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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드득 까드득
툭 터지는 소리를 들으며 한 아이가 웃고 있었다.
우선 더듬이를 잡아 뗀다.
빙글빙글 돌면서 발광하는 개미를 붙잡고서는 다리를 뗀다.
툭, 툭 떨어질 때마다 개미는 까드득 까드득 입을 여닫는다.
마지막 남은 다리를 떼버리면 개미는 애벌레랑 다를것 없는 모습이 되어버린다.
바닥에 던져 그상태로 몸을 꾸물거리기만 하는 개미를 만드는게 그 아이의 취미였다.
그렇게 남은 찌거기 개미는 밟아 터트리던, 돋보기로 불태우던 마음대로 처리했다.
왜 그런 잔혹한 짓을 하는거니?
누군가가 그렇게 물어보았을 때, 그 아이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유따윈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그곳에 그것이 있고
그것을 죽일 뿐이다.
굳이 대답을 하기 위해서 낸 답은 그냥. 이라는 한 마디였다.
어느날이었다.
그 아이는 이번에는 모종삽을 가져왔다.
그날 따라 기분이 안 좋았다.
그냥 죽이는게 아니라 화풀이로 죽이려는 마음이었다.
흙바닥에 개미 구멍 하나가 보였다.
이상하게도 텅빈 공터에 딱 하나뿐인 구멍이었지만
그런것 따윈 신경쓰지 않았다.
팍, 팍 소리와 함께 구멍은 점점 커져갔다.
수많은 개미들이 그 아이의 손에 올라타고, 발에 올라탔지만 이내 찢기고 밟혔다.
까드득 까드득 입만 움직이는 개미 머리통이 굴러다니는 그 공터에서 아이는 마치 보물이라도 찾듯이 계속 파내려갔다.
한 2시간 정도 지났을 때, 커다란 개미 한마리가 나타났다.
여왕 개미였다.
알을 감싸듯 몸을 비틀어대는 그 커다란 개미를 붙잡고 그 아이는 들어올렸다.
굳이 보여주듯 개미가 감싸던 알들을 삽으로 짓이기면서.
개미를 붙들고 슬쩍 웃는 그 미소에는 벌써부터 죽음의 냄새만이 풍겨져왔다.
우선 더듬이를 떼어냈다.
빙빙 돌기만 하는 그 큰 개미를 붙들고 다리를 뜯었다.
톡 톡 떨어지는게 다른 얇디 얇는 그런 개미들이랑 완전히 다른 손 맛이었다.
애벌레같이 같이 변해버린 여왕 개미는 특별하다.
좀 더, 좀 더 제대로 죽이고 싶어졌다.
그 아이는 그 숨만 붙은 찌꺼기를 들고 집에 갔다.
엄마가 자주쓰는 핀을 찾아서 배를 찔렀다.
커다란 배에 핀이 꽃히자 다리도 없는 개미가 몸을 뒤흔들었다.
그 아이는 핀으로 배 속을 휘저었다.
내장 비슷한게 튀어나오고, 찐득한 액체가 흘러나와도
단지 개미는 입을 까드득 거릴 뿐이었다.
한참을 찢어발기다 아이는 핀을 뽑았다.
그것이 마지막은 아니었다.
팍, 하고 핀을 꽂기 시작했다.
팍, 팍, 팍.
구멍은 하나 둘 늘어가기만 했다.
배에, 가슴에 수없는 구멍을 뚫어버리고
마지막으로 까드득거리는 머리통에 팍, 박아버렸다.
더이상 까드득거리는 입이 움직이지 않을때 까지 머리를 휘저었을 때, 그제서야 그 아이는 기분이 풀렸다.
어떻게 할까.
불태울까 잠깐 고민했지만 아이는 귀찮아졌다.
그냥 휴지에 싸서 휙하고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그 날 밤이었다.
분명 10시를 넘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는 잠을 잘 수 없었다.
까드득 까드득 소리가 어디에선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까드득 까드득
아이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알고 있었다.
커다란 놈이든, 조그만 놈이든
그 까드득거리는 소리는 개미들의 소리다.
어딘가에 숨어있을 개미를 찾기 위해 불을 키고 샅샅이 뒤졌지만
어디에도 개미는 없었다.
하지만 어둠속에서 까드득 까드득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결국 그 아이는 밤을 새고 말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 밤도.
또 그 다음날 밤도.
그 다음날 밤도.
그 아이는 잠을 자지 못했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퀭한 그 아이의 눈동자는 이리저리 휙휙 움직이며 개미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어디에도.
방을 넘어, 집을 넘어.
밖의 보도블럭에도.
큰 학교 운동장에도.
그때의 그 공터에도.
어디에도 개미는 없었다.
까드득 거리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지만
어디에도 개미는 없었다.
아이는 점점 더 초췌하게 변해갔다.
눈에는 피가 몰려 마치 토끼같이 변했고
치아가 십수개가 빠져 마치 주먹으로 맞은 듯 한 모습이었다.
살은 쭉 빠져 가죽만 덜렁거렸고
머리카락도 군데군데 빠져 휑하게 변해버렸다.
몇 일인가 지났을 때.
아이는 몸을 일으켜 세울 수 없었다.
팔 다리가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병원에 찾아갔지만 아무런 이상은 없었다.
극렬한 불면증에 의한 일시적 이상작용 정도로만 끝났지만
아이는 그렇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하지도 못했고
아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소리를 지르고 이를 까득 하고 갈아 대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또 몇일인가.
이번에는 배가 난리였다.
찢어지는 아픔이 느껴졌다.
살짝 몸을 돌려봤지만 끔찍한 고통에 구토할 정도였다.
병원에서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했다.
어디에도 이상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아이는 다시 확신했다.
이건 개미의 짓이다.
개미가 날 이렇게 하는 것이다.
개미는 어디에도 없었지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팔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고
내장이 찢어지는 고통이 반복했다.
이제는 온 몸이 칼로 찔리는 고통과
머리를 망치로 으깨는 듯한 느낌마저 함께했다.
조그만 아이가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뇌수가 흘러나오는 듯한 느낌과 함께 눈이 멀어버렸다.
그리고 까드득 거리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그 어둠속에서 아이는 드디어 깨달았다.
개미는 밤을 갉아먹는다는 것을.
그래서 없었던 것이다.
자신의 밤을 갉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어둠 속에서 자신에게 몰려들어
까드득 까드득
밤을 씹어먹은 것이다.
밤이 없으니 잠을 잘 수도 없었던 것이다.
오로지 어두움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까드득 소리가 몰려왔다.
그 아이는 밤이 없는 끝없는 어둠속에서
온 몸속에 개미가 기어다니는 느낌과
어둠 속의 자신을 파먹는 것 만을 느끼게 되었다.
까드득 까드득 하고.
그리고 일주일 뒤
그 아이는 죽었다.
마지막 모습은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전신이 마치 나뭇가지처럼 말라버려 팔다리는 스스로 썩어 문드러졌고
온 몸에는 마치 구멍이라도 뚫린 듯 검은색 반점들이 나타났다.
분명 어디선가 보았던 모습으로, 그렇게 죽었다.
그 아이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태워줘' 였다.
언제나 이를 까드득 거리기만 했던 그 아이가 똑바로 한 말이었다.
출처 | 사실 시리즈 물입니다만 시리즈 제목을 생각을 안해서 그냥 단편으로 올립니다. 앞으로 공포가 아닌 듯한 글은 전부 책게로 가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공포 게시판에 너무 공포가 아닌 글들을 올렸던 것 같네요.. 출처란에 다른 곳에 올린 글들 주소는 따로 올리겠습니다! 앞으로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 왠만하면 3일에 한번 올리려고 합니다. 만약 기다려주신 분이 계신다면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번 잘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