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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드리는 꿈(10-3)
게시물ID : lovestory_953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1
조회수 : 205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4/05/16 10: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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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그대에게 드리는 꿈


    10. 신탁통치(3)



 이 법률의 특징은 제기시효가 없다는 점이었다. 무한 소급이 원칙이라 죄인의 사후에라도 증거만 있으면 처벌이 가능했다. 처벌이 미흡했다면 다시 처벌할 수 있게도 했다. 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은 무조건 몰수였다. 이미 죽은 자들과 생전에는 반민족행위가 밝혀지지 않았던 자들의 재산도 후손으로부터 몰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 조금의 혐의라도 밝혀진 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여부와 관계없이 선거권・피선거권 등의 공민권을 영구적으로 박탈하고, 공직과 공영사업체 진출이 불가능하도록 했다. 그리고 여하한 경우라도 반민족행위자를 사면・감형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그 외에 훈도를 포함해 관리를 지낸 자 전원을 공직에서 추방하도록 했다. 왜나라의 압제에 앞장서거나 기여한 자는 용서받을 수 없음을 특별법으로 명시한 것이었다. 물론 그중에서도 독립운동을 해 온 사람은 당연히 제외였다.

 또 '반인간행위자'를 ‘타국민을 압제하는 데 자발적으로 참여한 자’로 규정하고 '죄의 경중에 따라 사형 및 노역형에 처한다'고 명시하므로써 왜인들도 처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예를 들면 왜군 장교는 '자발적'이었다. 징집에 의한 군인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왜인 관리들과 관변단체의 구성원들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빠져나갈 구멍이 전혀 없게 만들어진 특별법이었다.

 신탁통치 결의 소식은 국내에도 전해졌다. 건국연맹의 인사들도 예외 없이 분통을 터트렸다. 임정과 마찬가지로 다들 설마설마했던 것이다. 그러나 연맹지도부는 강성종의 국제정세 분석에 힘입어 분할신탁통치 결정이 거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소련이 한국을 반분하려면 마땅한 명분을 세워야 할 것은 분명했다. 그러지 않으면 영국이 가만있을 리 없었다. 중국은 왜국이 조만간에 패망하더라도 마무리되지 않은 국공내전으로 한국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을테니까 그렇다고 치더라도. 소련이 내세울 명분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소련이 왜국에 대해 승전국이 되는 것이었다. 소련은 왜국을 상대로 선전포고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아직도 완전히 괴멸시키지 못한 독일군과 싸우느라 병력을 극동 전선으로 배치할 여력이 없었다. 전세계의 사회주의화를 목표로 하는 소련에게는 한국에 못지 않게 유럽도 비중이 큰 지역이었다. 그러니까 소련이 왜국과 직접 교전을 할 조건을 갖추기 전에는 미국은 남방에서 왜국과의 지루한 전쟁을 이어가리라는 것이었다. 소련이 왜국에 선전포고를 할 때, 그때가 바로 거사 시점이었다. 

 임정의 훈령을 받은 건국연맹 지도부는 열띤 토론을 벌이기 시작했다. 방향은 임정이 제시하고, 결정은 건국연맹에서 해야 할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영구중립국이 되는 문제는 선언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쉽게 결론이 났지만, 토지개혁에 대해서는 격론이 벌어졌다.

 먼저 백상열이 치고 나왔다.

 “우리나라의 지주들이나 자본가들이 지금 소작인들이나 노동자들에게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그자들은 인민들에게는 왜놈들과 다를 바 없는 적입니다. 이참에 우리나라 안에 있는 모든 재산은 예외없이 국유로 해야 됩니다. 모든 생산 시설도 마찬가집니다. 계획경제를 시행해야 되는 것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습니다. 신생 대한민국의 인민들은 모두가 똑같이 평등한 상태에서 새출발을 해야 됩니다. 그래야 왜제를 인민들 스스로 몰아낸 보람을 느낄 것입니다. 임정에서 이 문제를 연맹에 일임한 것도 그렇게 결론이 나도록 바랐기 때문일 겁니다.”

 “백동지, 그렇다면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이오?”

 이기범이 불만을 표시했다.

 “그렇습니다. 독립된 우리나라의 경제는 사회주의여야만 합니다. 사회주의라야만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자주독립을 위해서 투쟁해 온 지주나 자본가들은 어떻게 한단 말이오? 그들에게 포상을 해도 션찮을 판에 재산까지 뺏겠단 말이오?”

 김경재가 언성을 높였다.

 “우리나라에 정당하게 축적된 자본은 없을 겁니다. 대개 봉건제도 속에서 신분을 이용해 인민들을 착취했거나 지위를 이용해 부정하게 축재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민족자본가들이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거의 그런 자들의 후손들이고, 자수성가했다는 사람들도 왜놈들 치하에서 어떻게 깨끗하게 축재했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사유재산을 그대로 인정한다면 과거를 답습하는 것밖에 안 됩니다. 신생 대한민국은 그래서는 안 될 겁니다.”

 “그러면 결국 부자들 모두에게 죄가 있다는 것이 아니오? 그렇다면 백동지는 그 모든 축재과정을 명명백백하게 밝힐 수 있다는 말이오?”

 “그걸 지금 어떻게 낱낱이 증명할 수 있겠습니까? 스스로 그런 사정을 인정하고 지주・자본가들이 양보하고 희생을 감수해야 된단 말이지요.”

 “국가가 개인을 그렇게 희생시켜도 되는 거요? 국가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줘야 되는 것 아니오?”

 “그런 자유와는 다른 겁니다. 정치는 민주주의로, 경제는 사회주의로 하자는 겁니다.”

 백상열과 김경재 둘 다 얼굴을 시뻘겋게 해서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결론이 날 것 같지 않았다. 조진택이 조용하게 말리고 나섰다.

 “두 동지가 싸울 필요가 없는 일 같소. 지주나 자본가들이 인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면 그것은 또 그들의 양심 문제요. 그런 것들이야 해방이 되고 나서 인민들이 조합 같은 것을 통해서 버릇을 고치면 될 일이오. 정부에서 정당한 단체행동은 적극 지원하고 보장해 준다면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겠소. 또한 그렇게 원성을 사는 자들은 거의가 부왜파라는 사실이오. 부왜파 아닌 사람이 소작인들이나 노동자들에게 원성을 사는 경우는 들어보지 못했소. 그러면 문제는 간단하지 않소. 어차피 부왜파들의 재산은 몰수하기로 돼 있으니까. 그러니 재산을 몰수하는 대상을 왜인과 부왜파들로 한정시켜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오. 그동안 고난을 당하면서도 독립자금을 대온 지주나 자본가들이 얼마나 많소. 그분들의 재산도 국유화하자는 것은 말도 안 되오. 그렇게 되면 그분들은 독립이 돼서 좋은 게 아니라 오히려 재산을 빼앗길 일밖에 없다는 것이 아니오. 그게 말이 되는 소리요? 부왜파가 아닌 사람은 누구나가 독립을 기뻐하고, 자주독립한 대한민국을 누려야 되지 않겠소? 그리고 토지분배라는 것도 그동안 부왜파놈들과 왜놈들이 온갖 야비한 방법으로 치부하고 강탈하는 과정에서 인민들이 많은 희생을 당했으므로 돌려준다는 의미로 접근해야 할 일 아니겠소. 부왜파가 아닌 분들의 재산을 몰수한다는 것은 아무 명분도 없소. 분배하는 것도 유상분배가 맞을 것이오. 독립의 혜택은 누구에게나 돌아가야지 일부 계층이나 일부 집단에 한정돼서는 안 될 것이오. 무상분배를 한다면 분배받는 기준 이상의 토지를 가진 사람은 소외를 느낄 수도 있소. 그래도 그들이 조금 손해는 봐야지 어쩌겠소. 그것이야 알아듣게 설득을 하면 해결이 될 것이오. 분배받은 토지의 대금은 최대한 싸게 해서 저리로 국가에 장기상환하게 하면 될 것이오.”

 “저도 조선생님과 같이 유상분배에 따른 토지 사유제를 지지하는 바입니다. 빈농들의 농토에 대한 열망은 대단한 것입니다. 그들은 한 뙈기라도 자기 소유의 농토에 농사를 짓는 것이 소원인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무산자 집단이 있습니다. 그들도 꿈이 토지를 갖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그들의 토지에 대한 열망은 그 어떤 집단보다 강합니다. 그런 그들에게 소유는 국가가 하되 경작은 너희들이 하라, 그래도 너희들 소유나 다름없으니 안심하라, 고 해보십시오. 그들이 이해를 하겠습니까. 그들에게도 농토가 그들의 이름으로 주어져야 합니다. 그런 분들이 앞으로 있을 무장투쟁의 주축입니다. 저는 청년단에 대표적인 무산자들이라 할 수 있는 걸인들을 끌어들인 사람으로서 그들에 대한 책임이 있어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상분배를 한다면 농토를 분배받지 못한 자작농과 자소작농 등 또다른 농민들의 반발이 있을 것입니다. 소유권을 주되 유상으로 분배를 하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연한 것이지만 농민 아닌 노동자들에게도 원하는 토지나 물화를 형평에 맞게 분배했으면 좋겠습니다.”

 강성종도 견해를 밝혔다. 백상열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대세는 기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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