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렸을 때부터 건망증이 심했습니다.
뭐든 잘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리고는 했거든요.
특히 심했던게 우산이었습니다. 제가 잃어버린 우산만 해도 한트럭은 나올거에요. 항상 손에 꼭 쥐고 있어도, 어딘가에 들러서 잠깐만 한눈 판 사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6만원짜리 외제 우산을 잃어버린 날에는 어머니한테 무척 혼났었죠.
그런 어리버리 소녀가 지금은 결혼해서 딸까지 낳은, 한 가정의 어머니가 됬습니다. 남편은 제가 한눈 팔지 않도록 언제 어디서든 항상 절 챙겨주겠다고 했거든요. 서른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잘 까먹곤 하지만, 그래도 남편과 딸 아이를 보며 사소한 것도 잊어버리지 않도록 노력하고있습니다.
늦은 오후였습니다. 노을이 예쁘게 지고있었습니다.
동네시장에서 장을 보고, 집에와서 현관문을 연 순간,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항상 틀어져있던 만화영화 소리, 그걸 보며 깔깔대는 소녀의 웃음소리. 들려야 할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신발도 없었습니다.
아무리 이름을 불러보아도 집안에선 기척하나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직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지 않았나 싶어 선생님께 전화를 걸기위해 가방을 뒤졌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아침에 핸드폰 액정에 문제가 생겨서 딸 아이를 유치원에 보낸 뒤, 점심 즈음에 집을 나와 대리점에 갔습니다.
핸드폰을 맡기고, 근처 카페에 들러서 커피 한 모금. 4시에 유치원으로 딸 아이를 대리러갔습니다.
그렇게 딸 아이를 대리고 장도 볼겸 시장에 들러, 분명 딸 아이 손을 꼭 잡고 있었는데─.
양손에 들린건 장바구니 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