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40분쯤이었나
인적은 드물어지고 막차도 끊기려는 시점쯤에
누군가(아마도 아버지)가 불러서 시내에 있던 와중에 그리로 향하려고 했다.
나는 택시 혹은 지하철 막차를 이용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걷다보니 인적이 점점 드물어졌고
넓찍한 너비의 시장으로 들어서게 됐다.
시장은 밤이라서 모두 문을 닫았고 가로등도 드문한 이곳은 을씨년스런 분위기가 있었다.
꿈이라서 냄새는 없었지만 현실이었다면 생선의 비린내가 짠한 곳이었을 게다.
내가 시장 쪽으로 향하게 된 것은 의도한 것은 아니었고
나의 일행(남자) 두 명이 그리로 향했기 때문인데
한 명은 나이가 꽤 많아서 50대는 되어 보였고
한 명은 나이가 40대 정도 되어 보였다.
근데 50대(이하 50대)는 술이 많이 취했는지 자꾸 이상한 곳으로 향하게 되어
40대가 말려도 결국 시장에 오게 된 것이다.
근데 시장에는 X라는(지금 임의로 이름을 붙임) 거지같은 남자가 있었는데
이 X는 50대인지도 모른다. 이미지가 상당히 비슷하다.
50대가 으슥한 곳으로 가서 시야에 놓친 적이 있는데
그 때 X가 나의 일행을 따라 온 것일 수도 있고
50대가 으슥한 곳으로 가서 다시 나올 때
X처럼 행동을 조금 바꿨을지도 모른다.
정확한 건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여튼 X는 50대와 동일인물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X는 정신이 이상하거나 아주 만취해서 인사불성이거나 한 사람이었는데
나의 일행을 귀찮게 하였다.
사실 일행이라고는 하지만 중간에 어느샌가 갑자기 일행처럼 걷게 된 모르는 사람에 가까워서
버리고 가도 되는 상황인 것 같았다.
굳이 비유하자면 게임에서 던전을 돌기 위해 임시로 같이 있게된 파티원 정도였다.
하여튼 X가 나의 일행에 매달리고 엉겨붙자 일행은 X를 떼어내려고 애썼다.
그런 실랑이가 벌어지길 이십초쯤...?
주변에 조금씩 구경꾼들이 모여들었다.
구경꾼들은 모두 노인이었는데 조금 후에 눈치 채게 된다.
그 인적드문 곳에 왜 구경꾼이 있었는지 신기하다.
X는 화가 나서 못을 집어들더니
맨손으로 동료의 (혹은 주변 구경꾼의)가슴팍에다가 맨손으로 못을 박아넣었다.
나는 못을 박아넣자마자 충격을 받아서 섬찟했는데
주변 구경꾼들은 딱 그 시점쯤에 웃었다.
그래서 그 반응을 듣고 2차적 섬찟함이 느껴졌다.
이 때 주변 구경꾼들이 노인임을 알게 되었다.
나이가 많다보니 다치고 죽는 것도 웃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꿈에서 스스로 이해하려고 했다.
다행히도 못이 박힌 사람은 생명에 지장이 있는 부상은 아니었기에
당황하고 축 나자빠졌던 것 같다.
그 모습을 보고 구경인들은 또 웃었다.
나도 웃어야 하는지 굉장히 헷갈렸지만
소리내어 웃거나 하진 않았던 것 같다.
조금 당혹스러웠던 정도다.
근데
X가 곧이어 누군가의 뒷목 급소에 똑같이 못을 박아넣어서
그 사람이 즉사하여 뒤로 통나무처럼 쓰러졌다.
섬찟함을 넘어서 공포심이 생겼는데
이 때, 그 넘어지는 모습을 보며
구경꾼들이 거의 다 웃었다. (안웃은 이도 조금 있다.)
나는 살인현장의 목격자가 되었다는 공포감에
얼른 도망치려고 하였다. 근데 어째서인지 구경꾼들은
도망치는 나를 구경하였다.
그렇게 되니 그 구경꾼과 X는 모두 한패인 것 같았다. (그러나 한패는 분명히 아니었다.)
난 아래로 향하는 꽤 긴 거리의 1인1계단 에스컬레이터로 도망쳤는데
도망치다보니 그 시장이 그만큼 고지대에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에스컬레이터에서도 나는 아랫계단을 열심히 내려와서
거리에 비해 굉장히 빨리 탈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 코앞은 삼거리였는데 차들이 꽤나 붐벼서 신호를 대기중이었고
마침 신호가 초록불로 바뀔 때 빈 택시가 있어서 잡아타고 근처 지하철역으로 가기로 했다.
나는 무섭기도 하고 내 얼굴을 알리기 싫어 뒤를 돌아보지 않았으나
백미러를 통해 뒤를 봤을 때 딱히 쫓아오는 사람은 없어 안심은 하였다.
그러나 아직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고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잠에서 깨었고
택시기사의 뒷목에 못이 박혀있는 상상을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