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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드리는 꿈(9-5)
게시물ID : lovestory_951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2
조회수 : 146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4/03/21 13: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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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그대에게 드리는 꿈


    9. 귀향(5)



 그렇게까지 배려해 주는 김중을 생각하면 농담으로라도 할 말이 아니었지만 어머니에게 미안했던 것이다.

 "아이다, 야야. 니 안으로가 속이 짚다. 내하고 할배 적적하시까바 싶어가 아아들 띠놓고 갔다. 내 아이 아아들 거돠 믹이는 거 까딱 없고. 반공일에 아아들 델따 주머 하룻밤 즈그 이미하고 자고 공일에 그 집에서 차로 태워다 준다. 섹유지름값이 얼맨데 꼭 그라신다. 그거도 장한 집 자손인테는 모지래는 대접이란다. 세상에 그런 어런이 어딨겠노. 그 은공 니가 두고두고 갚아라."

 "그거사 당연히 그래 해야지요"

 김중의 과분한 배려에 그는 마음속으로 큰절을 했다. 

 "암만 그래도 아아들은 아아들 아이가. 영모는 며칠은 즈그 이미 없어졌다꼬 울어가 둘러빠지디마는 호시타는 거 좋아가 즈그 이미보고 인자 그 집에서 쭉 살라 캤단다. 우리 영모, 그랬제?"

 영모는 부끄러워서 애꿎은 코를 만지고 있었다. 그때, 울고 싶었으나 동생이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통에 차마 울지도 못했던 영식도 자동차 탈 생각에 요즘은 토요일만 기다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머니가 손자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니는 아무 걱정 말그라. 느그 안으로가 그 집에서 오만 반찬 다 맹글어가 보내준다. 과연 만석꾼 집인기라. 우리도 몬 묵고 사는 집이 아인데 생전 듣도 보도 몬한 음식이 많기도 한 기라. 나는 집에서 차려가 묵기마 하머 된다. 그라고 그 집 안어런이  니 안으로 보고 솜씨 좋고 재바리다꼬 탄복을 한다. 하머 그 집 음식 다 배왔단다. 행지하는 거 알양반이지러 해놓이까네 나이 비엿한 아아들끼리 사돈 맺자꼬 난리다. 인자 우리 영식이・영모 장개는 잊아뿌렜다."

 "어무이도 참요. 아아들 인자 나이 몇 살이라꼬요. 그라고......"

 "아이다. 혼사는 살림 가주고 하는 기 아이고 양반 가주고 하는 기다. 머슴 아아들도 양반마 좋으머 만석꾼 사우도 되고 메눌도 되는 기 혼사다. 우리 살림이야 그 집에 댈 거도 아이지마는 느그 할배들 중에 정승도 두 분이나 계시는 거 니도 알제? 거따가 왜눔들잔테 붙은 사람도 없지러, 양반이라머 우리집도 쭗릴 기 없는 기라."

 혹시나 그가 두 집안의 격이 맞지 않는다는 말을 할까봐 먼저 말을 끊는 어머니였다. 당사자들도 서로 좋아해야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그나저나 그 사람 없어가 할배 수발은 어무이 혼자서 다 하시네요."

 "아이다. 우리가 끼꺼리가 없나, 와? 할배가 좋은 일 하신다꼬 마이 팔았다만도 그래도 오백 석지기다. 재산 놔뚜고 메눌・손부가 정신 쳉멩한 밭어런 변 받아낸다꼬? 그거너 효도가 아이고 밭어런 욕 뷔는 기다."

 "......"

 "갱빈에 목골띡 아재들 삼형제 있제. 원래 천심들 아이가. 그 아재들이 할배 수발하고, 빨래는 아지매들이 하고 그란다. 마카 얼매나 잘 하는동 모린다. 니 왜놈순사눔 죽이고 우리 붙들려 갔을 때, 그 집 삼형제들 우리 수발할라꼬 경찰서 앞에서 자눕어가메 순사눔들한테 맞아가메 그래 고생했다. 니사 소작인들잔테 후하게 하라꼬 난리지마너 그때 순사눔들, 면소눔들 눈치본다꼬 우리잔테 괘씸하게 했던 소작인들 내가 싹 다 띴다. 그라고 그 아재들 힘까짓것 부치라꼬 더 보태 좄다. 내 그 아재들 끝까정 밥 묵고 살둘 해줄끼라꼬 맘 묵었디라. 소작료 한 푼도 안 받는다. 대신 할배 수발 안 해주나. 집안일도 우리너 손도 까딱 몬 하둘 한다. 날 춥어지머 새복에 와가 군불도 함 더 때주고 간다. 암만 공짜가 아이라 캐도 그래 잘 할 사람들이 어딨겠노? 냉자 니가 살림 맡아 살디라도 그 아재들잔테는 내가 하던 대로 하그라. 알았제?"

 "알았니더. 잘 하셨니더."

 "새복긑이 가얄 거 아이가. 눈이라도 붙이거라. 내가 말이 길었다. 이불 깔아주꾸마."

 어머니가 일어나려했다. 그가 말렸다.

 "어무이요, 놔두시소. 아아들하고 같이 자머 되니더. 어무이도 빨리 주무시소."

 앉은 채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영모를 안았다. 

 양팔에 아들 둘을 안고 이불을 덮으니 집에 돌아왔다는 실감이 났다. 아내를 만나지 못해 서운했지만 모두가 무사한 것만 해도 어딘가.

 "아부지!"

 영모가 잠결인 듯 불렀다. 

 "와?"

 대답을 했는데 반응이 없었다. 벌써 잠에 들어 있었다. 

 "아부지요!"

 이번에는 영식이가 불렀다.

 "와?"

 "......아이시더."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짐작이 갔다. 

 "아부지 곧 다시 올 끼다. 그때까지 할매하고 엄마 말씀 잘 듣고 동생 잘 보살피고 있어라, 알았제?"

 "야."

 영식은 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는 훌륭한 사람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독립운동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 나이는 아니었다. 그는 큰아들을 한 번 더 힘주어 안아 주었다.

 아직 새벽이었다. 어머니가 미리 아랫목에 묻어둔 터라 팥죽은 제법 따뜻했다. 팥죽 한 그릇을 뚝딱 비운 그는 할아버지에게도 작별을 고하고 길을 나섰다. 아쉬운 귀향이었다. 

 날이 밝자 할머니는 서둘러 손자들을 학교에 보냈다. 

 학교 가는 길에 영식은 할머니에게 했던 다짐을 영모에게 다시 받았다. 

 "니, 아부지 오셨다 간 거 누구잔테 야기하머 큰일난대이!"

 "히야는...... 내가 바보가?"

 형에게 그렇게 반박은 했지만 영모는 입이 근지러워서 오래 참을 자신이 없었다. 빨리 토요일이 와서 엄마에게라도 아버지가 왔다갔다고 실컷 자랑해야지 생각했다. 

 어머니는 나는 걸음으로 부영당 한약방으로 갔다. 김부자네로 가서 제일 먼저 며느리에게 알리고 싶었지만 토요일이 아니어서 의심을 살 수 있다고, 어디가 아픈 척하고 허정만에게 가라고 강성종이 시켰던 것이다. 

 역시나 사람이 많았다. 일을 거드는 허의 아내가 순서를 무시하고 먼저 방으로 들게 했다. 치료비를 주면 주는 대로, 안 주면 안 주는 대로 받고 때가 되면 밥까지 챙겨주는 부영당이라 그래도 불만하는 사람이 없었다. 

 "모친요, 어디가 편찮으신기요?"

 "그기 아이고......"

 반가워하던 허는 어머니의 얘기를 듣고 만면에 웃음꽃을 피웠다. 그의 전사 소식을 전하지 않은 것은 잘 한 일이었다. 

 "진짜 급한 분이 생겨가 갔다와야 되겠니더. 쪼매마 더 기다려들 주시소."

 왕진 가방을 챙겨든 허는 자전거를 탔다. 김중과 의사와 환자로 접선하기 위해서였다.

 김이 크게 기뻐했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 연맹서 한 일이 맞구마너.”

 “예. 그것도 성조이가 주도하는 일이라 안 캅니꺼.”

 “성조이 그 사람, 내 큰일할 줄 알았지러. 우리하고 같이 일하던 동지가 그래 큰일을 하고 있다 카이 이래 뿌듯할 수가 없는기라.”

 “예. 지도요.”

 “그른데 해필이머 와 내고?”

 “그거야  선샘이 총독부도 다 아는 유명한 독립투사라는 뜻 아이겠습니꺼?” 

 “어허 거참, 꿈자리가 시끄럽디마너......”

 “선샘께서 표시 안 나도록 잘 쫌 해주시소.”

 “팔자에 없는 남사당이라......”

 연극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니 김은 실없이 웃음이 나오는 걸 어쩔 수 없었다. 퍼뜩, 한 생각이 떠올랐다. 차도살인. 적의 것을 빼앗아 적을 치리라. 

 "손님들이 여까지 온다 카이 대접을 시쁘게 하머 안 되지러. 자네는 수고이(수공 최시주. 경주고보 창립자)잔테 통기 쫌 해주게. 학교가 에럽으이 논 한 삼백 마지기 내놓라꼬. 나너 대구에 도운이놈하고 서열이놈잔테 논값 꾸러 가야겠네."

 허는 김의 계획이 무엇인지 대번 알아차렸다. 유도운과 하서열은 매국질로 거부가 된 악질 부왜파였다. 

 대구로 출발하기 전에 김은 아내에게 강성종의 아내를 불러오도록 했다. 직접 전해주고 싶어서였다. 

 "성조이 그 사람이 본가에 왔다갔다 카니더. 인자 걱정마소."

 강성종의 아내는 왈칵 눈물을 쏟았다. 남편은 분명 살아 있으리라 믿었다. 총알도 피해 다닐 사람이라고 믿었다. 칼을 빼든 왜놈 순사를 맨손으로 처치한 남편이었다. 쉽고 편한 자리가 아닌, 늘 목숨이 위태로운 자리에 있을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믿으면서도 마음 한 켠이 늘 불안했던 것이다. 

 "그간 얼매나 맘고생했겠노. 인자 좋은 일마 있을 거이까네 걱정은 잊아뿌소."

 옆에 서 있던 김의 아내가 어깨를 토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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