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주 : ‘임형철의 아시안컵’은 2015 호주 아시안컵이 진행되는 1월 9일부터 31일까지 작성되는 아시안컵 특집 칼럼입니다. 실시간 경기 소식과 대회에서 발생하는 이슈들, 다음날 있을 주요 경기들의 프리뷰까지 ‘임형철의 아시안컵’과 함께하세요!
27년 만에 결승 무대에 진출한 한국은 이제 55년 만에 아시안컵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위해 호주와의 결승전만을 남겨놓고 있다. 결승 상대인 호주는 팀 케이힐, 슈피라노비치, 마시오 루온고와 같은 스타플레이어들이 팀의 중심이 되어 빼어난 활약을 펼쳤고, 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한국과의 경기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2득점 이상을 기록하며 막강한 화력을 뽐냈다. 겉보기에는 주전 선수들의 기량도 상당한 데다, 뛰어난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어 언뜻 호주는 약점이 없는 막강한 팀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는 한국이야말로 호주를 잡을 수 있는 천적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분명 호주는 이전까지 치른 아시안컵 경기들에서 중간마다 약점을 보여 왔고, 이 약점을 가장 잘 공략할 수 있는 팀은 ‘막강한 수비력’을 보유 중인 한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호주의 천적은 분명 한국이다. 그래서 호주는 결승전에서야말로 천적을 만났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 지역방어와 압박, 호주 잡는 키워드 될 수 있다.
호주는 수비가 강한 팀에게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역방어와 압박을 적절하게 혼용하는 팀에게 유독 취약한 모습이었다.
호주가 처음으로 약점을 드러낸 상대는 대회의 첫 상대였던 쿠웨이트다. 당시 호주는 대회 개막식과 함께 열린 쿠웨이트와의 첫 경기에서 4:1 완승을 했다. 하지만 선제골의 주인공은 호주가 아닌 쿠웨이트였고, 쿠웨이트는 전반 33분에 팀 케이힐에게 동점 골을 내주기 전까지 개최국 호주보다 더 좋은 경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쿠웨이트는 공격수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선수가 페널티 라인 바깥 지점을 봉쇄하며 수비에 집중했다. 또한, 상대 공격수가 밀고 들어올 시 두 명 이상의 선수가 강한 압박을 가하며 상대의 공격 전개를 틀어막았다. 기본적으로는 선수들이 자기가 맡은 지역을 봉쇄하는 데 힘썼지만, 중간중간 적절하게 압박을 구사하며 지역방어와 압박을 혼용하는 수비 방식을 보인 것이다. 이러한 쿠웨이트의 영리한 수비에 로비 크루즈와 매튜 레키를 비롯한 호주의 공격진은 고전하고 있었다.
비록 쿠웨이트는 33분에 케이힐에게 동점 골을 내줬고, 이후 무리하게 리드를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전술 변경을 시도하다 세 골을 더 내주며 자멸했지만, 전반 중반까지 호주를 상대로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며 호주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해주었다. 특히 쿠웨이트는 호주보다 절대적인 열세에 놓여있던 팀이고, 그 팀이 호주를 상대로 잠시 동안 밀리지 않는 경기 내용을 보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호주는 쿠웨이트의 지역 방어와 압박을 적절히 혼용한 영리한 수비 방식에 고전했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반 30분까지 우세한 경기를 펼친 쪽은 쿠웨이트였다. 이후 있었던 경기에서도 호주는 비슷한 문제점을 노출하며 강한 수비를 펼치는 팀에 고전하는 모습을 이어왔다.
호주가 고전한 두 번째 상대는 한국이었다. 당시 경기는 A조 1위 자리를 놓고 펼쳐진 경기였기 때문에 호주 입장에서도 무승부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했던 중요한 경기였다. 비록 호주는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 일부 선수가 빠진 1.5군으로 경기에 나섰지만, 쿠웨이트와 오만보다 한층 더 강도 높은 압박과 수비를 펼친 한국의 수비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날 한국은 전반 초반까지는 상대 선수들을 강하게 압박하는 데 집중하며 부담을 주었고, 이후 이정협의 선제골이 터지자 선수들은 압박을 줄인 채 각자 맡은 지역을 수비하는 데에 우선하는 지역 방어에 더 비중을 둔 수비를 펼치기 시작했다.
전반 초반에 상대의 압박에 시달리며 이전과 같은 공격력을 보이지 못한 호주는 주전 공격수인 팀 케이힐과 매튜 레키, 로비 크루즈를 교체로 출전시킨 이후에도 지역 방어로 색깔을 바꾼 한국의 수비를 공략하지 못해 0대 1 패배를 당해야 했다. 특히 한국전 이전에 열린 두 경기에서 8득점을 기록하며 대회 최고의 득점력을 과시했던 호주가 무득점으로 경기를 마감한 것은 큰 충격이었다. 쿠웨이트와의 개막전에서 문제를 드러낸 호주는 한국과의 경기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반복하며 수비력이 강한 팀에 대한 분명한 약점을 드러냈다.
(△ 케이힐의 골이 터지지 않았다면, 이 경기도 어찌 됐을지 알 수 없었다.)
호주의 약점은 바로 다음에 열린 중국과의 8강전에서도 잠시뿐이었지만 또다시 드러났다. 전반 초반에 스피드를 앞세워 강한 압박을 구사한 중국은 경기의 흐름을 지배하며 호주 선수들을 힘껏 몰아붙였다. 당시 호주 선수들은 중국의 압박에 볼을 지켜내지 못하며 상대 진영으로 전혀 올라가질 못하고 있었다. 또한, 중국은 전반 중반부터 밀집 수비를 구사하며 자기 진영에서의 수비에 집중해 전반 45분을 0대 0으로 마감했다. 전반전 내내 중국의 압박과 밀집 수비에 고전하던 호주는 단조로운 공격만을 반복한 채 중국의 수비벽을 뚫을 만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비록 후반전 들어 중국 선수들의 체력과 집중력이 동시에 떨어지고, 케이힐의 팔꿈치에 중국 선수가 안면을 가격당해 수비에 가담하지 못하는 위기를 맞아 호주가 득점했지만, 중국은 강한 압박과 밀집 수비의 혼용으로 호주의 약점을 공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안겨주었다. 이처럼 호주는 화려했던 겉모습과는 다르게, 대승을 거둔 경기에서도 조금씩 약점을 드러내며 공략법에 대한 힌트를 흘리고 있었다. 4강 상대였던 UAE는 일본과의 8강전에서 입은 피로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호주에게 어떠한 훼방도 놓지 못했지만, 그 이전 경기에서 호주가 흘리고 있던 약점은 분명했다. “호주는 강한 수비에 약하다. 특히 지역방어와 압박을 적절히 혼용한 팀에게는 유독 취약했다.”
- 호주의 천적은 ‘강한 수비력’을 지닌 한국이다.
호주는 수비가 강한 몇몇 팀들과의 경기에서 약점을 드러냈지만, 어찌 됐건 경기에서는 승리를 거뒀다. 쿠웨이트전과 중국전에서는 상대가 잠시나마 호주를 압도하는 모습은 있었지만, 끝내 승리를 챙긴 쪽은 호주였다. 객관적인 전력 차에서 호주가 절대적인 우위를 점했던 만큼, 열세에 놓인 팀이 끝까지 전력 차를 극복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주가 결승에서 맞이하게 될 한국은 이전 상대 팀들과는 분명 다른 팀이다. 한국은 호주와 객관적인 전력이 비슷한 수준의 팀인 데다, 아직 실점한 적이 없는 ‘대회 유일의 무실점 팀’이기 때문이다.
호주는 강한 수비에 약하다. 특히 지역방어와 압박을 적절히 혼용한 팀에게는 유독 취약했다. 그리고 이 말에 가장 부합하는 전력을 갖춘 팀은 한국이다. 한국은 조별예선에서 몇 차례 불안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단 한 번도 상대 팀에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김진현 골키퍼의 선방은 빛을 발했고, 곽태휘가 합류한 중앙 수비진은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감을 되찾고 있다. 여기에 김진수와 차두리도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대회 최고의 풀백 자원임을 입증해주는 모습이다. 한국은 매 경기 지역 방어와 압박을 적절히 혼용하는 모습을 보이며 상대 팀의 공격을 늪에 빠트리는 축구를 했다. 강한 수비에 약한 호주가 꺼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호주는 수비가 강한 팀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그동안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에 놓인 상대들을 만나 경기의 내용과는 관계없이 결과적으로는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결승 무대에 오른 한국은 아시아의 강호로 불리는 팀이며, 무엇보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막강한 수비력을 보유하고 있는 상대다. 호주 입장에서는 제대로 자신들의 약점이 공략당할 수 있는 위기를 맞은 셈이다. 그래서 호주의 천적은 한국이라는 이야기를 자신 있게 꺼낼 수 있다. 호주는 이번 결승전을 결과와 상관없이 어려운 경기로 마감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기 때문이다.
호주는 지금까지의 상대와는 차원이 다른 팀을 상대해야 한다. 한국은 지금까지 보여온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면 호주의 약점을 공략할 가능성이 있다. 어느 팀이 승리할 것인지와는 관계없이 결승전의 맞대결이 기대를 모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에게는 아시안컵을 우승하지 못한 55년의 한을 풀 기회가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상대의 천적임이 분명하며, 우리의 강점을 살리면 상대를 제압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아시아 축구의 최강자로 올라서기 위한 아시안컵 대표팀의 마지막 경기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임형철 칼럼 / 페이스북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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