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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밥... 어디까지가 모순일까.
게시물ID : animal_951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비커밍제이
추천 : 13
조회수 : 825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4/07/10 19:22:13
저희 본가는 고양이 6마리를 키우고 있어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집안에서 키우는 고양이(길고양이 출신들)6마리와.
차고에 새끼를 낳아 드나드는 고양이 가족. 마당에 드나드는 고양이 여러마리.
대문앞 밥 먹으러 오는 고양이 몇몇.
이렇게 한 열다섯마리 정도 되겠네요.
저희 부모님은 자세한 수를 아시는데 저는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여하튼. 저희 부모님은 열혈 고양이 애호가세요...
 
흔히 말하는 캣대디.캣맘이시지만 저희 부모님은 그 단어조차 모르세요.
우선 저희 어머니가 고양이 밥을 주는 방식은.
저희 집은 2층으로 된 일반 주택이예요.
원래는 저희 집 대문앞에 고양이 밥을 주셨어요.
이렇게 밥을 주신지 한 십년 되신거 같아요.
한동네에 오래동안 사셔서, 저 집에 가면 고양이 밥이 있다 라는건
고양이들에게나 동네주민들에게나 다 소문이 나 있는듯 해요.
그래서 동네주민들은 자기집에 길고양이가 새끼를 낳으면
저희 집 대문 안에다 고양이를 버리죠.
저희 집안에서 기거하는 고양이 수가 6마리가 된 것도 모두 그 이유이기도 하고요.
작년까지만해도 집안에 고양이가 5마리였는데.
한마리가 더 는건 저희 아버지가 고속도로에서 길냥이를 구조하셔서
데리고 오셨어요.
숨도 제대로 못쉬고 걷지도 못해서 병원에서 몇번이나 수술과 치료를 받았지만
경과가 나아지지 않아 병원에선 포기하라고 했죠.
하지만 아버지가 정성으로 돌보셔서 결국 저희 집 막둥이가 되었어요.
 
저희 어머니, 아버지는 길에 다친 고양이가 있으면
구조하셔서 병원에 데려가셔서 치료를 해주시고
중성화 수술까지 시켜주신 고양이가 몇몇 되요.
다 죽어가는 고양이를 치료해서 살려 놓으니
동네에 고양이 개체수가 줄어드는게 아니라 늘어났던것 같애요.
 
주위에서 뭐라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죠.
그 집에서만 밥을 주면 뭐하나. 똥은 우리 집 와서 싸는데. 등등...
그래서 대문 앞에 고양이 밥을 내놓던 것은
대문 안과 저희 집 차 밑으로 장소를 바꾸셨죠.
시간대는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저녁 늦은 시간으로 바꾸시구요.
고양이들은 담을 넘어와서 밥을 먹거나, 그러지 못하는 아이들은 차 밑으로 들어가 밥을 먹게 되었죠.
그리고 이틀에 한번. 옆집 화단에 가서 청소를 하고 오시죠.
 
이제 저희 아버지 얘기를 해볼께요.
저희 아버지는 작년 봄이었나... 여튼 일년 넘게 부산에 있는 XX산. XX공원에 올라가 고양이 밥을 주세요.
절대 왠만해선 거르지 않으시고 이틀에 한번, 세시 경. 시간을 지켜서 산에 가세요.
산 이름과 공원 이름은 밝히지 않을께요.
고양이 수는 어림잡아 백마리 정도 되는 듯 해요.
한번 따라 가봤는데 비슷비슷하게 생긴 고양이들인데다 너무 많은 숫잔데
아버지는 기가 막히게도 저쪽엔 몇마리가 살고 저 위로 올라가면 점박이 무리들이 있고.
또 저 우측편으로 더 가면 깜둥이 무리들이 있다며
공원과 산을 돌아다닌지 한 시간?쯤 됐을 땐 이제 몇 무리가 남았다
어? 오늘은 요렇게 요렿게 생긴 애가 안보이네?
등등. 모든 아이들의 특징과 구역을 다 알고 계시더군요.
저희 아버지가 그 산에 나타나면 참 장관이예요.
저는 부산에 30년을 살면서 그 산에 고양이들이 그렇게나 많은 지 몰랐어요.
모두 숨어 있으니 다른 사람들도 그랬을거예요.
그런데 아버지가 나타나셔서 "애옹아~" 한마디면 풀숲에서 나무 사이에서
수십 마리의 고양이들이 쏟아져 나와요...
 
주로 주는 것은 아버지가 알고 지내는 생선구이 집이나 식당에서 나오는 생선뼈, 남은 음식들이었어요.
아버지에게 어떤 사람들은 좋은 일 하신다고 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욕을 하셨죠. 음식 쓰레기를 들고 와서 버린다구요.
그래서 언젠가부터 저희 아버지는 이틀에 한번. 생선(아주 자잘한 조기같은건데 이름은 잘 모르겠어요)을
박스채로 사셔서 마당에서 일일이 구워서 가져가시죠.
생각해보세요. 이 땡볕에 이틀에 한번 생선 세박스를 굽는게 얼마나 힘든 일일지...
 
저희 아버지는 식당에 가셔도 음식을 잘 안드세요. 고양이 줘야 한다고...
갈비탕을 시키면 국물만 드세요. 갈비는 고양이꺼라고 챙기시구요.
생선구이를 먹으면 다른 반찬만 드시고 생선은 안드세요.
무슨 음식을 먹던 네사람이 먹으면 4인분이 아니라 5인분 6인분을 시키세요.
음식을 남겨서 고양이들 주기 위해서죠.
 
저희 부모님은 두분다 성격이 한성격. 한끝발 하세요.
하지만 저희 어머니는 동네분이 고양이 밥주는거에 대해 뭐라 하셔도 싸우지 않으세요.
혹시 고양이들에게 해꼬지 할까봐 고양이 관련된 것에 한해서는 눈치 보시고, 아무 말 않고 참고 그러세요.
저희 아버지는 그에 반해 좀 달라요.
XX산에 고양이 밥 주는 거에 대해 시비 거는 모든 사람들을 평정해 놓으셨어요
그 덕분에 산에 올라오는 다른 캣맘들이 모두 저희 아빠에게 몇번이고 감사하다고들 하셨죠.
몰래 밥주러 올때마다 무서웠는데 아버지가 이 산에 나타나신 후부터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구요...
(자랑은 아니예요...고양이 때문에 다툼이 있는 것은 저도 반대하는 입장이고.
 아버지께 몇번이고 만류했지만. 고양이 싫어하는 사람들을 일방적으로 싫어하는 입장이세요)
어제도 그 바람이 부는 날씨에도 나무 밑에 새끼를 놓은 아이가 있다며
돌봐줘야 된다며 기어이 올라가셨어요.
 
요즘 저희 어머니는 아버지 때문에 못살겠데요.
생각해보세요.
다친 아이들은 죄다 병원으로 데려가시지. 필요하면 수술까지 시키시지.
이틀에 3만원치 생선을 사시지...구으셔야 되지.
이제는 어머니도 오죽하면 고양이라면 징글징글 하데요.
물론 그래놓고 고양이들에겐 츤츤거리시지만요...
 
이렇게 저희 어머니, 아버지는 고양이를 사랑하시고, 책임감 까지 다하셨죠.
청소부터. 치료까지 모두 사비를 들여서 말이죠.
 
그런데 고양이에 대한, 캣맘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을까요?
아뇨.. 그렇지 않은거 같아요.
저희 동네. 십년이 넘도록 고양이 밥을 저희 집 내에서만 챙겨주시고,
청소에. 치료까지 시키시고 집안으로 들어 온 고양이는 모두 키우셨지만.
여전히 고양이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그냥 "싫은"고양이 일뿐이예요.
물론 저희 어머니. 아버지가 책임감 없이 캣맘.캣대디를 했더라면
더더더 싫어할걸. 그냥 이정도로만 싫은거에 그친 것은 있겠죠...
 
아 물론 모든 고양이에 대한 인식을 일반화 시키는 것은 아니예요.
적어도 오유분들은 책임감을 다 하는 캣맘. 캣대디를 보고
그래. 저렇게 남한테 피해 안주고 좋은 일 하면 얼마나 좋아... 하는 분들이 많을거예요.
하지만 대게 고양이 싫어 하시는 분들은.
캣맘의 책임감 여부에 상관 없이 그냥 싫은거예요.
거기에 책임감이 없으면 정말 정말 너무 너무 싫은거구요.
 
왜. 예를 들면 리드줄을 하고 개를 산책 시키는데.
개는 그냥 걸어 갈뿐인데. 그 옆을 지나가며 개를 보고는
꺅!!하고 기겁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고양이가 무슨 짓을 하지 않아도
어떤 사람들에겐 그냥 고양이라 싫은거고. 그 싫은 고양이에게 밥까지 주니 더 싫은거예요.
 
우리 집 앞에 와서 똥을 싸기 때문에.
우리 집 앞에 와서 울기 때문에.
우리 집 앞에 와서 쓰레기통을 뒤지기 때문에.
고양이가 싫은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죠.
내게 피해가 가는 것은 싫을 수 밖에요...
 
하지만 고양이에 대해 별 감정 없는 분들은 논외로 하고.
책임감,책임감 따지시는 분들 중에는.
사실 책임감과 상관 없이 고양이가 싫으므로.
"그렇게 동물을 사랑하면 돼지는 왜 먹냐. 그럴거면 지네 집에 가서 키우던지."
라고 비난을 위한 비난을 하시는 분들도 분명히 많으세요.
 
모든 일에는 정의롭고 책임감을 다 하더라도 싫은 것들이 있어요.
마치 정치에서 아무 논리 없이 색깔을 나누는 콘크리트층 처럼.
어느 곳에나 움직이지 않는 콘크리트층은 있어요.
사실은 고양이가 싼 똥을 치우지 않아서, 고양이들이 울어서가 아니라
그냥 고양이라면 질색인데. 고양이들에게 풀 방법이 없으니.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사람을 향해 비난을 하는건 아닐까요.
물론 이 물음은. 캣맘을 비난하는 모든 분들이 아니라.
앞서 설명한 그냥 고양이가 싫은 분들에게 하는 말이니 논란이 없었으면 해요.
 
세상을 살면서 상대를 인정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인거 같아요.
짐승이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따지기 보다.
세상은 더불어 사는 세상이니 그냥 서로를 인정해주면 참 좋을텐데 말이죠.
비단 고양이 문제뿐만 아니더라도.
그 대상이 성소수자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세상엔 나와 다른 것들이 참 많잖아요.
그냥 다를뿐이예요...
캣맘. 캣대디들은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인정하고.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고양이와. 캣맘.캣대디들을 인정하고...
그럴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이 캣맘 문제는 언제나 끝없이 논란이 되고 콜로세움이 열리는 것 같아요.
 
예전에 베오베에 올라왔던 터키나 일본 고양이들 보면
사람과 고양이들이 다같이 공존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그런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나에게 피해가 온다고 무조건적으로 싫은 것이 아니라
조금은 감수 할수 있는 세상.
그것이 나만이 감수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도 나를 위해 감수하는 세상.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그런 세상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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