마 사랑에 빠질 것 같은 착각을 주었다.
집 한 곳에 고이 접혀있는 개구리 전투복을 보니 상의는 어떨지 몰라도 하의만큼은 전투복 바지에 전투화만큼 활동에 최적화 되어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쓸모는 없을지 몰라도 전투복 바지는 주머니만큼은 많지 않은가!

 국방부에서 내게 남겨준 것이라곤 어디서나 잘 수 있는 용기와 독기 그리고 깔깔이라고 생각 했던 나에게 국방부가 그래도 좋은 선물이다 하며 호돌이가 엄지를 치켜세우는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식(食) 말 그대로 먹어야 하는 것이 생존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인데 난 미스터 초밥왕의 심사위원들처럼 까다로운 입맛도 아니었고 간장과 참기름 흰 쌀밥만 있어도 만화라면 아마 내 뒤쪽에서
‘김포평야에서 쌀농사를 하는 김 씨 아저씨가 흘린 땅방울이 보여!’
라며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라 딱히 먹을 것이 걱정되진 않았다. 그저 얼마 남지 않은 식량들을 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진짜 나가야 하나...”





주거지 확보가 제일인만큼 하나와 둘은 이미 끝났고 주거지에 충분한 식량을 공급하기 위에서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한숨이 두 배가 되었다.
일단은 저 괴물들이 무엇에 반응해서 내가 어떻게 준비하고 나가야 할지가 중요해 입지 않는 옷가지를 묶어서 길게 늘어뜨려 여러 가지를 준비했다.






 첫째로 어떤 것에 반응하는가.
촉각 후각 시각 청각을 고려했고 미각이야 나를 직접적으로 씹어 삼키지 않으면 모를 것이기에 
후각을 위해 한동안 방치해 두었던 빨랫감 중에 내 체취가 가장 많이 남아 있을 것 같은 언더웨어와 여자 친구를 만나라 갈 때나 입었던 향수냄새 가득한 외투 마지막으로 피 냄새에 반응 할 것 같아 준비한 휴지 덩어리와 자해를 위한 커터 칼. 항상 시끄럽다며 끄고 다시 자버려 쓸모는 없지만 청각 테스트 위한 매우 시끄러운 자명종 시계 
마지막으로 촉각을 위한 노끈이나 줄을 메달고 저기 걸어 다니는 시체들을 쳐야 하니 무게추 역활을 할 사전을 준비했다. 





 이런 저런 준비를 끝내고 나니 긴장감이 풀렸는지 아니면 새로운 세상에 나갈 준비가 되었다는 것에 말도 되지 않는 이 상황에 적응했는지 모르겠지만 풀린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며 졸음이 몰려왔다. 시계를 쳐다보니 빨간 led 조명에 22:34 라는 시간이 찍혀있었고 새벽에 일어나 바뀐 세상에 엿이라도 날려주려면 일찍 자야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베란다 문을 닫으며 두 번 세 번 확인하고 집구석 어딘가에 들어올 구멍은 없는지 살펴 본 뒤에 널려진 옷가지를 모두 들고 침대 속으로 다시 기어 들어갔다. 

 


 아직 까진 전기가 들어와 전기장판이 켜져 있어 따듯함이 몸을 감쌌다. 그리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눈물이 흘렀다. 내가 원하고 한번쯤은 경험해 보고 싶었지만 실제는 환상과 달랐다 가족들 내 친구들 살아는 있을까... 보고싶다 보고싶다... 화를 내고 싶어도 어이가 없고 황당함의 극치에 달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내 자신이 영화나 게임 주인공처럼 영웅적인 모험을 할 수 없는 것과 무력감과 절망감을 동시에 느끼며 이불을 움켜쥐고 현실이 아닐거라며 꿈일 거라며 자기 위로를 했다.


‘일어나면 다를 거야 일어나면 다를 거야.’
혼자 남은듯한 고독감과 외로움 그리고 두려움에
꺽꺽대며 한참을 입을 막고 울다 지쳐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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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글을 쓴다는것도 참 어렵지만 어느날 갑자기 거울을 보고 폐인같은 모습에 이렇게는 살 수 없어! 하며 남자들이 좋아하는 동영상을 지우다가
제가 써둔 설정집과 그림을 그려둔 노트와 이런게 저런게 다 날라갔더군요... 현자가 된다는것이 뭔지 해탈을 한다는 것이 뭔지 석가여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 둘다 살리지 못했습니다... 안녕 얘들아 즐거웠어...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함부로 지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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