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잖아요. 그날따라, 싶은 날. 당시 전 초등학교 3학년 이었는데, 종종 학교 마치고 바로 친구네 집에 놀러가곤 했어요. 그날도 친구네 집에 놀러갔는데 왠지 그날따라 친구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드는 거예요. 그날따라 사소한 거에 화가 나고 그날따라 화를 못참겠어서 혼자 잔뜩 삐져서는 '나 집에 갈래!'하고 친구 집을 박차고 나왔죠. 그리고 집에 왔는데... 문을 열자마자 온통 연기가 가득한 거예요. 알고보니 냄비였나 후라이팬이었나가 타고 있었던 거... 아마 냄비였던 거 같아요. 엄마가 행주 삶다가 깜박하고 출근셨던 거죠. 엄마는 밤늦게야 퇴근하시고, 아빠도 마찬가지고. 저도 평소였으면 친구집에서 해가 다 질 쯤에서야 집에 왔을텐데....등골이 서늘하더라고요. 그때는 어려서 그냥 넘어갔는데 크고나니 문득 묘해서 엄마에게 얘기했더니
엄마: 조상님이 도와주셨네.
하시네요. 정말 그랬던 걸까요? 그리고 그와 관련이....있는지 없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제가 작년에 수면마취를 한 적이 있어요. 근데 강한 수면마취가 아니라 약한(?)수면마취였는지 중간중간에 비몽사몽 몽롱한 가운데 제가 뭐라고 떠들었는지 다 기억이 나는 거예요. 떠들던 와중에는 신기한게 그게 한마디한마디 전혀 통제가 안 되더라고요. 근데 웃긴게 제가 전라도 사투리를 무지 유창하게 구사했었다는 거예요. 부모님은 서울에서 나고 자라고 저는 경상도에서 태어났거든요. 근데 사투리를 진짜...무지 유창하겤ㅋㅋㅋㅋ쏘울을 담아섴ㅋㅋㅋ 오죽하면 마취 깬 뒤에 회복실에서 간호사가 환자분 전라도 분이세요? 하고 물어봤을 정도... 집안에 전라도 사람이라면 유일하게 할아버지가 계세요. 그치만 할아버지도 고향이 전라도지 살기는 다른 지역에서 오래 사셔서 사투리가 거의 없으신데... 대체 어디서 그런 토박이같은 사투리가 튀어나왔을까요? 제가 정말 엄청 길게 떠들었는데 (의자쌤이 나중엔 그만 말하라고 하셨...)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전라도 사투리 구사... 신기하죠. 이 일을 엄마한테 얘기했더니
엄마: 전라도면 할아버지쪽이잖아. 널 보살펴주시는 조상님이 할아버지쪽 조상님이신가보다.
라고 웃음기없이 진지하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오늘 다른 글 읽다가 문득 생각나서 기분이 묘하네요. 전라도 조상님 ㅇㅅㅇ 정말 절 돌봐주고 계신게 맞다면.....앛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하트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