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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드리는 꿈(11-6)
게시물ID : lovestory_955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1
조회수 : 195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4/07/25 10: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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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그대에게 드리는 꿈


     11. 조국을 향해 앞으로(6)



 지금까지의 정보로 '오재두'는 독립운동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인물이었다. 그게 또 의문이었다. 어떻게 그런 인물이 건국연맹의 중심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건국연맹에 호락호락한 사람들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런 의문들을 풀기 위해서는 강성종의 의도를 알아내야 했다. 같은 동포를, 그것도 건국연맹의 핵심인 사람을 덜컥 제거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마동주가 고심하는 사이 강성종도 마동주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그도 마찬가지 고민에 빠졌다. 건국연맹에 마동주가 합류한다면 거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소련의 움직임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알아내는 데 그만한 적임자가 없었다. 직접 부딪쳐 보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KGB의 첩보원이 거대조직 건국연맹을 간파하지 못했을 리 없었다. 계획이 소련으로 새나가면 큰일이었다. 최악의 경우엔 제거라도 해야 했다.

 김익태와 마동주의 만남에 강성종이 끼어들었다. 마동주가 순식간에 권총을 뽑아들었다.

 “그러지 마시오! 우리 동지요!”

 깜짝 놀란 김익태가 황급히 제지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김대철입니다.”

 “......”

 강성종의 인사에도 마동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권총을 품에 넣었을 뿐이었다.

 둘만 남았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마동주는 여차하면 총을 쓰고, 강성종은 몸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동지, 우리 솔직하게 이야기합시다. 동지가 아는 것이 어느 정도요?”

 “무장봉기를 준비하는 것까지.”

 마동주의 어조에 비웃음이 느껴졌다. 강성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는 생각하고 있던 바였다.

 “그러면 나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소?”

 “마적단 출신이라는 것까지 다 알고 있소.”

 역시 비웃음이 느껴지는 어조였다. 적대감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동지는 우리가 성공할 것이라고 보시오?”

 “성공할 확률이 있지만, 그렇게 되면 미제만 좋아지는 거 아니오?”

 “솔직하게 이야기합시다. 나는 동지가 우리나라를 소련에 팔아먹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소. 동지도 내가 미국에 넘겨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소?”

 “...... 맞소.”

 “동지는 조공을 재건하려 하던데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대한 양국의 신탁통치 결정을 긍정하는 것이오?”

 “긍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제가 통째로 한반도를 집어삼킬 것이 아니오? 그렇게 돼서는 안 되지.”

 “그럼 소련은 완전히 믿을 수가 있는 거요? 내가 보기로는 미국이나 소련이나 다를 바가 없소.”

 “미제와 소련을 비교해서는 안 되오. 소련은 조선의 독립을 진정으로 바라고 있소.”

 “진정으로? 진정으로 우리나라의 독립을 바란다면 어떻게 신탁통치를 결정할 수가 있소? 소련이 강력하게 반대했다면 미국도 그같은 결정은 내리지 못했을 것이오. 지금 미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 소련을 두려워하고 있소. 그건 동지도 잘 알 거요. 군사력 면에서 현재는 미국보다 약간 열세인 것이 사실이지만 소련도 머지않아 원자탄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소. 그런 것들을 떠나서라도 미국이 소련과 신탁통치를 같이 할 상대로 삼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소련의 힘을 알 수 있지 않소. 소련이 끝까지 밀어붙였으면 미국은 분명 물러섰을 거요. 얄타회담이 성사된 것은 소련도 우리나라를 차지하려는 흑심때문이오. 우리나라는 소련에게 중요한 전략적 거점이니까. 내 말이 틀렸소?”

 “소련이 미제와 싸워서 북부지역이라도 빼앗으 것이오. 그러지 않았으면 우리나라 전체를 미제에 넘겨줘야 했소.”

 “차라리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로 볼 때는 나을 것이오. 지금의 결정처럼 남북으로 갈린다면 분단이 고착화될 가능성을 생각해 보시오. 지금이야 모든 지도자들이 한몸이 되어 움직이고 있지만 그때 가서 양국이 공작을 벌인다면 누구도 장담을 못하지 않겠소? 공작의 위력에 대해서는 동지도 알고 있지 싶소. 그러니까 우리는 오직 우리의 힘으로 나라를 되찾아야 하는 것이오.”

 “그런다고 해서 물러설 나라들이오?”

 “그건 맞는 말이오”

 둘은 서로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긴장이 많이 풀어졌다.

 “그럴수록 우리가 힘을 모아야 하는 것 아니오? 그래서 독립 이후도 대비를 해야 되지 않겠소?”

 “말이야 맞지만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사람과 어떻게 같이 행동하겠소?”

 “그것에 대해서라면 염려하지 마시오.”

 강성종은 자신의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렇다면 왜 아무 자료도 남아 있지를 않소?”

 “그건 주석 각하께서 나를 OSS로 보낼 때 모든 자료를 파기했기 때문이오. 덕분에 나는 마적이 된 거요. 내가 김익태 선생님께 자리를 비켜주십사고 부탁드린 것도 그것 때문이었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 안 되오. 상황이 완전종료될 때까지 비밀을 유지해야 되오. 부쳐져야 될 일이오. 마동지가 건국연맹에 꼭 필요한 사람이어서 밝히는 것이오.”

 “그래도 믿기에는 부족하오.”

 “의심스러우면 여선생님께 확인을 해보시오. 임정과는 전문으로도 확인이 가능하오.”

 강성종이 손을 내밀었다.

 “마동지, 우리 힘을 합해 싸워봅시다.”

 “......”

 한참의 침묵 끝에 마동주는 말없이 강성종의 손을 잡았다.

 며칠 후, 마동주는 강성종과 여운형을 만났다.

“반갑소, 마동지! 이야기 듣고 있었소.”

“선생님, 마동지가 우리를 도운다면 가장 적절한 거사시기를 택할 수가 있습니다. 지금의 전황으로 볼 때, 소련이 왜국에 대해 선전포고를 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왜국은 패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동지가 소련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을 테니 거사의 성공은 기정사실로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사실 우리의 작전은 적들의 사기가 가장 밑바닥일 때를 택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희생도 적을 테고 승산도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조선군 병력이 많이 빠져나갔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무장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들의 힘만으로 왜군들을 무찌른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입니다. 미군은 물론 소련군으로부터도 공격을 당하면서 왜놈들의 병력이 최대한 분산됐을 때 승산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동지는 천군만마나 다름없습니 다.”

 “그렇소이다, 마동지! 고생해 주시오.”

 여운형이 마동주의 손을 굳게 잡았다.

 마동주는 강성종과 같이 반민특위에서 일하면서 군사위원회에도 관계하기로 결정됐다. 마동주는 소련영사관의 직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비교적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천군만마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고애숙은 건국연맹의 지령에 따라 경성으로 올라왔다. 그녀는 여성위원회에  배치되었다. 여성단체들과 여성노동자들을 무장봉기에 연계시키는 일이 그녀의 주 임무였다.

 고애숙을 다시 만난 날, 마동주는 완전히 걸인 행색이었다. 반민특위 일로 청계천을 드나들어야 하는 탓에 걸인으로 변장하는 일이 잦았던 것이다. 그녀는 놀라워하다가 이내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러나 그는 웃지 않았다. 아직 그녀에 대한 서운함이 남아 있었다.

 “왜 건국연맹에 대해 말해 주지 않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선생님도 아시잖아요? 너무 불쾌해하지 마세요.”

 그래도 그녀는 너무 미안했다. 속인 사실을 알았을 때, 그가 얼마나 불쾌했을 것인가.

 “그래도 나는 너만은......”

 그는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 그녀였기에 더욱 괘씸할 이유가 무엇일까. 혹시, 내가 이 여자를 정말 좋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후로 그들은 건국연맹의 일 때문에 자주 만나게 됐다. 남녀관계를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만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점점 둘의 가슴속에는 서로가 더 크게 자리를 넓혀 갔다. 그리고 상대방의 자신에 대한 마음의 깊이를 알게 되었다. 

 그녀가 먼저 고백했다.

 “선생님, 저, 선생님의 허자정이 될래요.”

 수줍게 말하는 그녀의 두뺨은 발그레 물들어 있었다. 허자정은 중국공산당 마오 주석의 부인으로 임신한 몸으로 대장정을 완수한 여자였다. 고애숙 그녀도 허자정처럼 마동주에게 사랑하는 사람도 되고, 동지도 되고 싶었다.

 마동주는 먼산을 보며 슬며시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 못지 않게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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