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ports.media.daum.net/baseball/bbs/#read?articleId=532826&&bbsId=F001 트윈스의 팬으로 산다는 것. 그것은 몸에 사리 한말쯤은 이고 사는 것이다. 지난 추억으로 현재의 꼴찌팀을 응원함이다.
트윈스의 팬으로 살면서 요령이 생겼다. 그것은 경기를 좀체로 보지 않는 것이다. 승리한 날의 경기만을 하이라이트로 본다. 경기를 실시간으로 보다가는 혈압이 올라 내 명을 재촉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트윈스의 팬으로 살고 있는데.. 올해는 그 재미마저 주지 않으려는 모양이다. 팀 자체를 내팽개쳐 버리고 싶을만큼 미운짓을 한다. 아직도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소년이었나 보다. 어제의 삼단콤보가 있고나서, 트윈스의 세상에 유혈낭자한 숙청이 있을줄 알았다. 하지만 내 영웅 이상훈 은 그라운드가 아닌 인터넷 세상에서 트윈스의 부조리함을 다시금 토로하고 있을 뿐이다.
1. 이형종을 위한 변명 - 감독은 소통하고 있는가
야구선수에게 그라운드는 직장이다. 당신은 직장상사가 당신을 합당한 이유없이 한직으로 내몬다면 기꺼이 수용할 준비가 되었는가. 밥벌이 하러 나왔는데 구석에 가서 쳐박혀 있으라면 감사하다고 인사할 준비가 되었는가.
군부독재의 잔재가 여전하고, 수직적 유교문화, 징병제로 인해 습득된 상명하복의 질서. 이 관점에서 이형종의 예의없음을 지적한다. 이형종은 자기의 불만을 표현하는 방식이 물론 잘못됐다. 그런 불만은 남들이 볼 수 없는 자기 일기장에 쓰면 된다.
하지만 길든 짧든 평생을 종사한 직업야구인에게 구석에 쳐박혀 있으라고 할 때는 합당한 이유를 설명해 줘야 한다. 내가 너와 함께 하지 못 함을 대충이라도 설명해 주는 것이 배려고, 예의다. 박종훈감독은 선수간의 소통을 강조했는데 정작 본인은 소통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묵묵히 재활과정을 끝내고, 시범경기에서 호투한 투수에게 2군에 가서 더 경험을 쌓아라, 기다리면 기회를 준다 라는 한마디라도 건넸는지 의문이다. 말한마디 없다가 언론에 대고 선수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소통부재이고 배려없음이다. 그러니 선수가 반발하는 것이다.
이형종에 대한 비난은 마음의 표현방식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선수가 그런 마음을 갖게 된 원인에 대해서도 같은 무게를 두고 생각해 봐야 한다. 이형종만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한다면, 당신은 일언반구없이 직장에서 구석에 쳐박혀도 불만이 없는지 묻고 싶다.
2. 봉중근을 위한 변명
박종훈감독도 알고 있을꺼라 믿고 싶다. 그래서 본인도 조인성과 김태군을 은근슬쩍 번갈아 가며 기용하는 것이라 본다. 알고 있다면 실행에 옮기면 된다. 조인성도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이겠지만 투수리드에 있어 여러 전문가에게 지적받은바 있다. 허구연, 이효봉, 이순철 해설의 말을 빌리자면 투수를 배려하는 마음에 문제가 있고 미트질, 공을 포구하는 준비자세에서 볼의 로케이션 노출 등이 조인성의 단점이다. 이상훈과 김정민의 인터뷰에서 보면 이상훈이 경험한 포수는 김동수, 장재중, 조인성, 최동수 등이고 엘지의 투수진은 김정민을 선호했다고 그 당시의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투수는 경기의 지배자다. 가장 많이 주목의 대상이 되는 자리이다. 예민할 수 밖에 없다. 전설적인 투수 그렉매덕스도 전담포수가 있었다. 누가 앉아서 받든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에 찔러 넣을 것만 같은 능력의 소유자 매덕스도 자기가 편한 사람이 있었다. 시속 150km가 넘는 공을 팡팡 던져대던 전성기의 박찬호도 전담포수가 있었다. 이런 빼어난 구질을 갖고 있는 선수들도 자기가 편한 사람이 있다. 그런데 하물며 이 보다 능력이 못 한 투수는 오죽할까. 팀내에서의 위치가 매덕스나 박찬호가 아니고, 봉중근이 아니어서 말을 못 할 뿐이다.
난 박종훈 감독의 선수길들이기 대상이 왜 유독 투수에게만 쏠려 있는지 그 이유를 안다. 자질이 부족하다고 2군으로 내쫓긴 선수는 봉중근, 유택현, 이재영이다. 감독 입장에서야 고참 선수를 주전으로 기용하는 것이 속편하다. 벤치 분위기를 흐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이라면, 문제의 근원을 해결해 주어야 하는 것이지, 미봉책을 제시하고 거기에 따르지 않는 구성원을 숙청하는 것은 진정한 리더가 아니다.
3. 박종훈감독은 소통하고 있는가
지금 박종훈감독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갓 졸업한 신임소위가 좌충우돌하면서 부대원 군기 잡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신임소위가 부대원에게 신임을 받게 되는 계기는, 엄정한 원칙과 준수, 그리고 비전의 제시이다. 위에서 말한 투수조와의 불화에서 보듯이, 박종훈감독은 일방적 원칙을 제시하고 복종할 것을 종용하고 있을 따름이다. 구성원이 공감할 수 있는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 난 조인성을 기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조인성도 선수고, 김태군도 선수다. 공평한 기회를 주고 성적이 나은 사람을 기용하면 된다.
그리고 엘지 코치들, 선수 때리지 마라. 과연 그 정도를 구타라고 할 수 있느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꽃으로라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다. 다들 성인이고 직장인이다. 맞으면서 직장생활하는 사람은 아마 대한민국 프로 운동선수들 밖에 없을 것이다. 개, 돼지고 짐승이냐. 작은 폭력을 사소롭게 생각하고, 위계질서를 목숨처럼 받드는 문화가 학원폭력을 낳고 있는 것이다. 직업야구인에 대한 폭력을 사소롭게 생각하는 사람은, 나중에 맞으면서 직장생활하면 된다.
4. 엘지는 신바람야구를 해야 된다
각 팀마다 특색이 있기 때문이다. 친구 3명이 있으면 그 중에 나와 더 친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서울출신은 지방출신에 비해서 위계질서가 약하기 마련이다. 지방출신이 유독 단결하는 것은 서울이라는 주류문화권에 비해서 소수자이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 어려워 낯설은 서울왔다가 동향 사람만나면 뭉쳐서 다니는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서로 배려하고 칭찬하면서 엘지만의 문화를 갖고 있으면 된다. 엘지가 구십년대의 강자로 꾸준히 군림했던 것은, 누가 뭐래도 능력있는 개인 각자가 신나게 야구했기 때문이다. 엘지가 이토록 꼴지를 독차지하는 것은 개인의 능력 자체가 약하기 때문이다. 외부영입된 선수 이외에 트레이드 시장에 내놨을 때 다른팀에서 군침을 흘릴만한 선수가 몇 명이나 있었는가.
5. 엘지는 사람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김인식감독님께서 그토록 재활공장장에 매달렸던 것은 사람의 "재능"을 소중히 여겼기 때문이다. 나와 같이 야구에 무능력한 자의 노력보다는, 재능있는 자의 공 하나, 스윙 한 번이 더 위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엘지가 이토록 처참히 무너진 것은, 얼마든지 제2의 이상훈, 유지현, 김재현을 길러낼 수 있다는 오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래전 이야기이지만, 김성근 감독은 도저히 프로야구세계에서 받아줄 수 없는 선수를 끝까지 옹호하고 아낀 바 있다. 그런 재능은 아무에게나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종훈감독이 진정한 그리고 넉넉한 리더라면, 이형종에게 지금 당장 잠실행을 명하기 바란다. 그리고 올스타전까지 기회를 줘라. 그게 어른이고 리더의 관용이다.
그리고 엘지프런트는 당장 이상훈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구리에서 땅 고르는 일이라도 줘라. 같이 놀러 가자고 해서 일정 비웠놨더니, 당일날 아무 연락도 없고, 나중에 만나니 우리가 새끼 손가락 걸고 복사한 건 아니잖아 하는 것은 도대체 어느 나라 예의냐.
트윈스의 팬으로서 상훈이가 만들어준 추억만으로 트윈스를 응원한다. 그 추억까지 좀 먹지는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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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으로써 서론에 대한 내용은 100% 공감한다는... (아~ 하이라이트 인생... ㅠ.ㅠ)
쌍둥이는 사람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개인적으로 박종훈 감독 임명됐을 때 우려를 했었는데, 그 이유는 두산의 문화를 쌍둥이 문화에 접목시킬려고 하는 것 자체가 큰 모험이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었음. 어디를 가든, 어느곳이든 그들만의 문화와 색깔이 있고 그것을 어떻게, 얼마나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지가 가장 중요하며, 그렇게 해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