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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없이 긴글주의> 지금은 잘 살고있는거.. 칭찬해.
게시물ID : wedlock_95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궁금궁금어린
추천 : 15
조회수 : 798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7/07/31 06: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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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재미없음. >
<딸이 없어 음슴 할래다가 오늘은 진지하니까 궁서체입니다. 궁서체로 읽어주세요. >
 
 
결혼 12년차. 지금 나름 알콩달콩 잘 살고 있는것처럼 보이지만, 수없이 이혼의 위기를 겪고
어느 기간동안은 신경안정제를 먹어야 했을만큼 힘든 시기도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얼마전에 썼던, 식욕>성욕 글이나, 혹은 저는 생선싫어해요. 라는 글을 보면.
전혀 그런 생각은 안드시겠죠.
 
저희 남편같은 경우는 조금 특수한 케이스의 가정에서 자랐고.
저는 결혼 전에 그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우리 남편이란 사람의 지금 성격의 주춧돌이 된 기반을 몰랐습니다.
알 방법도 없었고 말이죠.
 
각설하고.
 
근 30년동안 각자 다른 환경과 가정에서 자란 남녀가 결혼을 해서 새로운 가정을 꾸릴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새>가정 을 이룬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를 해야한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져 내 본가에 새사람이 들어온다는 것. 그렇게 가족이 늘어난다는 것이 아니라 말이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본가를 내치란 소리는 아닙니다.
 
포지션의 문제라는 거죠.
 
내 남편의 아내, 혹은 내 와이프의 남편이 되려면
당연히 지금까지 본가에서 가지고 있던 포지션을 그대로 가져가기 힘들어요.
제 남편이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 부분은 이 이동이 이루어지지 않았기때문이예요.
 
 
남편은 남매 중 둘째이지만 집에서는 항상 철없고 실없이 농담을 하는 막내포지션을 가지고 있었지요.
 
몇몇의 일화들. >>
 
결혼을 해서도 가족들 말이라면 일단 거역을 못합니다.
극단적인 경우였지만 크리스마스 이브날 뮤지컬 티켓을 예매해놓고 가고있는 도중
시가에서 전화를 받게되고
<크리스마스인데 식구들끼리 모여서 술이나 한잔하자.> 는 말에 제 의견을 묻지도 않고.
지금 공연을 예매해놓았단 말도 못한 채. 시가로 차를 돌린 사건이 있었어요. <참고로 우리집과 시댁은 약 1시간 30분 거리예요>
 
저는 너무 어이가 없었고. 그 일로 제법 크게 다투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나역시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새댁이었던지라. 남편이 싹싹 비는 상황에서 어느정도 받아들였고 이해했어요.
다음부터는 그러지말라고.
 
하지만 그 다음은 오지 않았죠.
 
##로를 타다가 차가 퍼졌는데 (위험한 상황) 렉카타고 집까지 왔다가 택시타고 가기도 하고... 못간단 말을 남편이 못해서요.
아이가 아파서 열이 쩔쩔 끓는데 외풍심한 시댁가서 이틀이나 밤새 해열제 먹여가며.. 있었던 일도 있네요. 열이 많이 나서 손발이 얼음장인데 잘논다고 좋아하시던 그 분들..
아이가 수족구에 걸린 상황에서 갑자기 차가 수리를 들어갔는데 기어이 오라고 하셔서 유모차에 커버 씌워 지하철 타고 두시간 넘게 걸려 갔더니 내복바람으로 주무시고 있었던 적도 있죠.
결혼하고 몇년 지나선... 간이 좀 커져서
시조카에 내 아이까지 데리고 진빠지게 케어하고 있는데 쟨 왜 설거지도 안하니? 라는 말에 내 손 끌어다 주방에 세워놓는 남편한테 고무장갑 던지며 니가해라. 하고 돌아선적도 있었지만...뭐..
 
언제나. 변함없이 시댁에서 부르면 가야했고.
남편 말로는 <많이 부르지도 않는데...... 그 정도는 해야지... > 였거든요.
 
 
시댁 현관을 딛자마자. 내 남편이 아닌 그 집안 막내가 되어서 충실하게 역할을 수행..
저는 그런 남편이 너무 싫었습니다.
 
서른 넘어 아이까지 낳은 애아범더러 고작 남편보다 두살이 많을뿐인 누나가 아가야. 라고 부를 정도였으니. 대강 짐작 되시죠.
 
온갖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다 쓰려면 정말 장편소설 한권은 나올것 같은데.
암튼 남편은 그냥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행동가지고 너무 뭐라고 한다며 제 불만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어요.
 
결혼 1년만에 아이가 태어나도 변하는건 없었어요.
 
시조카가 심하게 내 아이를 때리고. 시누남편이 저에게 욕설을 하고. 시부가 술만 먹으면 꼬투리잡아서 저를 달달 볶고
시모가 은근히 말도 안돼는 소릴 하며 저와 저의 집을 깍아내려도 무심하게 바라만 보는.
아니... 의식자체를 못했던거죠.
 
착하고 듬직해서 좋았던 그의 긍정적인 성격은
평화롭기만 하다면 다 좋은거. 라고 머리 깊숙히 박힌 자기방어기제때문이라는 걸 한 7-8년 살고나서야 알게되었습니다.
그 평화를 위해서 철없는 막내노릇, 실없는 농담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일이 그 사람의 포지션이었던 겁니다.
온갖 잡다한 심부름과, 누나의 술친구도 포함해서 말이죠.
 
하지만 그 사람은 이제는 그래선 안돼는거잖아요?
자기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나한테 꼬투리잡아서 시비를 걸면 분연히 그러지 말라 분개해주어야할텐데 늘 약간 곤란한 표정으로 웃기만 했죠
 
여태까진 그들 가정안에서 일어난 일들이니까 그랬다고 쳐도.
나는 아니잖아요? 나는 남의집 귀한 딸이고. 시댁 안에서 남편 말고 누굴 믿어야 할까요..
남편을 사랑해서 결혼했다고. 내가 왜 이렇게 함부로 취급을 받아야하나요?
 
하지만 남편은 여태까지 했던 그 역할을 아내까지 함께 해야한다고 생각했던것 같습니다.
 
심지어 결혼 후 수십년간 단한번도 가지 않았던 가족여행을 가길 원하고.
발길을 끊었던 친척들과 왕래를 하는 등...
효자코스프레까지 덩달아요..
 
몇년간을 2주에 한번 꼬박꼬박 시댁방문을 하며 단 한번도 싸우지않고 돌아온적이 없었어요.
 
왜 아버님이 나한테 그렇게 했을때 당신 가만히 있었어?
왜 어머님이 그랬을때 당신 어머님 편든거야? 어머님이 틀린거 맞잖아.
왜 애가 맞고만 있는데 웃기만 해
왜 나오기로 한시간에 안나와? 왜 그러는거야... 도대체 왜 그러는거야...!!
 
위에서 언급한 시누의 남편이 저에게 욕을 한 사건이 있었던 날.
 
새벽까지 다투다가 남편이 씹어뱉듯 내뱉은 말이
나는. 당신. 편. 못들어
 
몇년 동안. 그 사람이 하고싶었던 말이었겠죠. 내 편을 드는 순간 아슬아슬한 그 평화가 다 깨져버릴테니까요.
 
우울증이 심하게 옵니다...
신경안정제를 먹고. 교인도 아니면서 교회를 찾아가서 울며 기도하고. 미워하지 않고 용서할 힘을 달라고... ㅎㅎㅎㅎ
그렇게 속으로 곪아터져가다가
 
둘째아이를 낳았어요. 큰아이와 다섯살 터울로...
 
아마도 나이가 어느정도 들은 탓도 있겠지만.
둘째 아이를 낳고서 남편이 많이 변했어요. 우리 가정에서 자기 역할에 대해서 조금쯤은 인지를 하기 시작했고
아버지라는 역할이, 남편이라는 역할이 얼마나 크고 무거운 것인지를 조금 깨닫는 모습을 보여주더라구요.
 
마치 한쪽발만 슬금 이 가정에 담근 채 언제라도 미련없이 등을 보일듯한 모습이던 그 사람이
온전히 내 남편, 내 아이들 아버지라는 기분이 들었고. 그제서야 저도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댁에서는 그런 남편의 변화를 용납 못했던것도 같아요.... 그래서 그 사단이 난거겠죠..
 
둘째가 돌이 막 지났을무렵 저는 어떠한 사건으로 시댁과 척을 지게되었거든요.
그 어떠한 사건의 여파가 너무 컸기에.... 남편은 어떤 대꾸도 못했고 평생 저한테 죄인이 되어버렸어요...
 
지난 몇년동안..남편은 일년이면 서너번 시댁에 발걸음을 해요. 제가 허락하면 아이들을 데리고 가고
허락하지 않으면 혼자가죠. 늘 은근히 데려가고 싶어하기는 해요...
 
여전히 예전처럼 그 헷짓거리를 하고있는지 어떤진 보지않아 모르겠습니다만.
일년에 많아야 서너번. 그러든지 말든지 신경 안써요.
 
 
하지만요.
 
누군들.
사랑받는 며느리가 되고 싶지 않았겠어요?
 
내 자식이지만 이젠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으니 어쩔땐 남보다 더 조심스러워야 하는 부분도 있고. 달라져야 한다는 걸 부모님들도 좀 받아들여주시면 좋을텐데. 그걸 무슨 배신처럼 생각하시고...서운해하시고.
다 같이 행복해지는 길은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일텐테...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봐요...
결게만 봐도..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시는 부분이기도 한걸 보면요.  
 
제 남편과 시댁은 변화를 거부했고 오히려 저에게 남편과 붙은 1+1의 역할을 바라시기만 하셨죠.
혹은 우리 착한 아들을  뺏어간 못된년? 정도..ㅎㅎㅎㅎ 라고 생각하셨을려나...
 
가정과 가정을 분리해서... 그 선을 넘어가지 않는 것. 그게 그렇게 힘든건가봅니다.
그리고 본 가정에서의 포지션을 이동하는게 자식들 입장에서도 부모님에 대한 배신처럼 느껴지나봐요.
 
 
이 맥락없는 긴 이야기의..결론은..>>
 
 
함께 아이를 가지고 낳고 키우고. 십년 넘는 세월을 붙어 살면서도
 
타고난 성격과 만들어진 성격을 구분할 수 있게되고
대강 얼굴만 봐도 뭐가 불편한지 아닌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고.
더이상 정말 의외의 면이로군~ 이라는 생각이 안들만큼 서로의 민낯을 속속들이 아는 가족이 된건 불과 몇년 안된것 같아요.
 
시댁과는 이모양 이꼴이 되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남편이 제 손을 잡고 뚜벅뚜벅 걸어나온 모양새가 되어서.
그래서 제가 용서했어요.
 
남편이 그때 제쪽에 서지 않았더라면 전 아마 이혼했을거예요. 더 버틸 힘이 없었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확실하게 내 편에 서준 모습을 보고 난 이후에서야 조금쯤 용서가 되더라구요.
너도 힘들었겠구나... 이해도 되구요.
 
우리가 새로운 가정을 이루었다는 것에 대한 책임감을 남편이 좀 더 빨리 깨쳤더라면
시댁어른들이 이 가정을 자신들 가정의 종속이 아닌 별개의 가정으로 인정해 주었더라면.
변하는걸 자연스럽게 생각했더라면.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 아쉽고도 아파요.
 
--
 
 
 
지금 저는 나름 소소하고 행복하게 잘 살고있어요. 아이들도 이쁘고...
남편은 돈을 많이 버는건 아니지만 저한테 잘하고. 저도 아픈데없이 평온해요.
가끔 혼자 여행도 떠나고. 이렇게 새벽녘에 컴퓨터를 켤 여유도 있구요.
 
하지만 무수히 많았던 이혼의 순간들. 나의 통곡과. 불면의 밤들...
그런것들은 여전히 상처로 남아있네요.
어쩔수없이....그건 또 그대로 남겨놓아야죠...
 
 
100% 다 이해할 수 있는 타인이 존재할수 없는데.
 
결혼을 했다고해서 내 모든걸 다 알아주길.
내 마음을 말하지않아도 알아주길. 나처럼 해주길. 내가 용서했으니 너도 용서하길.
내가 넘어갔으니 너도 넘어가길. 너무 바라고 살았던것 같아요. 서로에게.
 
사람 앞일이란 모를 일인거잖아요.
 
오늘 행복하지만 내일 벼랑끝에 서있을수도 있고. 벼랑끝에서 떨어져도 또 그게 끝이 아닐수도 있고 말이죠.
 
저는 어찌되었건 12년째 이혼을 하지 않고 이렇게 살고있네요.
생각해보니 또 행복한 날도 참 많았더라구요.
...
 
하지만 시간이란 늘 변화를 가져오고. 아이들은 자라고 나는 늙고...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변하겠지만.
그 변화에 대해서 좀 더 나이스하게 대처하고 싶은게 소망이라면 소망이네요.
 
오늘 결게보니 아픈 이야기들이 좀 있어서...
문득 생각이 났어요. 나도 참 아팠는데. 어째어째 여기까지 온게... 참... 수고했다 싶기도 하고. 뭐,,,그러네요..
 
참... 이딴 맥락없는 글을 왜 썼는진 모르겠지만..감성폭발 새벽느낌이라 해두죠. ㅋㅋ
쓴 수고로움에 지우진 않고 올려놨다가 나중에 이불킥이나 열심히 해볼까해요.
 
혹시 끝까지 읽으신 분이 있으시다면... 에공... 고생하셨습니다. ;; 배꼽인사..
 
오늘도 날이 많이 더울것 같네요. 밤에는 시원하더니..
모두들..최선을 다해서 행복한 하루를 보내시길~ :D
 
 
 < 글 올리고 나서 제목이 넘 자극적?? 인것 같아서 수정했어요. 아랫글이랑 좀;; 비교도 되는것 같이 보이고해서.
 < 저는 학생때부터 독립해 나와서 살아서 저희집과는 전혀 이렇다할 문제가 없었고.
     결혼할때부터 하나에서 열까지 다 신랑쪽에 맞춰줬기에 말나올 만한 일이 없어 언급이 없는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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