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 혼자 산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가끔 혼자 사는 기분이 들 때가 있기도 하지만.
나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사람과 살고 있다.
살면서 나에게 일어난 가장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뛰어난 외모, 넘치는 매력, 번듯한 직장까지.
그 사람에게 시선을 뺏겼던 그 순간부터 원했던 건 단 하나, 죽을 때까지 함께 하고 싶었다.
그래서 같이 살기로 했다.
안타깝게도 이 사람과 나는 서로 일과가 엇나가 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할 때 나는 한창 자고 있을 시간이다.
가끔 눈이 일찍 떠져서 나갈 준비를 하는 뒷모습을 지켜볼 때가 있기는 하다.
집이 텅 비고 나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아늑한 아파트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소파에 기대 티비를 보거나 간식을 먹으면서 뒹굴거린다.
하지만 퇴근 시간 쯤이면 나는 이미 집에서 자취를 감춘 다음이다.
늦은 밤 불을 끄고 잠에 든 뒤에야 나는 그 사람이 깨지 않도록 살금살금 집 안으로 발을 들인다.
침대 곁으로 가서 곤히 잠든 얼굴을 보며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생각하곤 한다.
같이 보내는 시간이 거의 없지만, 나는 이 시간이 제일 좋다.
나도 이제 자러 가야겠다.
그 사람이 쓰지 않는 옷장을 열고 들어가 옷을 보관하는 상자 뒤에서 잠을 청해 본다.
내일 눈이 일찍 떠져서 틀어진 옷장 문틈으로 그 사람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혼자 살지 않는다.
우리 중에서 나만 알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