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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믿음'이 근무하는 편의점은 지상최고 높이에 위치한다.
왜냐하면 한라산국립공원 성판악탐방로 입구에 위치한 매점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하절기.
등산로 개방시간이 오전 5시이므로 편의점은 오전4시에 오픈한다.
'김믿음'은 이번 5월 한달 동안 근무시간을 오전 4시에서 12시까지 8시간 근무하는 것으로 해서 오늘도 새벽 일찍 가게 문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부슬비가 내리고 바람이 조금 불고 안개마저 자욱한 오늘은 탐방객들도 산에 오를 용기가 안나는지 편의점 출입구의 딸랑거리는 소리가 울린 것은 거의 5시가 될 무렵이었다.
마침 김믿음이 유통기한이 지난 김밥과 어묵탕으로 아침을 때울 때였다.
역시 어제와 그제 왔던 똑 같은 차림새의 외국인이 들어왔다.
'김믿음'은 김밥 한줄을 주문하고 결제한 뒤 렌지에 덥혀서 묵묵하게 식사하는 외국인이 일견 처량하게 생각되었다.
그래서 마침 기한이 지나 본인용으로 간식 삼아 쟁겨 놓은 어묵을 데워 그에게 건넸다.
"이게 뭐야?"
"날씨도 추운데 잡수시요, 프리, 프리, 이것은 그냥 프리젠트예요."
"오, 이런 친절이"
"어디에서 왔어요?"
"페르시아에서 왔어."
"이란?"
"아니, 페르시아"
"그렇다치고, 그런데 왜 3일이나 매일 밤에 한라산에 오는 거야"
"부족장의 명령으로 카시오페아 운석을 주으러 온거야. 위치와 시간까지 알려 주었거든. 분명 내일은 발견될거야. 기한이 내일까지거든."
"왜 이렇게 먼 곳으로 운석을 주으러 온거야?"
"여기 한라산 동쪽사면에 떨어질거래, 부족장 말로는 이집트 파라오의 무덤에 봉안될 운철검 재료로 써야하기 때문이라더군."
"그래, 그렇다치고 하여튼 내일은 성공하길 바래."
"고마워, 참 내일은 발견 즉시 담요 타고 떠날거라 인사를 못하니까 이거 받아."
그리고 그 외국인은 가방에서 우르르 돌멩이를 쏟아내었다.
"별건 아니지만 그래도 별은 별이야. 이게 바로 별똥석이야. 운석."
주먹만한 시커먼 돌멩이가 10개가 넘는다.
"와 이게 운석이야?"
"그래 내가 찾는 것은 카시오페야 은하계에서 온 거라서 색갈이 무지개빛이어야해."
"그래, 고마워. 운석이 무척 비싸다던데!"
"아냐, 내가 고맙지, 아까 내게 준 음식은 이름이 뭐였어?"
"응, 그것은 어묵탕이야. 생선살을 발라서 기름에 튀긴것을 데운 스프야."
"그래 인사나 하자. 네 이름은 뭐야?"
"그래, 난 김믿음이야."
"그래 언제 다시 볼지는 모르지만 잘 있어, 난 신밧드야."
"신 바아드?"
그가 둘둘말린 담요만 붙은 빈가방을 둘러메고 나간 문뒤로 경종소리만 아득하게 안개속으로 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