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이상하리만큼 규정된 규격을 가지고 있다.
몇 살때는 무엇을 해야 한다. 라는 움직이지 못하는 생각속에 박혀있다.
왜 너는 다른 애들과 같지 못하니! 라는 말을, 나는 부모님에게 수백번도 넘게 들었다.
그렇지만 역시 나는 다른걸. 이라고 여러 측면에서 반박해 보았다.
어쨌든 둥글게 사는 게 잘사는 거야! 라고 다시 돌아온 비수에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말이다.
생각해보면 세계는 항상 변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가치, 전기를 쓰고, 학교를 가고, 대학에 진학하는, 지금은 자연스러운 하나의 일상이 되어버린 세상은 100년전, 아니, 50년전만해도 당연스럽지 않은 일상이었다.
그 일상을 바꾼 사람들은 나와도 다르고 그 시대의 사람들과 달랐다.
그 시대의 가치관을 부수고 서서히, 급진스럽게 발전해나간, 비정상적인 사람들.
한 때는 그사람들과 나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에 있다고 생각해본적이 있다.
근데, 달랐다.
그 사람들이 하나의 길을 새로이, 완전히 빠져나간 사람들이라면, 나는 약간 비틀어져있는사람, 각도로 따지면 24도 정도. 아주 어중간하게.
그랬다. 나는 혁명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과학을 좋아한다. 과학을 좋아해서 이과에 왔고, 물리를 좋아해서 수능조차도 물리2를 보았다.
경제또한 좋아한다. 왠만한 경제학자는 이름만 대도 알고, 무슨사상과 정치적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현재 상태가 어떤지도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급진적인 발전이라는게, 과학사에 있어서도, 경제사에 있어서도,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어떠한 사람들이 이룩한 것인지 알고있다.
그들은 나와는 다르다. 일반상식에 틀을 깬, 90도로 휘어진 방향이라면, 나는 23도, 어중간한.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어중간하게 뒤틀린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그 수많은 사람들이 시간이라는 침묵속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결국은 무서웠던 거겠지. 결국은, 나또한.
비극적 결말이 두려웠다. 그래서 말로, 글로 나를 휘휘감아버렸다.
나는 혁명적인 인간이고 두려움따위는 존재하지 않아! 라고.
나는 실험적인 인간이며 나의 실수는 분명 가치를 가지는 일이야!라고
그런데 다 벗겨지고, 뒤틀려지고 드러난 나의 속살은 이렇다.
결국은 두려운거다. 현실이.
현실을 잘 알기에 현실을 부정하고, 현실을 직시하기에 현실에서 고개를 돌린다.
냉소야말로 현실의 스트레스에서 제일 벗어나는 최선의 선택지이다.
방관자로서 모든 것을 무시하고 포기하는 느낌을 남에게 표출하는 것.
그래서 나는 이정도다.
스스로에 대한 자기부정으로 똘똘 뭉친 모순덩어리로서 나는 존재한다.
그런데 말이다.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도 다를바가 없다.
물론, 다른사람을 토대로 나를 정당화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해서 부정이 곧 나쁘다는 것을 뜻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르다는 것은 틀린것이 아니다.
교과서에도 나오고 수많이 들어온 말이지만 그것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사람이니까. 결국은 나도 사람이니까.
나는 분명히 모순적이고 부정적인 존재다. 그렇게 살아온 걸 어떡해?
이제와서 누가 보듬어주고 사랑해준다고 내가 뾰로롱 이상적인 존재로 변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어찌 됬든, 내 삶이니까.
내가 나를 인정하지 않고서야, 나의 부정적인 과거, 생각, 가치관을 인정하지 않고서야
앞으로의 한발짝은 무의미하다.
그래서 이제는 전부 다 받아들이고자 한다.
완전히 뒤틀린게 아닌 조금만 뒤틀려진 나라는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