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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드리는 꿈(10-1)
게시물ID : lovestory_952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1
조회수 : 215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4/05/02 10: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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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그대에게 드리는 꿈


    10. 신탁통치(1)



  노상만이 완전한 걸인 행색으로 옥문에 도착한 것은 1월 중순이었다. 작년 12월 중순에 경성에서 출발했으니 꼬박 한 달여가 걸린 셈이었다. 강성종에게서 배워 아예 북경에서부터 걸인 차림으로 출발을 했다. 덕분에 왜군과 홍군, 국민당군이 뒤범벅되어 전투를 벌이고 있는 곳들을 비교적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었다.

 다 해진 천막으로 만든 팔로군 포병사령부에서 사령관 류청을 기다렸다. 연락을 받은 류가 몇 시간이 지나서야 허둥지둥 뛰어와 부둥켜안았다. 둘은 오랫동안 중국 공산당에서 같이 활동했던 인연이 있었다. 

 “원로에 고생이 많으셨소, 노동지!”

 “고생이 많으십니다, 사령관님!”

 “쑥스럽소. 노동지까지 그렇게 부르면 내가 너무 쑥스럽지 않소?”

 아이처럼 쑥스러워하는 류를 보며 노는 웃었다.

 “이 사선을 뚫고 오셨으니 내가 그리워서 오신 것은 아닐테고...... 무슨 연유인지 말씀을 해보시오, 노동지.”

 “사령관님이 그리워서 오면 안 됩니까?”

 “어여쁜 여인도 아닌데 내가 반가워 할 리가 있겠소?”

 둘은 와하하, 웃었다. 노가 건국연맹에 대해 이야기했다. 류는 심각한 표정에서 점점 환하게 얼굴이 바뀌어 갔다. 이야기를 다 들은 류는 기분이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이 되었다.

 “주석 각하나 여선생님이 참으로 어려운 용단을 내리셨소이다그려. 특히, 여선생님은 그렇게 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으셨을 텐데 말이오.”

 “주석 각하께서 끊임없이 합작을 추진해 온 충정을 여선생님이 받아들인 결과로 볼 수 있지요.”

 “주석 각하께서 고생하시는 것은 다 아는 일이고...... 일이 이렇게 잘된 것은 각하께서 사심이 없음을 모두가 아는 까닭이 아니겠소. 하여간 잘됐소. 연맹에서 나에게 바라는 것이 뭐요?”

 “예. 짐작하셨겠지만 사령관님도 김재관, 이강욱 장군과 함께 해주셨으면 합니다.”

 “당연히 그래야지요.”

 “그런데 홍군에서 빠져나가는 데는 문제는 없을지요?”

“ 그건 문제가 없을 거요. 당에서도 민족우선 원칙을 지키려고 하니까 우리의 상황을 이야기하면 흔쾌히 보내 줄 것이오.”

 “홍군에 있는 우리 병력은 얼마나 됩니까?”

 “우리 포병에만 5백여명이 되니까 홍군 전체에는 천 5백여 명쯤 될 걸로 짐작하고 있소. 거기에 독립동맹계열의 조선의용군까지 하면 한 2천여 명이 될 것 같소.” 

 류가 ‘2천여 명’에 힘을 주었다. 노는 놀라서 눈을 커다랗게 떴다.

 “그 인원을 다 뺄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가까이에 있는 부대의 인원은 거의 다 뺄 수 있을 거요. 그동안 우리가 중국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일을 했소. 중국혁명을 위해 죽어 간 동지들만 해도 엄청나게 될 거요. 나는 마오 주석께 자금까지 넉넉하게 받아낼 작정이요.”

 류가 껄껄 웃었다. 노는 놀랍고도 기뻤다. 사실 류청 혼자만 합류해 주더라도 크나큰 수확이었다. 팔로군 포병사령관의 이름이 갖는 의미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류가 광복군에 합류하는 것만으로도 사기가 충천할 텐데 잘 훈련된 대규모 병력까지 생긴다는 것이 아닌가. 

 교묘하게 이중으로 만든 깡통을 어렵게 뜯어 꺼낸 중국 수형(수표)을 본 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이렇게 큰돈이 어디서......?”

 “정말 우리 대한민국의 자주독립은 꿈이 아닙니다. 연맹의 청년동지들이 얼마나 뛰어난 전사들인지 모릅니다.”

 의열대와 청년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류가 탄복을 했다.

 노상만은 경성으로 떠나고, 류청은 전투가 소강상태인 틈을 타 마오 주석을 만나러 갔다. 마오는 요방에서 그를 반갑게 맞았다. 간단히 예를 갖춘 류는 조선의 상황을 설명했다. 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가셔야 되겠소이다. 그나저나 동지 덕분에 연전연승을 해왔는데 동지가 가고 나면 이거 어쩌지요. 우리 홍군이 혁명전쟁에서 패하면 동지탓인줄 알겠소.”

 농을 즐기는 마오가 껄껄거리며 웃었다. 류도 웃으며 농담처럼 덧붙였다.

 “주석 각하, 보내주시는 김에 자금도 좀 주시지요.”

 “당연히 그래야지요. 조선의 동지들이 우리 중국혁명을 위해서 얼마나 많이 희생됐소. 그 은혜를 지금 다 갚을 수는 없겠지만 두고두고 갚아 나가겠소. 그래, 언제 출발할 생각이오?”

 “일단은 조선인 동지들을 집결시키겠습니다.”

 “알겠소. 조심하시오, 류장군!”

 “고맙습니다, 주석 각하!”

 류는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얄타에서 한국의 미・소 양국 분할 신탁통치가 결정됐다. 다들 예상을 했던 일이었지만 막상 그렇게 결정하자 하나같이 분통을 터트렸다. 김구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불같이 화를 냈다.

 “이런 도적 같은 자들을 봤나?”

 임시정부는 즉각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3천만 동포들은 이번 얄타에서 미국과 소련이 결정한 대한민국에 대한 분할신탁통치는 있을 수 없는 야만적인 행위임을 만천하에 밝히고자 한다. 우리는 귀국들의 결정에 분노하는 바이다. 귀국들이 무엇 때문에, 무슨 권리로 우리 대한민국을 신탁통치하려는 것인지 그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왜국 영토의 일부가 아닌 독립국임을 귀국들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 한민족은 외국의 무수한 침략에도 굴하지 않고 5천 년 역사를 단일민족으로 살아오면서 찬란한 문화를 꽃피워 왔다. 이에서 보듯이 우리 민족은 자주독립을 영위할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단지 극악무도한 왜제의 침략을 막아내지 못하여 근래로 30여 년간 식민지가 되었을 따름이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평화를 사랑하여 군사력을 키우지 않은 탓에 왜국의 침략을 막아내지 못하여 압제를 당하고 있을 뿐, 단 하루라도 우리 대한민국이 귀국들의 신탁통치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귀국들은 어찌하여 왜국이 아닌 우리 대한민국을 신탁통치하려 드는가. 귀국들은 실로 우리 대한민국이 아닌 왜국을 분할해서 식민지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왜국은 세계만방과 우호할 자질이 없음이 이번 태평양 전쟁의 도발로 만천하에 드러난 까닭이다. 금명간에 왜국이 패망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왜국은 여하한 무력을 갖추면 제 나라의 이익을 위해서 또다시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만방을 적으로 삼고 무력도발을 감행할 것이다. 그러한 비극의 재연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귀국들은 왜국을 분할해서 영구적으로 신탁통치하여야만 한다. 왜국이 또다시 군국주의로 나아갈 수 없도록 왜국의 무장을 영구히 금지시켜야만 할 것이다. 귀국들은 사실이 이러함에도 우리 대한민국을 신탁통치하려는 저의를 우리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동포들, 그리고 세계만방에 명명백백히 밝히고 즉각 대한민국에 대한 신탁통치 결의를 철회하고 왜국에 대해 영구적인 신탁통치를 결정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바이다. 그리고 즉각 우리 대한민국을 연합국으로 인정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즉각 승인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바이다.


 며칠이 지났다. 신탁통치결정에 분노한 임정의 분위기는 아직도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 김구를 비롯한 임정요인들은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않고 며칠을 보냈다. 그만큼 신탁통치 결정은 대한 민국과 국민들의 앞날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결정이었다.

 송상혁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러나 계속해서 임정의 승인을 연합국들에 요청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각하.”

 “......”

 김구는 입을 꽉 다문 채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극도로 화가 나면 안으로 삭이기 위해서 김구는 입을 다물곤 했다. 송은 그래도 물러서지 않았다.

 “각하, 우리의 계획을 왜나라와 미・소가 눈치채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도 더욱더 그래야 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 점은 저도 동감입니다.”

 최태호도 조심스럽게 거들었다. 다른 요인들도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김구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김구는 요인들을 둘러보았다. 언제 그랬나 싶게 눈에서는 광채가 번뜩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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