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심기를 건드려 조용히 암살당할 수 있는 처지를 가리킬 때 ‘연탄가스 마시고 죽을 수 있다’ ‘빨간 마티즈가 태우러 올 것이다’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최근 2년 사이 빈번히 발견되고 있다. 이 살벌한 유행어들은 2015년 7월 세상을 시끄럽게 한 사건에서 비롯되었다.각국 정보기관들이 이탈리아의 스파이웨어 개발 업체로부터 해킹프로그램을 구입한 사실이 다른 해커에 의해 유출되어 ‘토렌트’로 배포된 일이 있었다. 이 유출 자료에는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지난 대선 즈음부터 약 8억원가량을 들여 관련 프로그램을 구매하고 한국의 메신저 앱인 카카오톡과 한국산 스마트폰에 대한 해킹을 문의한 사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2주도 안 되어, 느닷없이 이 해킹프로그램 구매를 담당했다는 국정원 직원이 장문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숲속 ‘빨간 마티즈’ 안에서 시신이 발견되었고, 그가 연탄불을 피워 자살했다는 경찰의 발표가 이어졌다. 그의 유서에는 내국인이나 선거에 대한 사찰은 없었다고 언급하면서도 관련 자료를 삭제했다는 아리송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유서 내용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비장한 성명이 ‘국가정보원 직원 일동’ 이름으로 발표되었다.사건의 정황들이 온통 석연치 않았기에 세간에는 수많은 의문이 제기되었다. 빨간 마티즈 구입 정황부터 빠른 폐차까지 전 과정이 의문투성이였다. 관련 자료를 지워버렸다는 유서 내용은 증거인멸 시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정보기관 직원이 단순히 ‘딜리트 키’로 자료를 삭제한 뒤 자살했다고 국정원이 밝힌 점도 황당했다. ‘딜리트 키’로 삭제되었다면 당연히 자료 복구에 몇 시간밖에 걸리지 않을 일을, 국정원은 일주일이나 걸린다며 시간을 끌었다. 국정원 출신 국회의원들까지 나서 제3자에 의한 진상조사를 필사적으로 막고, 국정원 스스로 ‘셀프 조사’를 자처한 것도 문제였다. 가장 핵심적인 쟁점, 이 해킹프로그램으로 하필 왜 ‘카카오톡’과 국내 스마트폰을 해킹하려 했는지에 대한 진실은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연탄가스’ 속에 가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