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게시물ID : panic_948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ughJackman
추천 : 13
조회수 : 1190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7/08/17 19:10:47
요즘 장산범 이야기에 영화까지 공게가 핫하네요
덕분에 저도 이전에 장산에서 뭔가 본 썰을 풀어보려구요
필력이나 쩌는 반전따윈 없으니 그냥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ㅠㅠ
저는 20년 가까이 장산 바로 밑의 지역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 산이나 갈까 하고 집 나서면 10분만에 장산 입구에 도착할 정도로 가까워요
장산 자체가 워낙 크다보니 등산로는 셀 수도 없이 많겠지만, 제가 사는 곳의 장산 등산로는 크게 두 가지 길이 있어요
오른쪽의, 밤에도 가로등이 있어 밝고 포장도로라 자동차도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길과
왼쪽의, 숲 한가운데에 있고 밤만 되면 금지된 숲이 되어버리는 길이죠
이 두 길은 결국엔 하나로 합쳐지지만, 어쨌든 왼쪽 길을 밤에 혼자 가기란 상당히 무서워요
지금은 간덩어리가 부어서 문제지만 어릴 땐 너무나 겁이 많았던 저는 밤에 산을 가면 절대로 왼쪽으로 가진 않았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제가 아마 중학생 때 쯤이었을 거에요
평소엔 친구나 부모님이랑 산을 타는데 그날은 왠지 혼자 산에 가게 된지라, 눈누난나 장산으로 가고 있었죠
그러다 왼쪽과 오른쪽의 갈림길 앞에서 평소 같았으면 당연히 오른쪽 길로 빠지는데,
그날은 무슨 호기심에선지 '왼쪽으로 가면 얼마나 오래 걸릴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곤 그쪽으로 출발했죠
왼쪽 길은 어느 정도 걸어가다 보면, 길이 갑자기 탁 트인 공터 같은 공간으로 넓어졌다가 다시 좁은 길로 바뀌는 구간이 있어요
-------O------ 이런 느낌....?;; --는 길이고, O는 공터구요
눈누난나 가로등도 없고 어둠에 잠긴 길을 걸어가다 길이 공터로 바뀌는 길목에 도착했는데, 공터의 맞은편, 즉 공터가 길로 바뀌는 지점에 무언가가 있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 기억상으로는 희미하게 빛이 난다고 생각날만큼 하얀, 몸 전체 새하얀 무언가였어요
크기는 대략 높이 2m쯤 된 것 같네요
그리고 바람에 나부끼는 털이 보였기에, 마치 커다란 털뭉치가 서 있는 느낌이었어요
그걸 처음 본 순간 무섭다기보단 그냥 신기했어요, 왜냐면 당시에는 장산범에 대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모르던 시절이라 저 또한 들어본 적이 없었던 데다가, 저는 귀신이나 초자연적 현상 같은 걸 전혀 믿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저는 그냥 우와 저게 뭐지???? 하고 그 자리에 서서 계속 쳐다만 보고 있었죠
그래도 뭔가 쫄보 본능이었던지, 그자리에서 한발자국도 더 가까이 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체감상 한 5분 정도를 그 자리에 계속 서서 그것을 쳐다봤던 것 같아요
그것 또한 5분 내내 가만히만 서서 바람에 나부낄 뿐, 갑자기 저한테 달려든다거나 사라지지는 않더군요
꽤 긴 시간 동안에도 미동도 하지 않는 그것을 보고 있자니 슬슬 무서워진 저는 그냥 눈누난나 되돌아가서 오른쪽 길로 가서 산을 탔답니다
네..... 사실 이게 끝이에요
이 이후로도 밤에 왼쪽 길로 산을 탄 적은 많지만 그런 비슷한 형체를 다시 본 적은 없구요
가끔 무서운 얘기를 할 때가 오면 다른 사람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기도 하는데,
정확히 누군진 기억이 안 나는데 누군가가 제게 '너 그거 장산범이다, 조금만 더 가까이 갔으면 위험했을 거다'라는 식으로 겁을 준 걸 최초로 저도 장산범에 대해 알게 됐죠 ㅎㅎ
싱거운 얘기만 늘어놔서 죄송합니다... 다들 즐거운 저녁 되세욧!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