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히어로 (원제 'Big hero 6'), 개봉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영화입니다.
오유를 비롯한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들에선 이 영화에 대해 떡밥이 던져질때마다 한바탕 콜로세움이 열리는 건 다반사였죠.
왜색 짙은 전형적인 와패니즈 영화, 포스터에 전범기를 차용한 원작을 모티브로 한 영화, 극중 등장인물인 '고고 토마고' 에 대한 한국인 비하 영화 등.. 이 영화에 붙은 이러한 수식어들은 당연히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거부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한국인이라면 이 영화가 아무리 아카데미상, 대종상 뺨치는 작품성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거부감이 안 들면 안되는 거거든요. 누가 대놓고 전범기 펄럭이는 영화를 좋아하겠습니까. 그래서 혹자들은 이 영화에 대해 일말의 관심조차 주지말아야 하며 약간의 관심이라도 갖는 네티즌들을 규탄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어제 이 영화를 보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우선 전범기와 일제 군국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을 훼손시키거나 무관심을 조장하려는 목적으로 글을 쓰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이 영화, 빅 히어로에 대해 정면으로 부딪혀 무엇이 정말로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문제인 것인지 파악하고 추가적으로 바로잡아야 하는 문제점은 없는지, 행여나 사실인 양 왜곡되었던 정보들은 없는지, 자신은 왜색에 대해 다소 민감한데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저 나름대로 부족한 글솜씨의 리뷰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보고자 쓴 것입니다. 물론 리뷰의 원래 주 목적인 영화 내적인 평론을 아예 생략할 순 없겠지만, 제가 이 글에서 맞추려는 포커스는 스토리라든지, 영상미라든지 등의 순수평론쪽이 아니기 때문에..(애초에 제가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평론가도 아닐뿐더러..) 굳이 크게 공을 들여 작성하도록 하지는 않겠습니다.
전범기를 쓴 원작을 모티브로 한 영화인 줄도 모르고 재미있게 봤다가 나중에 알아서 기분나쁜 사람만 피해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알고보니까 내가 어딘가에서 주워들어 알던 그릇된 정보때문에 영화를 멀리했다가 나중에 그 사실과 동떨어진 차원의 영화라는 걸 알게 된 후 기분이 나빠진 사람도 충분히 피해자의 범주에 속할 수 있듯이 말입니다.
리뷰에 들어가기에 앞서-
*스포일러를 아예 배제하고 저와 여러분들이 만족할 만한 리뷰를 쓰는 것은 한계가 있기에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리뷰를 진행하다보면 자칫 실드(...)글로 보일 수 있는 부분들이 여러 군데 있겠지만 영화 속 철저한 사실에 입각해 최대한 '상식 선' 안의 중립을 지키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허접한 필력의 글에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쓴소리와 반대도 달게 받겠습니다.
*전 정말로 디즈니 알바가 아닙니다.
-'빅 히어로'의 우리나라 공식 포스터, 주인공 격인 '히로 아르마다' 와 그의 형 '테디 아르마다', 그리고 로봇 '베이맥스'.
1.대략적인 줄거리
불법 로봇 전투가 취미인 13살 '히로' 는 천재 공학도인 그의 형 '테디'의 작품인 '베이맥스' 와 테디의 친구들과 함께 샌프란소쿄의 평화를 위협하며 자신에게 개인적인 원한을 부여한 악당 '가부키 맨' 을 물리치기 위해 슈퍼 히어로로 변신한다..
서사구조는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히어로물입니다. 나쁘게 말하면 클리셰 덩어리인가요? 제가 마블 사의 영화(슈퍼맨, 캡틴 아메리카) 를 따로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스토리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왜색의 요소가 빠지면 스토리 진행이 어색하다! 이런 구조를 가진 스토리는 아니었습니다.
2.샌프란소쿄
작중 배경인 도시 '샌프란소쿄' 는 미국의 서부도시 '샌프란시스코'와 일본의 수도 '도쿄'를 합쳐 줄인 이름입니다. 말 그대로 미국+일본 짬뽕한 도시입니다. 영화 처음 스카이뷰로 보여주는 대도시의 웅장한 광경은 미국의 전형적인 메트로폴리탄을 생각나게 합니다. (짤을 구하고 싶은데 못 찾겠어요..) 영화 초중반부에 가끔씩 등장하는 금문교 또한 확실히 샌프란시스코를 염두에 두고 배경설정을 한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영화에 등장하는 도시 풍경의 대부분은 도쿄 80%+샌프란시스코 2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위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듯이요. 히로가 로봇전투를 하는 어두컴컴한 뒷골목은 흡사 일본의 으슥한 거리를 연상케 하고, 히로의 이모가 운영하는 가게 처마 위에는 일본풍 고양이가 손을 까딱까딱 흔들고 있으며 베이맥스가 집을 나오면서 거리를 활보하는 장면에서는 일본식 전차 (아니 로봇이 날아다니는 시대에 무슨..) 를 타고 다니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일본의 도시 양식이 미국의 도시에 비해 개성 하나만큼은 뛰어나다는 점 뿐만 아니라 주인공과 조연들이 주로 활약하는 공간이 번쩍번쩍한 고층 빌딩들의 숲이 아닌 일반 시민들의 주거 동네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디즈니에서도 이 점을 염두에 두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왜색도 나와서는 안되는 왜색이 있고, 그렇지 않은 왜색이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전자의 경우에는 대표적으로 전범기 등장을 포함한 군국주의의 잔재들이 영화에 묻어나오는 것이고, 후자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일식집에서 볼 수 있는 일본풍의 문화적 양식들, 앞서 말씀드린 샌프란소쿄 전체의 일본풍 소재들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다행스럽게도(?) 샌프란소쿄를 전체적으로 놓고 보았을 때 전자의 경우에 해당하는 왜색은 찾아보기가 굉장히 희박했습니다. 예컨대 지브리사의 센과 치히로를 볼때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일본풍까지는 아니어도, 비스무리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문제는 의외의 곳들에서 터집니다.
3. 곳곳에 알게모르게 숨어있는 욱일기 추정 포스터들(?)
-이걸 찾아내신 분들은 정말 매의 눈이신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영화를 보기 전에 이 사진의 출처인 오유 베오베 자료를 보았고, 알고 갔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저 캡쳐에 교묘하게 숨어있는 욱일기를 보고자 노력했지만..정말 눈 깜빡할 사이도 없이 지나갔습니다..ㅜㅜ(사실 한 장면은 놓쳤음.) 일단 저 캡쳐의 욱일기로 추정(?)되는 포스터 그림이 진짜 욱일기를 묘사한 것인지, 오마쥬 비스무리한 포스터인지, 단지 강조선을 표현한 포스터인지는 논외로 치고서라도 영화 내에서 관객들에게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 있어선 그냥 짚고 넘어갈 수 없을 겁니다. 또한 욱일기가 영화 내에 막말로 10초동안 대놓고 펄럭이던, 0.5초의 짧은 순간 안에 휙 지나가버리던 '존재'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문제가 됩니다.
...하지만 사실 저 포스터들이 빼도박도 못하는 욱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저것을 욱일기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묵살해버리고 조롱하는 것 또한 옳지 않은 이유는 한 사건 혹은 사물이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서 의견이 엇갈린다면 더 이상 확실하게 못을 박아버릴 수 있는 물증과 '상식 선'에서의 보편적인 진리가 나오지 않는 이상 그 자체만으로 의견을 존중받을 수 있는 권리가 각자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물론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이 경우엔 자신의 주관이 이끄는 대로 영화가 일제 군국주의를 미화하는 영화인지, 아닌지를 이분법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겠네요. 선택은 자유니까요.
4. 원작이 욱일기...정말 절대로 보면 안되나?
가장 크게 논란이 되는 원작 관련 부분입니다. 디즈니 입장에서는 영화에서 욱일기의 'ㅇ '자도 안보이게 하려 애를 썼겠지만 원작이 이런 걸 어떡합니까. 아마 엄청난 컴플렉스이자 제일 걱정하는 부분이겠죠. (물론 한국과 중국에서 개봉할 때만)
또한 제가 이 영화를 차마 이 글을 보고 계시는 여러분을 제외한 아무에게나 감히 추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아무에게나' 는 빅 히어로의 원작이 욱일기가 들어간 영화임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자신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이 행동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혹은 욱일기의 심각성과 문제점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말이죠. 예를 들어, 만약 아x 지우개 같은 우익 기업의 제품을 산다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문제가 됩니다. 실질적으로. 아무리 자신이 전범기의 의미와 역사에 대해 술술 꿰뚫고 있고 남들보다 투철한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그런 기업에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한다면 자신의 신념과 행동이 불일치하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빅 히어로를 1번 볼때마다 일본 우익혐한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자금이 100엔씩 늘어나서 후쿠시마산 도시락을 한번 씩 더 까먹을 수 있지는 않죠. 굳이 나쁘게 생각해봤자 미국 기업인 디즈니의 배만 불려줄 뿐입니다. 이 말인 즉슨, 이 영화를 보는 것이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정도의 비상식적인 행동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전범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얼마나 심각한 사안인지를 제대로 인식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사실 그럴 필요도 없는게 영화는 원작의 모티브만 따온거라 우익적인 요소는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자신이 빅 히어로를 봤다는 걸 알았을 때 '그 영화의 원작에 욱일기가 존재하고 그것의 심각성을 아냐' 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논리적으로 대답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만큼은 큰 자부심이 되지 않을까요?
5. 끝으로 마치며
생각해보면, 왜 이렇게 디즈니는 자신들의 작품을 일본의 원작과 엮으려 했던 걸까요? 마블과 합작했다면, 굳이 욱일기 논란이 있는 원작을 채택하지 않아도 세계 최강 히어로들이 다 모인다는 미국이라든지, 아니면 다른 나라도 많았는데, 이들 나라를 배경으로 했다면 논란에 휘말리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말입니다. 자국인 미국에 이은 디즈니 최고의 시장이 일본이기 때문에.. 라는 주장도 충분히 설득력 있지만 로봇공학의 대표주자 격 국가가 바로 일본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로봇 회사를 차려서 세계 최초로 100만장자 안에 든 기업인이 일본인이라는 기사도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에서 만큼은 세계 제일 국가이기에 빅 히어로의 배경 국가로는 일본이 반드시 필요했을 겁니다. 왜냐하면 스토리 상으로는 주인공 히로와 조연 4인방의 공학도들이 자신들만의 근미래 수준 공학 기술들로 (공밀레 공밀레) 슈퍼히어로가 된다는 설정이기에 가장 최적화된 국가로 일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욱일기 원작 사용 및 사전에 반드시 해야했던 디즈니와 관객간의 소통의 부재는 쉽사리 정당화 할 수 없을 겁니다. 다만 제가 바라는 것은 사람들의 인식이 이번 개봉하는 빅 히어로를 통해서 우익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더 키울 수 있는 기회이자 발판이 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6. 개인적인 별점 및 한줄 평
스토리: ★★★
영상미: ★★★★
OST: ★★★
한줄 평: 사춘기 소년 Hiro의 Hero로의 성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