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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쓰기에 앞서
최근의 인터넷 환경은 확실히 토론하기가 어려운 환경인 듯 하네요. 뭔가 예전 2000년대 초반에는 기본적인 '동질감' 이 있어서 서로의 마지막 선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에서의 키배가 벌어진 듯 했지만 지금은 서로 상대방의 가죽과 살을 벗겨낼 때까지 싸우지 않으면 만족하지 않는 듯 싶기도 하고요.
최근의 토론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재가 되어버려서 부득이하게 이 글에 대한 A/S가 어렵습니다.
(멘탈이 유리라서 '강하게 싸우자!' 라는 느낌의 글을 보면 저도 마음이 부들부들해져서 글에 대한 대답이 어렵기도 하고, 상대방을 감화시키는 것이 굳이 필요한가?에 대한 본질적인 회의감이 크게 들어서 굳이 상대방을 논박할 마음이 들진 않아요. 뭐 좀 지나치게 욕하는 분이 있으면 변호사 친구와 함께 같이 댓글을 보면서 '저건 얼마짜리일거야' 라고 댓글 견적 품평회를 열기도 합니다만...)
그냥 이런 생각이 있다는 것만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꾸벅)
2. 지식채널 e - 환상적인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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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재미삼아 봐주세요. 5분짜리 2개 영상입니다.)
이 영상에서 보면 역사교사인 실험자는 3가지 요소를 설정합니다.
1. 공동체의 상징 / 2. 구호와 경례 / 3. 공동체의 회원증
그리고 실험 결과는 이러한 공동체의 분위기가 광기로 이어졌고, 공동체 가입을 거절하는 자들에게는 린치가 가해지기도 했으며, 심리학 실험에서 자주 발생하는 '연구자의 동질화' 문제가 발생할 뻔 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이 실험이 메갈리안의 특징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사실 일베 깔 때도 살펴봤지만 이와 거의 비슷하게 갑니다.)
1) 공동체의 상징
유명한 손 모양이 바로 그 공동체의 상징입니다. 공동체의 상징이 존재하는 것은 그 단체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자신이 확인하고 그러한 집단을 통해 자신이 만족과 안정을 얻으며, 군중 속의 개인으로서 숨어서 개별 활동을 벌이기에도 좋다는 장점이 있죠.
2) 구호와 경례
사실 메갈은 공식적인 경례는 없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오히려 딴게이들의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이 일종의 딴게이를 확인하는 '경례'역할을 하는 것에 가깝지요.)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미러링'. 바로 이것은 자신이 공동체의 일원임을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딴 사람들이 아닌 메갈리안들만이 사용하는 독특한 언어, 그것은 상대방과 자신이 같은 단체에 소속되어 있다는 점에서 안정감을 주게 됩니다. 일종의 개미들이 가진 '더듬이'와 같다고 할 수 있을 거에요. 같은 페로몬을 내뿜는 개미들과만 붙어있는 개미들처럼, 메갈 특유의 남혐 발언이나 특징적인 발언은 자신들이 혼자 싸우는 사람이 아니고 자신 옆에 '연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자기 확신을 선사하게 됩니다.
가설이긴 하지만, 2000년대 초반 페미니스트들이 주로 쓰던 '남혐'이나 2010년 당시 쓰던 '오지랖퍼'라는 말 대신 '미소지니' '맨스플레인'이라는 말을 쓰는 것도 이러한 공동체의식이 깔려 있다고 보며, 그 외에는 '지적 허영' 부분도 위치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적으로 자신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 그 약점 커버 및 '지적 허영' 만족을 위해서 일부러 어려운 단어들을 많이 쓰는 경향을 보입니다. 일명 '반동형성' 기제인데요. 대표적으로 휴대폰이나 컴퓨터 부품 파는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대화하거나 할 때 일부러 어려운 용어를 쓰는게 그 예라 할 수 있겠습니다. 평소에 잘 듣지 못한 어려운 용어들을 일부러 씀으로서 해당 업계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이며 자신들의 가치를 높이는 것입니다. 그나마 이쪽은 망뿌/딜바다나 검은나라/파란나라/하안나라 등의 노력으로 많이 좋아졌지만....)
3) 공동체의 회원증
메갈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전신인 여성시대의 경우에는 주민등록증 인증 및 보이스 인증 등을 통해서 순수한 '여성'만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들어오게 되는 '여성시대'의 경우에는 일종의 '본전치기'와 같은 마인드를 형성하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내가 그렇게 고생해서 들어온 곳인만큼 여기는 소중한 모임이야' 라는 마인드지요.
'가입하기 어려운, 여성들만을 위한 소중한 단체'라는 타이틀을 가진 '여성시대'가 작년 5~6월에 보여준 결과는 작년에 이주유민이 되어버리신 여기 딴게이들이 더 잘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후계자인 메갈리아나 워마드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다 예상이 가능하실 테죠.
자신이 '특별한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라는 것은 앞의 영상에 나온 '성 조지의 십자가 모양 회원증'이 가진 역할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영상에서 가볍게 짚고 넘어간 내용이 있는데,
그것은 '목적만 보면 그럴듯 하다' 입니다. 영상에 나온 '파도' 라는 단체는 '새로운 운동을 일으키는 단체'라는 정의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가입자들 스스로는 '내가 이러한 단체 속에 들어 있으니 나도 우리 학교와 지역, 국가를 위해 새로운 운동을 일으키는 것에 공헌하고 있다' 라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단체가 자신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 그 단체가 다른 가입거부자들에게 린치를 가하더라도 '우리는 정의의 수호자야!' 라고 자기최면을 걸고 과정적으로 옳지 않은 행동을 거리낌없이 수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메갈도 비슷합니다. "여성인권을 신장한다" 라는 그럴듯한 목적이 붙어 있고, 한번 메갈리아에 적응하게 되면 자신과 집단을 동질시하게 되며, 그러한 상태가 지속되어서 집단의 폭주가 시작되면 '우리가 생각하는 정의를 위해서라면 수단은 상관없다' 라는 형태의 활동으로 변질이 되게 됩니다.
4) 오개념의 지속적인 학습
이제 하나의 단체가 형성되어서 그 커뮤니티 안에서 닫혀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메갈리안들이 시공의 폭풍 게임을 좋아해서 히오스를 하는데 메갈 논리로 말싸움을 하다가 마음에 상처를 입고 돌아왔다 칩시다. 그러면 그러한 사람들은 메갈리아의 논리가 히오스 뿐 아니라 다른 사이트에서 충돌을 일으키게 될 텐데, 이런 인지갈등이 발생할 때 사람들은 셋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됩니다. 메갈리아를 버리거나, 메갈리아에 고정되거나, 양쪽의 의견을 조화시키려다가 실패해서 앞의 둘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서로를 인정할 수가 없는 극과 극의 논리다툼이다보니 조화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그렇게 해서 메갈리아에 모이게 된 사람들은 그 안에서만 의견을 교환하게 됩니다. 그리고 외부의 논리가 내부의 논리와 맞지 않을 경우 외부의 논리를 완벽하게 배척하게 되지요. 그러면서 내부 사람들 안에서만 이야기가 돌고 돌고 돌면서 이야기의 논리가 나름 내부 안에서 강화되게 됩니다.
많이 보신 방법이죠? 교대역에서 많이 출몰하는 네트워크마케팅 들이 바로 이러한 수법을 씁니다. - 외부와의 접촉 자제, 내부에서 지속적인 논리학습, 지속적인 반복학습 -
바로 '세뇌'라고도 하고, '정신병의 전염과정'이라고도 불리는 과정을 접하게 됩니다.
5) 구원자 의식
정의로운(?) 뜻에 따라 모이고, 그 사이트에 오래 있다보니까 아는 것도 예전에 비해서 많이 알게 된 듯 합니다. 그러면 간단합니다.
기독교 사람들이 전도에 들어가듯이 메갈리안들도 우매한 비 메갈리안들을 '교화'시키고 '올바른 의식'을 함양시킬 성전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어제 오늘 벌어지는 팝콘파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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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메갈리안들의 뜻에 진보 계충이 동의할까?
이것은 심리학의 영역이라기보다는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본 가설에 가깝습니다.
1. 진보단체의 특성
진보단체들은 그동안 상대적 약자들의 단체들과 많은 연대를 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단체가 노동자 단체와 여성단체였던 듯 싶더군요,
그러다보니 진보단체에서 활동하다보면 그만큼 페미니스트들의 영향을 많이 받을수밖에 없는데, 제 경험상 여성단체들의 경우 비둘기파보다는 매파에 가까운, 지금말로 한다면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페미니스트들은 그 안에서의 공부를 통해 매파의 사고를 더 깊이 학습하게 되고, 연대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강성페미들의 영향을 받게 되는게 많더군요.
아마 정의당이나 녹색당 계열의 경우에는 이런 식의 자연스러운 '학습'을 통해서 강성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희석되었기에 그런 반응이 왔던게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2. 그럴듯한 캐치프레이즈와 '미러링'
나무위키의 사관들이나 인터넷을 많이 하는 사람 입장에서의 메갈은 '일베와 동급 커뮤니티'로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인터넷 정보가 많이 않은 여성 입장에서는 '강남역 사건 당시 먼저 앞장서준 단체' 라는 부분이 먼저 머릿속에 박혔을 것입니다.
선행지식인 '여성인권단체' 라는 지식이 먼저 들어갔을 경우 후자의 지식이 들어가려면 앞의 지식에 대한 논박이 머릿속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이 후행지식의 반박을 깨 버리는 만능의 논리가 그 사이에 들어가게 되는데, 바로 '미러링' 이라는 만능의 단어죠.
나쁜짓을 왜 하냐? 라는 게 후행지식의 가장 큰 논리인데, '미러링으로 여혐을 막는다'라는 만능의 논리가 들어가버리니, 어떠한 악행도 앞에 나왔던 '정의를 위해서 나쁜짓도 감수한다' 라는 논리 아래 묻혀버리게 되는게 큽니다.
3. 2010년대에 부활한 '패션진보'
2000년대에 유행했던 말이자 진보를 까는 말 중에서 '패션진보' 라는게 있습니다. 진지한 고찰이나 고민 없이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말인데, 사실 진보주의자로 활동하는 것은 상당히 머리아픈 일이기 때문에 이런 '패션진보'가 생긴 것이라고 보거든요.
진짜 진보주의자라면 사건을 보고 원인을 분석하며 과정을 살펴보고 예상결과를 판단하여 행동에 나서지만,
생각보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분석적 사고가 생활화되지 않은 분들이 많기도 하다보니까요.)
그러다보니 사건 관찰- 원인분석- 과정탐구 - 결과판단 - 행동 의 패턴 중에 앞의 4가지를 삭제하고 '행동'만 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는 것이고
그런 사람들에게 앞의 4가지를 물어봤을 때 딴소리를 하니까 '패션진보' 라고 까인 거잖아요?
'패선진보' 라는 말을 '일부 친보'로 바꿔봅시다. 어제오늘 이유는 없이 주장에만 앞장서시는 분들의 패턴이 튀어나옵니다.
여성학에서의 권력 부분도 까 볼까 싶긴 했는데 이쪽은 거의 경험+추측이다보니 글의 논리 전개에 악영향을 줄까 싶어서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벌써 3시인데 이제 슬슬 마무리해야겠어요......좋은밤 되세요 딴게이분들....ㄷㄷㄷㄷㄷ
(한국의 저성장이 메갈과 일베에 미친 영향, 여성조직 특유의 작은사회(파벌)문제, 성역할 평등에 부들부들하는 여성들이 의외로 잊고 넘어가는 성역할 이야기도 쓰고 싶은데 졸려요...)
출처 | 내 우동사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