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게릭병 환자입니다. "
" 네? "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여기 의사는 돌팔이인 것 같다.
17살 은혜령, 내가 어떻게 산 인생인데!
[CHAPTER 1] 루게릭병 환자일까?
지금으로부터 약 2시간 전, 나는 이상하게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갔다.
" 온 몸이 뻐근하고, 말이 잘 안나오는 것 같아요. "
" 아 그리고, 요즘따라 자주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요. "
" 숨도 잘 안쉬어지고, 음식 먹기도 힘들더라고요. "
의사는 이런 말을 하는 나랑 엄마를 번갈아 보았다.
" 아무래도 정밀검사를 해야 할 것 같네요.
그 병이 의심됩니다.. "
그렇게 검사를 끝내고, 결과를 확인하러 갔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 앞으로 혜령 양은 7년밖에 못 사실 겁니다.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기 시작할 것이고, 움직이기 힘들어지실 겁니다. "
" 참 유감입니다. 루게릭병은 아직 원인도 모르고 치료법도 없습니다. "
너무나 속상한 상황이다.
내가 그동안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데..
한 순간에 내 마음은 이미 죽은 것 같았다.
더 충격받은 건 엄마였다.
" 우리 딸.. 이렇게 죽을 순 없다고요..
우리 딸 무엇을 해서라도 살려내라고요..!! "
엄마는 그렇게 감정이 격해져서, 그 자리에서 울분을 토해냈다.
" 정말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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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병원에 어찌저찌 입원하게 되고, 내 또다른 인생은 시작되었다.
일단 제일 중요한 건, 휠체어에 적응하는 것이다.
언제 갑자기 마비되어 쓰러질 지 모르니 타고 다니라는 의사의 조언이었다.
뭐, 부모님은 따로 반대하지 않으셨다.
자신의 아이가 덜 고통스럽게 있길 원하셨겠지.
그러려면 의사의 말을 따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 혜령아, 엄마 믿어. 우리 꼭 나을 수 있어. "
" 응. "
그렇게 첫 날 아침, 우리의 대화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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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이 사건의 시작이다.
어두컴컴한 병원 복도, 부엉이가 우는 소리, 바람이 세차게 부는 소리들.
이 소리가 너무 무섭다.
내 미래를 알고 있듯이 비웃는 것 같았다.
" 심심한데, 몰래 나갔다 와볼까? "
일단 휠체어는 타지 않기로 했다.
소리가 나서 걸릴 수 있으니 말이다.
아직 그렇게 마비되진 않아서, 걸을 수는 있었다.
언제 쓰러질 지 모르기에, 안전상 때문에 타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치고, 조심히 발걸음을 떼었다.
" 으.. 왜이리 춥지. 담요라도 가지고 올 걸.. "
그렇게 정처없이 복도를 걷다가, 끝에 도달했다.
복도 끝에는 큰 창문이 하나 존재했다.
그 창문은 도심이 아닌, 밤하늘을 비추고 있어서인지. 웬지 모르게 상쾌했다.
하늘이 꽉 막혀있던 도시보다, 이런 밤하늘이 무척 좋았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의지와, 존재할 지 모르는 나의 용기를 복돋아 준다.
" 참.. 하늘은 무심하시지.. "
나를 이렇게 만든 하늘에게 화가 나면서도, 그 하늘은 너무 이뻤다.
그 목소리가 없었으면, 나는 아마 인생을 놓아버렸을 것이다.
" 거기 누구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