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백경'으로 번역된 허만 멜빌의 소설 '모비 딕(Moby Dick)'은 고래에 대한 이야기이다. 고래에 관한 한 백과사전적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이지만 정작 줄거리는 간단하다. 에이허브 선장은 모비 딕이라는 큰 고래에 한쪽 다리를 잃고 복수의 일념에 불탄다. 피쿼드호를 이끌고 바다로 나간 선장은 모비 딕을 잡기 위해서 모든 희생을 다 무릅쓴다. 마침내 모비 딕과 정면 대결해 사흘 간의 사투 끝에 선장과 배는 바다 속으로 사라진다. 유일하게 살아 남은 선원은 화자인 이스마엘. "나를 이스마엘로 불러 달라"는 첫 귀절이 인상적이었다는 기억이 남는다. 에이허브 선장은 크고 흰 고래인 모비 딕을 '모든 악의 화신'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모든 위험과 고난을 무릅쓰고 모비 딕을 추적하는 에이허브 선장이 과연 선인지 분간되지 않는다. 심정적으로는 그 넓은 바다를 유유히 헤엄치는 모비 딕이 오히려 선을 상징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광적인 집념으로 모비 딕에 도전했다가 죽어가는 에이허브 선장의 모습에서 운명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영웅의 비장감을 찾을 수 있다.이 소설에 등장하는 고래가 바로 향고래이다. 몸 길이의 3분의 1이나 되는 큰 머리에 기름이 잔뜩 들어 있고 내장에는 고급 향료의 원료인 용연향이 있다. 이 때문에 예로 부터 포경의 주 대상이 되어 왔다. 소설 '모비 딕'이 쓰여진 1800년대 중반에도 그랬으니 이 고래에 대한 남획이 얼마나 심했는지 잘 알 수 있다.
깊은 바다에서 거대한 몸집으로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향고래. 직접 목격하기야 힘들겠지만 상상만으로도 갑자기 기분이 상쾌해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