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사리 붙은 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남들이 공부하지 않는 것들도 재밌어했었다. 고전 영문학이나 사회학 정치학 한국 근현대사
어쩌다보니 전공보단 내가 재밌어하는 것들만 공부했다. 그게 바보 같은 선택이었던 걸까.
남들은 교육학이나 언론정보학이나 광고학이나 경영학을 부전공으로 삼고 공부할 때
난 국문학도가 왜 그런 걸 공부해야만 하나 싶었다. 난 시인이, 소설가가 극작가가,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지나고 나서 보니 나는 바보였다. 현실을 몰랐다 아니 무시했다.
나는 뭔가 하고 싶었다. 장애인계 봉사활동, 그것이 시작이었고 더 나아가다보니 장애인 교육현장, NGO, 사회적기업.
뭔가를 해보려고 했다. 그게 옳은 거라고 믿었으니까.
결과는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혼자만의 생각과 행동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동료를 찾고 관계를 맺었지만
결과는 아무것도 아닌게 되었다. 엄청난 상실감만이 남았다.
그래, 그런 행동들 중간 중간에 공부를 했었어야 맞지. 토익하고 자격증따고..하지만 난 감정이입을 너무 많이 했다.
내가 어찌할 수도 없는 것들 때문에 너무 상처를 많이 입었다. 그리고 그 상처때문에 괴로워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그것마저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세상으로 나온 거다.
어렵사리 얻은 직장에서 짤리고 1년동안의 백수생활을 거쳐 겨우 들어간 회사는 너무 맘에 들지 않는다. 막막하기만 하다.
나는 어리광 피우고 있는 거다. 열심히 하지 않은 주제에, 출소한 장기수 같이 되지는 못할 망정
나는 또 어떤 거창한 것들을 바라고 이 난리를 피우는 것인가.
꿈을 꾸는 것도 나에겐 사치인 건가. 사치라서 모두 잊어야 하는 것인가.
내일을 살아 남기 위해 나는 뭘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